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2』
어서 오세요.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인생을 바꾸는 ‘우물 밖 청개구리’ 우구리입니다.
비극 제1부에서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가 젊은 여인 ‘마르가레테(그레트헨)’에 흠뻑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메피스토펠레스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불행하게도 그 과정에서 파우스트는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고, 나아가 마르가레테도 억울하게 사형을 당하는 비극을 맞이했습니다.
비극 제1부에서 메피스토펠레스는 육체적이고 순간적인 쾌락으로 파우스트를 유혹했고,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비극 제2부의 막이 오릅니다. 과연 메피스토펠레스는 어떤 새로운 쾌락과 욕망을 준비했을까요? 파우스트는 쾌락과 욕망의 유혹을 견뎌낼 수 있을까요? 나아가 파우스트는 포기한 꿈, ‘세계의 근원을 꿰뚫어 보는 꿈’을 이루고 구원받을 수 있을까요?
⟪파우스트 2⟫는 온갖 불법이 넘쳐나는 한 나라의 궁정에서 시작합니다. 가축을 훔치고, 부녀자를 겁탈하고, 심지어 제단의 성배, 십자가, 촛대를 훔쳐가고도 죗값을 치르지 않는 지경. 오히려 그런 일을 자랑스럽게 떠벌리고 다니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시민들은 시민들대로, 기사들은 기사들대로 반란의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용병으로 겨우겨우 반란을 늦추고 있으나 용병들에게 주는 급료마저 밀리고 있다며 국방장관이 성토합니다. 동맹 맺은 나라들은 등을 돌린 지 오래고 국고마저 텅 비었다고 재무장관이 성토합니다. 흥청망청 퍼마시는 바람에 포도주가 떨어졌다고 궁내부 장관이 성토합니다.
황제는 잠깐 고민에 빠집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어릿광대로 변장한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의견을 묻습니다. 어릿광대를 늘 옆에 두고, 나라의 중대사를 어릿광대에게 묻는 황제라니, 말 다했습니다. 어릿광대(메피스토펠레스)는 사탕발림으로 황제를 살살 구슬립니다. 걱정 말라고 진정시키며 동시에 말도 안 되는 대책을 내놓습니다.
‘예부터 사람들은 위기의 순간에 자신의 금은보화를 땅속에 묻어 숨겨왔다. 땅은 폐하의 것, 따라서 땅 속에 숨겨진 온갖 금은보화가 다 폐하의 것이다. 파서 꺼내기만 하면 되는 일! 맡겨만 달라!’
황제는 ‘옳다구나! 당장 시작하라!’ 재촉하지만, 메피스토펠레스는 성급한 욕망을 진정하고 먼저 유희를 즐기자고 제안합니다. 황제는 그걸 또 좋다고 받습니다.
가장무도회, 축제가 열립니다. 정원사들은 꽃으로 무도회장을 장식하고, 짝짓기 하려는 젊은 청춘들, 나무꾼, 식객들, 술주정꾼 들로 북적북적합니다. 어떤 이들은 시인으로, 어떤 이들은 여신으로, 어떤 이들은 공포·희망·지혜로 분장하여 등장합니다. 우리의 주인공 파우스트는 부귀의 신 플루투스가 되어 말을 타고 등장합니다.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는 요술로 황제의 정신을 빼놓습니다. 금은보화가 쏟아져 나오는 보물상자, 불을 뿜는 샘 등에 황제는 넋이 나갑니다. 황제는 넋이 나간 채 자기도 모르는 사이, 서류에 사인을 하게 됩니다.
⟨알기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에게 고하노라.
여기 이 지폐는 일천 크로네로 통용될 것이다.
제국의 영토 내에 매장된 무진장한 보화를
그 확실한 담보로 충당한다.
그 풍부한 보물을 곧 발굴하여
태환용으로 사용하도록 조치하였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파우스트 2, 정서웅 옮김, 민음사, 1999, p.78
메피스토펠레스와 파우스트는 아직 파내지도 않은 보물을 담보로 지폐를 발행하였습니다! 그리고 하룻밤 사이에 온 나라에 지폐를 뿌렸습니다. 즉시 부채란 부채는 모두 정리되고, 군대는 다시 조직되며, 백성들은 맛있는 음식과 좋은 옷을 사며 즐거워합니다. 황제는 흡족해하며 메피스토펠레스와 파우스트를 보물 관리인에 임명합니다.
