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리바이어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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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참 이기적이다”는 말을 들으면 어떠신가요? ‘내가 왜?’ ‘내가 뭘 잘못했나?’라는 생각이 저는 대번에 올라오는데요. 아마 여러분들도 ‘이기적이다’는 말을 기분 좋게 듣지는 않으실 거예요. 왜냐하면 다들 한 번쯤은 이기적인 사람 때문에 고생한 경험이 있기 때문 아닐까요?
실제로 이기적인 사람이 단 한 명만 있어도 평화가 깨지기 마련인데요. 특히 직장에서 상사든, 동료든, 아랫사람이든 이기적인 사람이 단 한 명만 있어도 직장 생활이 무지무지 피곤해지지 않던가요?
그런데 최근에 한 가지를 깨달았어요. 사실 이기적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사실이에요. 저와 여러분은 물론 심지어 나무와 풀도 이기적이라는 건데요. ‘이기적이다’는 말에 저만의 정의를 내리고 보니 세상이 달리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책뚫기 사전 속 ‘이기적이다’는 말의 뜻과 그 뜻으로 보면 달리 보이는 세상 이야기, 지금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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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을 보고 ‘이기적이다’라고 말해요. 그런데 오늘은 ‘이기적이다’는 말을 다르게 정의해보려고 하는데요. 지금부터 ‘이기적이다’를 ‘자신의 생존경쟁력을 높이려는 성향’이라 정의 내려볼게요.
이 정의에 따르면 우리는 모두 이기적이에요. 나무는 나무대로, 풀은 풀대로 자신의 생존경쟁력을 높이려고 애써요. 우리 인간도 다 자기 나름대로 생존경쟁력을 높이려고 애쓰지요. 쉽게 말해 우리 모두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는데요. 그게 바로 ‘이기적’이라는 거예요.
예를 들어 밥 먹기, 잠자기,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공부하기, 취직하려고 스펙 쌓기, 결혼을 선택하거나 혹은 포기하기, 자녀를 낳거나 혹은 자녀를 낳지 않는 선택 들이 이기적인 행동이에요. 모두 자신의 생존경쟁력을 높이려는 행동이니까요.
우리 모두는 이기적이어서 각자의 생존경쟁력을 높이려고 애써요. 그런데 어떤 사람은 남을 자주 배신하고요. 반면 어떤 사람은 남에게 자주 협력해요. 우리는 모두 이기적인데 왜 이런 행동 차이가 생기는 걸까요?
제가 내린 답은,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우리 모두는 이기적이지만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른 생존 전략을 선택한다는 거예요. 특정 상황에서는 배신이 유리한 생존 전략이고, 또 다른 상황에서는 협력이 유리한 생존 전략이라는 거예요.
풀어서 설명하기 위해 먼저 우리가 주로 처할 수 있는 두 가지 상황을 소개해볼게요. 하나는 제로섬 상황이고, 다른 하나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이에요.
첫째로 소개할 상황은 제로섬(Zero-Sum) 상황인데요. 제로섬 상황이란 한정된 자원을 두고 경쟁하는 상황이에요.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에 내가 많이 가져갈수록 다른 사람은 적게 가져갈 수밖에 없어요. 따라서 제로섬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원을 최대한 빨리 선점하거나, 상대의 것을 빼앗는 등의 전략이 필요해요. 심지어 상대의 뒤통수를 치거나 배신하는 것이 아주 훌륭한 전략이겠죠?
둘째로 소개할 상황은 죄수의 딜레마 상황이에요. 죄수의 딜레마 상황이란 단기적으로는 배신하는 게 이득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서로 협력하는 게 이득인 상황을 뜻하는데요. 상상의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돈이 많은 부자가 두 사람을 테이블에 앉혀 놓고 게임을 시작해요. 두 사람은 각각 두 장의 카드를 들고 있는데요. 한 장에는 ‘협력’, 다른 한 장에는 ‘배신’이 적혀 있어요. 두 사람은 협력과 배신 카드 중 한 장을 선택해 테이블 위에 뒤집어 올려두는데요. 두 사람이 선택을 마치면 부자는 두 사람의 카드를 확인하고 결과에 따라 돈을 주거나 빼앗아요. 이때 나올 수 있는 결과의 경우의 수는 다음과 같아요.
결과 1. 상호 협력. 상호 +300만 원
결과 2. 상호 배신. 상호 -10만 원
결과 3. 나 협력 -100만 원, 상대 배신 +500만 원
결과 4. 나 배신 +500만 원, 상대 협력 -100만 원
여러분이 게임 참가자라면 ‘협력’과 ‘배신’ 중 어떤 카드를 선택할 건가요?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무조건 ‘배신’ 카드를 선택할 거예요. 왜냐하면 ‘협력’ 카드를 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결과는 +300만 원과 -100만 원으로 평균 +100만 원인 반면, ‘배신’ 카드를 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결과는 -10만 원과 +500만 원으로 평균 +245만 원이기 때문이에요. 이와 같은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단기적으로는 ‘배신’을 해야만 해요.
그런데 이때 부자가 한 가지 규칙을 추가해요. 단판이 아니라 같은 게임을 10번, 100번 반복하자는 거예요. 그렇다면 이때 여러분이 참가자라면 ‘협력’과 ‘배신’ 중 어떤 카드를 주로 선택할 건가요?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상호 협력을 만들어내려고 애쓸 거예요. 왜냐하면 내가 ‘배신’ 카드를 고집하면 상대도 ‘배신’ 카드를 고집할 테고, 결국 나와 상대 모두 -10만 원 적자를 반복하게 될 거예요. “10만 원의 적자쯤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복되는 게임 속에 적자는 -1000만 원까지도 늘어날 수 있어요.
