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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뚫기 Nov 02. 2023

당신이 속한 세계는 어디인가요?
일원론과 이원론.

『결국, 당신은 바뀔 것이다』 월리스 와틀스 지음

어서 오세요. 책을 읽고 소개하는 ‘우물 밖 청개구리’ 우구리입니다.


일원론과 이원론에 대해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독자님은 일원론과 이원론 중 어느 쪽 세계에 살고 있나요? 오늘은 일원론과 이원론에 대해 소개하려고 하는데요. 제 글을 다 읽고 나면 독자님의 삶이 어느 쪽에 가까운지 알게 되실 겁니다. 그리고 영화 매트릭스처럼 여러분께 파란약과 빨간약을 드릴 겁니다. 하나는 일원론의 세계, 다른 하나는 이원론의 세계를 향하는 약입니다. 독자님은 어떤 약을 선택하시게 될까요? 무척 궁금합니다.


월리스 와틀스, ⟪결국, 당신은 바뀔 것이다⟫, 진정성 옮김, 터닝페이지, 2023


오늘 소개할 책은 월리스 와틀스의 ⟪결국, 당신은 바뀔 것이다⟫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드디어 개운해졌습니다. 사실 저는 어릴 적부터 가시지 않는 찝찝함과 답답함을 느껴왔습니다. 제 삶이 나쁜 건지 좋은 건지 헷갈렸고, ‘뭐 이 정도면 행복한 거겠지. 더 바라는 것은 욕심이야.’라는 말로 스스로를 합리화했습니다. 그러나 문득문득 찾아오는 확실한 느낌이 있었으니, ‘왜 인지 모르겠지만 행복하지 않다.’ 였습니다. 그러던 마침내! ⟪결국, 당신은 바뀔 것이다⟫가 제 답답함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책은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네가 있을 곳은 이원론의 세계가 아니야. 너의 집은 여기, 일원론의 세계야.




1. 이원론과 일원론이란?


‘두 이 二, 시초 원 元, 논할 론 論’으로 이루어진 이원론은 세상이 본래 대립하는 두 개의 요소로 이루어졌다는 주장입니다. 예를 들어 세상이 ‘선과 악’ ‘빛과 어둠’처럼 대립하는 두 요소로 이루어졌다는 겁니다.


이원론 세상은 실제 우주라기보다 인간이 만들어낸 세계에 가깝습니다. 선, 악, 빛, 어둠 모두 인간이 만들어낸 말입니다. 과연 우주에 ‘선과 악’이라는 게 실제 할까요? 인간이 지구에 탄생하기 전부터 고정된 ‘선과 악’이라는 게 있었을까요?


결국 이원론의 핵심은 인간의 이성이 만들어낸 기준입니다. 그 기준에 의해서 ‘선과 악’ ‘옳고 그름’ ‘미와 추’가 구분되기 때문입니다.


반면 ‘한 일 一, 시초 원 元, 논할 론 論’으로 이루어진 일원론은 세상이 본래 하나의 요소로 이루어졌다는 주장입니다. 예를 들어 세상이 ‘불’ 또는 ‘물’ 같은 하나의 요소로 이루어졌다는 겁니다. 이 또한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가 오늘 소개할 일원론은 세상이 ‘태초의 본질’로 이루어졌다는 주장입니다.


빅뱅 이론을 아시나요? 우주가 대폭발로 시작되었다는 이론으로 우주의 탄생을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이론입니다. 빅뱅 이론을 달리 말하면 우주가 하나의 점에서 시작되었다는 말입니다. 하나의 점을 시작으로 우주는 팽창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온갖 형상이 일어났습니다. 즉 우주는 본래 하나였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결국, 당신은 바뀔 것이다⟫는 우주의 시작점을 ‘태초의 본질’이라 말합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같은 것을 두고 ‘도’라고 말합니다. ‘태초의 본질’은 만물에 흐르는 근본이며, 우리가 흔히 들어본 ‘순리대로 흘러가게 두어라’에서 ‘순리’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우주는 ‘태초의 본질’에서 시작되었고 ‘태초의 본질’이 품은 뜻대로, 순리대로, 만물이 태어나고 사라집니다. 따라서 ‘태초의 본질’을 따르면 마음에 걸리는 일이 없으나 ‘태초의 본질’을 거스르면 불행이 싹틉니다.