파우스트는 황제가 내린 명예와 지위에 집착합니다. 그리고 이를 잃기 싫었는지 황제의 무리한 요구를 수락하고 맙니다.
‘요술에 능한 파우스트여. 남자와 여자의 이상적인 모습, 파리스와 헬레나를 내 두 눈으로 보고 싶네. 그들의 모습을 이 자리에 현신시켜 주게.’
파우스트는 사실 아무런 능력도 없습니다.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요술에 늘 기대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와 상의도 하지 않은 채 황제의 요구를 덥석 수락했습니다. 뒤늦게 메피스토펠레스를 찾아간 파우스트는 약속을 어길 수 없으니 당장 해내라고 명령합니다.
메피스토펠레스는 자기에게 그런 능력이 없으나 방법이 하나 있다고 답합니다. ‘어머니들의 세계’에 가서 어머니들 몰래 향로를 가져와야 한다고 일러줍니다. ‘어머니들의 세계’란 영원히 공허한 적막의 세계. 자신의 발소리도 들리지 않고, 몸을 쉴 자리도 없고, 공간도 시간도 없는 세계. 그저 ‘열쇠’를 들고 열쇠가 이끄는 대로 발을 구를 뿐, 어느 것도 확신할 수 없는 세계.
파우스트는 흔쾌히 불확실함에 뛰어듭니다. 명예와 지위욕 때문도 아니고, 잃을 게 없는 사람의 될 대로 되라는 막무가내도 아니고, 뛰어남에 대한 동경. 깨달음에 대한 동경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난 경직된 상태에서 행복을 찾지는 않겠다.
놀라움이란 인간의 감정 중 최상의 것이니까.
세계가 우리에게 그런 감정을 쉽게 주지 않을지라도
그런 감정에 사로잡혀보아야, 진정 거대한 걸 깊이 느끼리라.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파우스트 2, 정서웅 옮김, 민음사, 1999, p.88-89
끝내 ‘어머니들의 세계’에서 향로를 훔쳐온 파우스트는 황제와 궁정 사람들 앞에서 향로를 피웁니다. 향로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그 연기는 이내 방 안을 가득 채웁니다. 차츰차츰 연기가 가라앉자 희미한 베일 속에서 아름다운 젊은이, 미남 파리스가 등장합니다. 이어서 아름다운 여인, 미녀 헬레나가 등장합니다.
향로가 보여준 것은 초현실의 세계, 요즘 말로 하면 멀티버스의 세계라고 해야 할까요? 파우스트가 사는 세계는 기독교의 세계, 파리스와 헬레나의 고향은 그리스의 세계입니다. 향로는 이미 지나가버린 그리스 세계의 허상을 보여주었습니다.
파우스트는 헬레나의 허상을 본 순간 첫눈에 반합니다. 그레트헨을 비극으로 몰아넣었으면서 또 여인에 눈이 멀다니! 하여튼 파리스와 헬레나의 허상은 서로 엉겨 붙고 키스를 나누었고, 이를 본 파우스트는 질투를 느낍니다. 파리스가 헬레나를 납치하듯 들어업자 이성을 잃어버린 파우스트는 파리스의 몸을 열쇠로 흩어버리려고 합니다.
그 순간, 펑! 현실과 초현실이 부딪치고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파우스트는 바닥에 쓰러집니다. 유령들은 연기 속으로 사라지고, 파우스트의 머릿속은 현실과 초현실로 뒤범벅됩니다.
파우스트가 정신을 잃고 쓰러집니다. 메피스토펠레스는 서둘러 파우스트를 데리고 파우스트의 옛 연구실로 도망갑니다. 거기서 파우스트의 옛 제자 ‘바그너’와 바그너가 인공 실험으로 만들어낸 ‘호문쿨루스’를 만납니다. 인조인간 호문쿨루스는 작은 유리관에 갇힌 불꽃 형태로 아직 육체를 얻지는 못한 채였습니다.