따라서 장기적으로 반복되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가장 이상적인 선택은 서로 ‘협력’ 카드를 내는 거예요. 그럼 두 사람은 매번 300만 원씩 이득을 보고, 결과적으로 물주인 부자의 돈을 600만 원씩 뜯어낼 수 있어요.
지금까지 이야기를 정리해 볼게요. 우리는 모두 이기적이어서 각자 자신의 생존경쟁력을 높이려고 애써요. 다만 생존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른데요. 첫째, 제로섬 상황 또는 단판으로 끝나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는 독점, 갈취, 배신 등이 훌륭한 생존전략이에요. 반면 둘째, 반복되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는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를 늘리는 게 훌륭한 생존전략이에요.
우리는 흔히 ‘타인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사람’을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불러왔어요. 지금부터 이런 사람을 ‘가해적 이기주의자’라고 부를게요. 반면 장기적 안목으로 상호 협력을 추구하는 사람을 ‘협력적 이기주의자’라고 부를게요.
지금부터 ‘가해적 이기주의자’를 이해하려 시도해 볼 건데요. 앞서 소개한 제로섬 상황과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이용해 볼게요. 설득이 되는지 한번 들어주세요.
먼저 ‘가해적 이기주의자’의 과거를 상상해 볼 수 있어요. 어쩌면 ‘가해적 이기주의자’는 어렸을 때 제로섬 상황에서 살아왔을지도 몰라요. 경제적 또는 정서적 자원이 매우 부족한 극한 상황에서 성장했다면 그 사람에게 독점과 갈취, 배신 등은 주요한 생존 전략이었을 거예요. 그리고 그게 습관으로 굳어져 ‘가해적 이기주의자’가 탄생하게 돼요.
둘째로 ‘가해적 이기주의자’가 과거가 아닌 현재 제로섬 상황에 놓여 있을 수 있어요. 좋은 자리나 보상이 지극히 제한적인 상황이거나, 특정 조건을 채우지 못하면 해고당하는 등의 극한 상황이라면 독점과 갈취, 배신은 꼭 필요한 생존 전략일 거예요.
셋째로 ‘가해적 이기주의자’는 타고나기를 순간적인 본능에 충실한 사람일 수 있어요. 다시 말해 장기적인 이익보다는 단기적인 이익에 집중하는 사람일 수 있는데요. 이런 사람은 매 순간을 단판으로 끝나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으로 생각하기에 협력보다는 배신을 선택해요.
어떤가요? ‘가해적 이기주의자는 어떻게 탄생할까?’라는 질문에 제로섬 상황과 단판으로 끝나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으로 답해보았는데요. 그럴듯한가요?
지금부터는 ‘가해적 이기주의자’를 줄여서 가해자, ‘협력적 이기주의자’를 줄여서 협력자라고 할게요.
우리는 왜 가해자를 보면 화가 날까요? 제 답은 간단한데요. 우리가 협력자 때문이에요.
풀어서 설명해 볼게요. 장기적인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훌륭하게 생존해 온 ‘협력적 이기주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인데요. 상대가 협력할 거란 신뢰가 없다면 상호 협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에요.
여기서 잠깐,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둘러볼게요.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신뢰 수준이 높은 ‘협력적 이기주의자’들의 세상이라 할 수 있어요. “신뢰 수준이 높다고?”라며 화를 내실 분들도 있을 듯한데요. 조금 더 설명해 볼게요.
먼저 질문을 드려볼게요. 여러분 운전하는 게 무섭지 않나요? 우리는 옆으로 겨우 1~2m 간격을 두고 시속 60km 이상의 속도로 매일 질주하고 있어요. 겨우 페인트로 그려진 선만 있을 뿐 어떠한 방어벽도 없이 그토록 빠른 속도로 매일매일 질주해요.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답은 간단해요. 우리가 신뢰 수준이 높은 협력적 이기주의자들의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에요. 모두가 신호를 지키고 차선을 지킬 거라는 신뢰가 있기에 자동차를 탈 수 있어요. 즉 우리는 매 순간 서로 협력함으로써 모두가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각자 원하는 장소로 이동할 수 있는 거예요. 장기적인 죄수의 딜레마 상황 속에서 서로 협력하여 윈윈하고 있는 거지요.
그런데 만약 차선과 신호를 지키지 않는 운전자가 나타나면 어떻게 될까요? 혼자만 빨리 가겠다고 신뢰를 깨버리는 가해적 이기주의자의 등장은 자칫 대형 추돌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데요. 수많은 협력적 이기주의자들이 공들여 쌓은 탑을 단 한 명의 가해적 이기주의자가 너무나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 거예요.
따라서 협력적 이기주의자의 눈에 가해적 이기주의자는 눈엣가시를 넘어 생존 위협,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어요. 협력적 이기주의자들이 공들여 만든 신뢰가 소수의 가해적 이기주의자들의 분탕에 너무나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말이에요. 그리고 신뢰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협력적 이기주의자’들은 이전과 같은 복지를 누릴 수 없게 되지요.
오늘은 ‘우리 모두가 이기적이다’, 하지만 ‘처한 상황에 따라 가해적 또는 협력적 이기주의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협력적 이기주의자에게 가해적 이기주의자는 생존 위협이다’는 이야기를 들려드렸는데요. 어떠셨나요? 재미있으셨나요?
그리고 혹시 이런 질문이 떠오르지는 않았나요? ‘그럼 가해적 이기주의자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그래서 가해적 이기주의자를 대처하는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방법은 다음 영상에 소개하려고 하는데요. 다음 영상도 많이 많이 기대해 주세요.
지금까지 책뚫기의 북라디오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독과 좋아요로 제 마음을 뚫어주세요.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과 소식도 많이 많이 남겨주시고요.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