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이 돼볼게-
아마도 일곱 살이 되던 해였을 것이다. 세 살, 다섯 살 터울의 누나들을 따라 대도시로 삶이 옮겨졌다. 누나들과 떨어져 있기 싫어서 부모님께 떼쓴 결과였다. 결과적으로 부모님의 보살핌에서 멀어진 삶이었지만, 대도시의 삶은 나름 만족스러웠다. 하고 싶은 컴퓨터 게임을 실컷 할 수 있었고. 자기 전에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었다. 사회도덕규범을 벗어나지 않는 행동 외엔 모두 할 수 있었다. 그렇게 곁에. 부모님이 없는 삶이 시작되었다.
사붓사붓 시간은 흘러, 군대를 갈 스물두 살이 되었다. 방탕한 삶과는 거리가 먼 오히려 모범에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자식들과 떨어져 살게 된 부모님의 사정을 알게 된 후 일찍 철이 든 결과이기도 했다. 훈련소 입소가 있는 그해 겨울. 시린 눈을 슴벅이며 부모님께 작별 인사를 하자, 어머니는 내 손에 편지 한 장을 쥐여주었다. 투박한 손 글씨로 적힌 문장들. ‘곁에 있지 못해 미안하다, 잘 자라줘서 고맙다.‘ 어머니는 모르고 있었다. 부모님의 마음은 늘 내 곁에 있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