육체가 없는 순수한 영혼이어서 인지 호문쿨루스는 파우스트를 보더니 단번에 파우스트의 상태를 꿰뚫어 봅니다. 그의 정신이 그리스 세계관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요.
호문쿨루스는 파우스트를 고전적 발푸르기스의 밤 축제에 데려가면 정신을 차릴 것이라 말합니다. 그 축제는 그리스의 유령들이 찾아오는 곳이기에 그곳에 가는 순간 파우스트의 머리를 어지럽히는 그리스 세계관이란 허상이 즉시 풀려날 거기 때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고전적 발푸르기스의 밤 축제에 도달하자마자 파우스트는 깨어납니다. 파우스트는 깨어나자마자 헬레나를 찾습니다. 그의 마음은 온통 헬레나로 가득 차 있었던 겁니다. 1부에서도 그렇고, 깨달음을 추구한다는 파우스트가 지나치게 여인에 집착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고전적 발푸르기스의 밤은 그리스 유령들의 축제입니다. 즉 그리스 세계관은 이미 과거의 것,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관입니다. 그럼에도 파우스트는 헬레나를 만나고 싶었기에 헬레나의 행방을 묻고 다닙니다. 파우스트는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한 여인의 도움을 받아 그리스 세계관의 명계(저승 세계)로 향합니다.
결국 파우스트는 헬레나와 이어집니다. 물론 메피스토펠레스의 온갖 술수와 요술 덕분이었습니다. 파우스트와 헬레나는 속세를 벗어나 동굴의 암실 속에서 행복한 한 때를 보내며 아들 ‘오이포리온’을 갖게 됩니다.
파우스트와 헬레나는 더는 바랄 게 없는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하지만 파우스트와 헬레나에게는 따뜻한 보금자리인 동굴이 아들 오이포리온에게는 답답한 감옥인 게 문제였습니다. 오이포리온이 커갈수록 육체는 성숙했고 정신은 고양되었습니다. 오이포리온은 답답한 동굴이 아니라 넓은 세상에 나가 영웅이 되기를 꿈꾸었습니다.
운명의 그날, 오이포리온은 뛰어오르고 또 뛰어올라 절벽 위에 오릅니다. 바다의 천둥소리에 고양된 오이포리온은 전쟁을 선망하고, 자신의 이름을 떨치길 소망합니다. 파우스트와 헬레나는 아들을 다그치고 말리지만, 오이포리온은 자유를 향해 끝내 절벽에서 뛰어오릅니다. 오이포리온의 정신은 자유롭게 날아 전쟁 속으로 향하지만, 그의 육체는 속절없이 추락하여 파우스트와 헬레나의 발 앞에 떨어집니다.
아들의 죽음. 아름다운 외모 때문에 남자들에게 온갖 고초를 겪어왔던 헬레나. 파우스트를 만나 비로소 영원한 행복을 누릴 줄 알았던 헬레나. 하지만 결국 생명과 사랑을 모두 잃어버린 헬레나는 자신의 운명과 죽음을 받아들입니다.
헬레나가 파우스트를 포옹하자 헬레나의 육체는 사라지고, 파우스트의 팔에는 그녀의 옷과 면사포만 남습니다. 그녀의 옷과 면사포는 파우스트를 위로, 더 위로, 천공으로 데려갑니다. 파우스트는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옵니다.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를 명예로도 지위로도 여인으로도 충족시키지 못했습니다. 메피스토펠레스는 답답한 마음에 묻습니다.
이 지상에서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었단 말인가요?
당신은 무한히 넓은 이 세상에서
온갖 나라와 그 영화로움을 보지 않았던가요.
하지만 당신은 만족을 모르는 사람이니, 필경 탐낼만한 걸 찾지 못했을 거외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파우스트 2, 정서웅 옮김, 민음사, 1999, p.294
그런데 뜻밖에도 파우스트가 진정 욕망하는 것이 있다고 대답합니다. 그 욕망은 지배권입니다. 파우스트는 의미 없이 그리고 목적 없이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는 파도가 마음에 들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 파도를 정복하고 그 위에 자신이 바라는 복지 국가를 세우고 싶다고 말합니다.
