소설이 돼볼게-
한 달 전 부터 지리한 장마가 이어지고 있다. 습기에 눅눅해진 마룻바닥은 사이사이 들떠서 마치 피부의 물집처럼 보인다. 부엌 싱크대에는 오래 방치한 음식물들이 악취를 내뿜고 있다. 거실 구석에는 때가 타서 노랗게 변한 이불이 ‘무언가’를 덮고 있다. 탁 탁 탁. 빗물이 발코니에 놓여 있는 플라스틱 발 받침대에 한 방울씩 떨어지고 있다. 탁 탁 탁. 일정 간격의 소리는 한 달 전 일을 떠올리게 한다.
엄마 잘못했어요. 살기 위해 무릎을 꿇고 빌었다. 잘못이라는 말이 혀끝에 비리게 다가왔다. 엄마는 위엄을 과시하기 위해 발 받침대에 올라서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경멸과 두려움이 섞인 눈빛. 가정폭력으로 이혼 후, 엄마는 아버지와 내가 닮았다는 이유로 매일 밤 나를 때렸다. 그날도 폭력이 멈추지 않았다. 살기 위해 팔을 크게 흔들었다. 받침대 뒤로 ‘무언가’ 넘어갔다. 그 순간. 천둥소리와 함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