2. 이원론(경쟁)과 일원론(창조) 속 삶의 모습


이원론의 핵심은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인간의 이성이 만들어낸 ‘기준’입니다. 그 기준에 따라 ‘선과 악’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세계가 이원론 세계입니다.


이원론 세계에서 인간이란 어떤 존재일까요? 이때 인간이란 기준에 따라 우월한지 열등한지 결정되는 존재입니다. 민족, 국가, 종교마다 강조하는 기준이 다르기에 똑같은 사람도 어떤 집단에 속하는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집니다. 또한 그 기준이라는 걸 인간이 만들었기에 이원론 세계에서 인간은 다른 동물이나 식물보다, 때로는 자연보다 우월한 존재입니다.


이원론 세계에서 인간들은 어떤 관계를 맺을까요? 간단히 말하자면 ‘수직적’입니다. 우열을 가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간은 끊임없이 우월한 자리에 오르기 위해 경쟁해야 합니다. 때로는 우월한 위치에 오르기 위해 비열한 방법으로 상대를 끌어내리기도 합니다. 경쟁이 치열하지만 대신 높은 자리를 차지할수록 막대한 부귀영화를 보상받습니다.


반면 일원론의 핵심은 ‘태초의 본질’, 순리입니다. 일원론 세계에서는 ‘선과 악’ ‘옳고 그름’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고 애매합니다.


일원론 세계에서 인간이란 어떤 존재일까요? 이때 인간은 고유하고 고귀한 존재입니다. 인간뿐 아니라 만물이 ‘태초의 본질’을 품은 고유하고 고귀한 존재입니다. ‘태초의 본질’의 입장에서는 한 국가의 생존이나 풀 한 포기의 생명에 걸린 무게가 다르지 않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 다를 뿐 만물은 ‘태초의 본질’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만물은 모두 다 ‘태초의 본질’의 자식인 셈입니다.


일원론 세계에서 인간들은 어떤 관계를 맺을까요? 이원론 세계와 달리 일원론 세계에서 관계는 ‘수평적’입니다. 우열이 없습니다. 모든 존재는 자신의 최선을 향해 끝없이 창조하고 성장합니다. 마치 풀 한 포기가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않고 늘 최선의 모습을 향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작은 변이가 쌓여 새로운 종으로 진화하기도 합니다. 풀은 풀대로 나무는 나무대로 물은 물대로 인간은 인간대로 고귀한 채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갑니다.



3. 공감과 동조


오래전에 ‘공감과 동조의 차이’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동조의 핵심은 ‘같은 가치판단’이다. 가치판단에는 기준이 있고 그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나누기 때문에 동조하면 아군, 동조하지 않으면 적군이 된다. 예를 들어 비혼주의자는 결혼예찬론자의 의견에 동조할 수 없고, 여당 지지자는 야당 지지자의 의견에 동조할 수 없다.

반면 공감의 핵심은 ‘같은 감정 표현’이다. 같은 감정을 표현하는 데 가치판단은 불필요하고 오히려 독이 된다. 또한 가치판단이 다르더라도 공감은 충분히 가능하다. 예를 들어 비혼주의자도 결혼 생활 속 상처받은 사람을 공감할 수 있고, 여당 지지자도 정치적 사건으로 상처 입은 야당 지지자를 공감할 수 있다.

책을 품은 우구리


내가 동조의 방식으로 살아간다면, 모든 사람을 적과 아군으로 구분한다면, 다른 의견을 가진 상대에게 화가 난다면, 나는 이원론 세계에 속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동조의 방식은 극단적인 두 종류의 감정을 낳습니다. 하나는 우월감과 안정감이고 다른 하나는 열등감과 불안·공포입니다.


내가 공감의 방식으로 살아간다면, 모든 사람을 고유한 존재로 인정한다면, 다른 의견을 가진 상대에게 존중과 존경을 품는다면, 나는 일원론 세계에 속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공감의 방식은 하나의 감정을 낳습니다. 바로 감사함입니다.



4. 빨간약과 파란약, 어떤 약을 드시겠어요?