참으로 오만합니다. 자연을 정복하고 그 위에 자신의 이상향을 건설하겠다니! 어찌 됐든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의 도움으로 간척 사업을 진행합니다.
파우스트는 어느새 늙은 노인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을 부려 도랑을 파고 둑을 쌓아 꾸준히 땅을 넓혀왔고, 근처에 살던 사람들의 집을 빼앗아 자신이 간척한 땅으로 이주시켰습니다.
그러나 언덕 위의 노부부가 문제였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집에 만족했고, 파우스트의 제안을 끝까지 거절했습니다. 파우스트는 노부부와 그들의 집이 옥에 티처럼 느껴졌습니다.
내 가슴을 쿡쿡 찌르는 것이 있어,
그것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이런 말 하는 것이 부끄럽지만,
저 언덕 위의 노인들을 몰아내고
보리수 그늘을 내 자리로 삼고 싶다.
내가 갖지 못한 저 몇 그루 나무들이
세계를 차지한 보람을 망치고 있구나.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파우스트 2, 정서웅 옮김, 민음사, 1999, p.348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에게 노부부를 강제로라도 자신의 땅으로 이주시키라고 명령합니다. 언덕 위 노부부의 집을 허물어 그곳에서 자신이 세운 복지 국가를 한눈에 둘러볼 날을 상상하면서.
메피스토펠레스는 수하들을 데리고 노부부 집을 찾아갑니다. 노부부가 끝까지 저항하자 몸싸움이 벌어집니다. 엎치락뒤치락, 집이 활활 불탑니다. 노부부는 집 안에서 의식을 잃고, 노부부의 집에 신세를 지던 나그네가 저항하지만 그 또한 당하고 맙니다. 그렇게 세 명의 생명이 불에 타 죽고 맙니다.
소식을 들은 파우스트는 근심에 눈이 멀고 맙니다. 그러나 자신의 뜻을 포기하지 않고 더욱 박차를 가합니다. 서둘러 자신이 꿈꾸던 백성들을 위한 넓은 복지의 땅을 완성하라고 메피스토펠레스를 재촉합니다.
어느 순간 파우스트는 깨닫습니다.
그렇다! 이 뜻을 위해 나는 모든 걸 바치겠다.
지혜의 마지막 결론은 이렇다.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얻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위험에 둘러싸이더라도 여기에선
남녀노소가 모두 값진 나날을 보내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군중을 지켜보며,
자유로운 땅에서 자유로운 백성과 살고 싶다.
그러면 순간을 향해 이렇게 말해도 좋으리라.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내가 세상에 남겨놓은 흔적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이같이 드높은 행복을 예감하면서
지금 최고의 순간을 맛보고 있노라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파우스트 2, 정서웅 옮김, 민음사, 1999, p.363-364
파우스트는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지상세계에는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렇기에 스스로 구원하려는 자, 스스로 싸워서 얻으려는 자만이 자유와 생명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은 불공평하여 모든 사람에게 기회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내가 만든 이 복지의 땅에서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기회가 보장된다. 스스로 구원하려는 자들은 누구나 이 땅에서 살아남을 것이고, 이곳은 천국 같은 땅이 될 것이다.’
파우스트는 행복한 상상 속에 영원한 충만감을 느낀 채 생을 마감합니다. 그리고 약속대로 메피스토펠레스가 파우스트의 영혼을 거두어 가려는 순간, 천사들이 나타나 파우스트의 영혼을 가로채갑니다.
성숙한 천사들, 젊은 천사들, 어린 영혼들 그리고 제1부에서 파우스트의 연인이었던 그레트헨의 영혼이 성모 마리아에게 요청합니다. 파우스트의 영혼을 구원해 주시길, 파우스트의 영혼을 빛으로 가르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길.
