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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뜻뜻 Oct 16. 2024

운문사에서.

시가 돼볼게-





가을 긴 밭에서 손에 쥔 호미를 내려놓고 흙을 바지춤에 스윽 닦았습니다.

저 멀리 갈매색 화왕산이 운무를 하얀 이불처럼 덮고 있었습니다.

날이었기에 어머니와 호거산 자락에 있는 운문사로 향했습니다.

사찰 입구에는 붓으로 칠한 듯 빨간 꽃무릇이 마중 나와 있었습니다.

어머니 주름진 손을 호미처럼 쥐고 일주길을 걸었습니다.



꽃무릇과 상사화는 다르다는 시답잖은 이야기부터

천왕문도 일주문도 없다는 이야기와

고승이 시든 가지를 심어서 노송이 되었다는 이야기와

아홉 가지의 보물이 숨어있다는 이야기와

와불이 있는 운주사를 가보자는 이야기와

안개는 곧 사라질 테지만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시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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