빨간약을 먹으면 동조 전문가가 되고, 파란약을 먹으면 이해 전문가가 된다고 해보겠습니다. 독자님은 어떤 약을 먹고 싶으신가요?


사실 우리는 일상 속 대부분을 동조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듯합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 눈치를 보고, 직장에서는 상사의 눈치를 보고, 가게에서는 손님 눈치를 봅니다. 눈치를 본 끝에 상대의 기준을 거스르지 않는 말을 찾아내어 던집니다. 우리는 늘 자기 바깥에 있는 정답을 찾아내려 애써야 합니다. “너 참 사회생활 잘한다!”라는 칭찬은  “너는 너의 목소리를 잘 죽이고 내가 원하는 말을 척척 잘 해낸다!”라는 의미겠지요.


사회생활 잘한다 = 동조 전문가


그런데 ⟪결국, 당신은 바뀔 것이다⟫는 다른 세계, 더 나은 세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곳이 바로 ‘태초의 본질’이 어디에나 가득한 일원론 세계이자 ‘공감의 방식’으로 관계 맺는 세계입니다.


세상 만물이 ‘태초의 본질’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즉 ‘태초의 본질’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풀, 나무, 물, 불, 사람, 자연, 우주 모두 ‘태초의 본질’을 품고 있습니다. 따라서 만물은 ‘태초의 본질’이 품은 뜻대로 살아갑니다. ‘태초의 본질’은 만물이 늘 최선의 모습을 향하도록 하며 끝없는 재창조를 통해 진화(성장)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유독 인간은 ‘태초의 본질’과 멀어집니다. ‘태초의 본질’과 분리된 의식(이성) 때문입니다. 인간은 이성을 통해 인간만의 세상을 창조했습니다. 바로 이원론 세계입니다. 인간은 다양한 민족, 국가, 종교를 만들어내고 만들어낸 것을 진리라고 믿으며 살아갑니다. 그런 과정에서 인간은 자연·우주보다 우월하다는 오만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당신은 바뀔 것이다⟫는 우리의 의식을 다시 ‘태초의 본질’과 연결하라고 요구합니다. ‘태초의 본질’은 만물이 최선의 모습을 향하고 끝없이 성장하기를 바라기에 ‘태초의 본질’과 연결된 인간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 그토록 바라는 부자가 되는 것도 어렵지 않고, 건강한 삶을 누리는 것도 어렵지 않고, 위대한 사람이 되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말합니다.


저는 끝없는 경쟁, 끝없는 우열관계, 끝없는 노예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나름 괜찮은 집단에 속함으로써 누리는 거짓된 행복이 사라질까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결국, 당신은 바뀔 것이다⟫가 안내하는 삶이 무척 반가웠습니다. 일원론 세계 속 삶, 모든 존재가 고유하고 고귀한 삶, 수평적 관계로 촘촘한 삶, 동조가 아닌 이해로 가득한 삶을 오래도록 꿈꿔왔기 때문입니다.


저는 파란약을 먹으려고 합니다. 모든 존재가 고유하고 고귀한 세계에 발을 들입니다. 그 속에서 저는 저의 최선을 향해 나아갑니다. 저의 고유함을 바탕으로 끝없이 창조하고 성장하는 삶을 살려고 합니다. 저는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저는 천지자연의 도가 흐르는 초인입니다.



5. 추신


오늘 이야기는 다소 허무맹랑하거나 현실과 맞지 않는 이상적인 이야기로 느껴지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일원론 세계에 대한 확신이 있습니다. 독자님이 어떤 세계를 선택하느냐는 독자님의 몫이니 저는 응원할 뿐입니다. 혹시나 일원론 세계가 맞는 거 같긴 한데 확신이 없는 분들을 위해 관련 책을 추천드립니다. 저는 아래 소개한 책과 ⟪결국, 당신은 바뀔 것이다⟫를 통해 확신에 이르렀기에 독자님께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불교의 공 사상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야마구치 슈의 ⟪비즈니스의 미래⟫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과 ⟪싯다르타⟫
노자의 ⟪도덕경⟫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간접적으로 과학 관련 책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김상욱의 ⟪떨림과 울림⟫
유시민의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한스-게오르크의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제 브런치에 소개한 책들의 리뷰글이 있으니 참고하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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