⟪파우스트 2⟫ 또한 ⟪파우스트 1⟫을 읽을 때처럼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일독한 뒤에 이독을 하며 생각그물을 만들고 나서야 겨우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파우스트⟫는 희곡이란 특성 때문인지 생략된 장면과 내용이 많아 적극적으로 행간을 추론하여 읽어야 했습니다. 또한 기독교와 그리스 신화 배경지식이 있어야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아 옮긴이가 남긴 주석을 꼼꼼히 읽어야 했습니다. 따라서 제 수준에는 읽기 어려운 책이었기에 제가 정리한 줄거리는 참고한 하시기 바랍니다.
책장을 덮을 때 가장 밀려오는 감정은 찝찝함이었습니다. 파우스트가 구원받은 사실이 납득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1부에서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에게 끌려다니는 듯했지만, 제2부에서 파우스트는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고자 메피스토펠레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죄를 짓습니다.
1부에서 파우스트는 살인을 저지르기도 했고, 마르가레테라는 여인을 비극에 휘말리게 했습니다. 2부에서 파우스트는 아직 캐내지도 않은 금은보화를 보증 삼아 화폐를 발행하는 사기를 쳤고, 헬레나라는 여인을 적극적으로 탐했습니다. 심지어 자신이 꿈꾸는 복지 국가를 세운다는 명분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부리었고, 끝내 노부부와 나그네를 죽게 만들었습니다.
억지로 파우스트의 좋은 점을 찾아본다면, 그가 다른 사람들을 위한 복지 국가를 꿈꾸었다는 정도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노동력과 메피스토펠레스의 요술에 기대기는 했지만, 스스로를 구원하고자 끊임없이 시도했다는 점입니다.
파우스트는 정작 자기 눈앞에 있는 어느 누구도 구원하지 못했습니다. 파우스트는 어느 누구를 위해서도 희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늘 다른 사람들을 도구 삼았고, 메피스토펠레스의 요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향로를 구하기 위해 어머니들의 세계에 들어갈 때를 빼면 큰 위험을 감수한 적도 없습니다.
그러나 천사들과 마르가레테는 성모에게 파우스트를 구원해 달라고 간절히 부탁합니다. 마르가레테의 요청에 성모는 답합니다.
오너라! 더 높은 하늘로 오르라!
그 사람도 널 알아보면, 뒤따라오리라.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파우스트 2, 정서웅 옮김, 민음사, 1999, p.388
마지막 신비의 합창이 이어지며 ⟪파우스트⟫ 제2부의 막이 내립니다.
일체의 무상한 것은
한낱 비유일 뿐,
미칠 수 없는 것,
여기에서 실현되고,
형언할 수 없는 것,
여기에서 이루어진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 올리도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파우스트 2, 정서웅 옮김, 민음사, 1999, p.388
괴테는 파우스트의 구원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요? 제 얕은 수준으로는 두 가지밖에 찾지 못했고, 그마저 확실하지 않습니다.
첫째는 성모 마리아의 자비로움입니다. 온갖 죄를 지은 파우스트조차 구원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성모 마리아. 괴테는 영원히 여성적인 것에서 오는 ‘사랑’의 위대함을 예찬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둘째는 ‘중요한 것은 선한 의도다.’입니다. 마지막 신비의 합창에서 ‘미칠 수 없는 것, 여기에서 실현되고, 형언할 수 없는 것 여기에서 이루어진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즉 파우스트가 세우고자 했던 복지 국가는 선한 의도이며 이를 ‘미칠 수 없는 것’, ‘형언할 수 없는 것’이라 표현한 게 아닐까요? 그리고 그 선한 의도는 지상의 세계에서는 실현되기 어려우나 성모의 세계에서는 ‘실현되고,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즉 성모의 세계에서는 어떤 선한 뜻이든 이루어질 수 있으며, 성모에게 구원받기 위해서는 선한 뜻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닐까 합니다. 그런 관점이라면 파우스트가 구원받은 것이 납득됩니다. 결과야 어찌 됐든 파우스트가 악심을 품고 누군가를 해하려 한 적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부족하고 미숙한 저의 ⟪파우스트⟫ 독후감은 여기까지입니다. 배경지식도 부족하고 해석도 부족한 글이기에 혹여 제가 오해하거나 놓친 핵심이 있다면 댓글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