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맞히기 식 삶에서 벗어나기
저는 정답 맞히기 식 삶에서 벗어나 제 내면의 목소리를 찾기 위한 여정 중입니다. 이를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기, 10쪽 독서, 꽂힌 문장 글쓰기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을 하느냐’ 만큼 ‘무엇을 하지 않느냐’ 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뇌가 오염된다.
아침 일찍 일어나 긍정 선언을 하고 독서를 시작합니다. 눈에 꽂힌 문장들을 메모하고 저녁에는 그와 관련된 글을 씁니다. 하루하루를 똑같은 루틴으로 채우다 보니 출퇴근 운전길에서도, 화장실에서 볼일 보는 동안에도, 샤워를 하는 동안에도 그와 관련된 생각이 제 머릿속을 맴돕니다. 그러다가 번뜩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기도 하고, 여러 생각이 하나로 합쳐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주 왜 책 저자들처럼 살지 못할까 한탄하기도 합니다.
며칠 전, 저는 한 달 동안 열심히 살아온 저를 축하하며 오랜만에 묵혀둔 애니메이션을 봤습니다. 두 편만 보려고 했는데, 어라? 두 편이 세 편이 되고, 세 편이 네 편이 되고, 네 편이…… 어째서…… 오랜만에 12시를 훌쩍 넘겨 잠에 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핸드폰 알람 소리에 깨어난 저는 깨질듯한 세상을 경험했습니다. 도대체 애니메이션이건 드라마건 왜 이렇게 다음 내용이 궁금하게 만든단 말입니까!
문제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출퇴근 운전길에서도, 화장실에서 볼일 보는 동안에도, 샤워를 하는 동안에도 제 머릿속에서는 어제 본 영상이 계속 되풀이되고 있었습니다. 그만! 그만!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차려도 이미 무거운 엉덩이로 자리 잡은 녀석은 방을 뺄 생각이 없어 보였습니다. 뇌가 오염되었구나…… 동시에 애니메이션을 또 보고 싶다는 욕구가 강력하게 느껴졌습니다. 미쳤나? 정신 차리라!
오염된 뇌는 시간이 흐르니 조금씩 정화되었습니다. 이삼일 걸린 듯합니다. 무거운 엉덩이가 조금씩 가벼워지더니 결국 자리를 비켜주었습니다. 이제 다시 제 고민 그리고 책과 관련된 생각이 제 머릿속을 맴돌고 있습니다. 휴~ 다행입니다.
뭔가를 무시하는 것은 뇌가 의식적으로 힘을 써야 하는 적극적인 행동이다. 어쩌면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어, 친구와 커피를 마시는데 휴대전화를 앞에 두었다고 하자. 어쩌면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뒤집어놨을 수도 있다. 그리고 친구와 함께 있는 동안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싶은 충동과 싸우며 ‘전화 안 볼 거야’라고 계속 생각해야 한다. 매일같이 뭔가가 우리 뇌에 수백 번의 자잘한 도파민 주사를 놓고, 뇌는 이를 무시하기 위해 에너지를 쏟는다. 사실 이는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닌데, 왜냐하면 뇌는 더 많은 도파민을 주는 게 무엇인지 찾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출처: 안데르스 한센, 인스타 브레인, 김아영 옮김, (동양북스, 2020), 104-105
최근 글쓰기 양치기 소년이 되면서 보잘것없지만 꾸준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기록으로 남기고 싶기도 하고, 다른 분들의 조언도 듣고 싶어서 브런치와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신기하게도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늘어났습니다. 브런치와 블로그를 합쳐도 하루 평균 15회의 조회수가 최근에는 40회 정도로 늘어났습니다. 간혹 라이킷(공감)을 20개 받는 날이면 이루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끼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또 저를 좀먹기 시작했습니다. 자투리 시간이 나기만 하면 핸드폰을 켜서 통계를 누르는 저를 마주하고 말았습니다. 우와! 조회수가 그새 늘었네! 오늘은 조회수가 좀 저조하네…… 우와 라이킷(공감) 알림이 떴네! 누가 눌러주셨지? 정답 맞히기 식 삶에서 벗어나 제 내면의 목소리를 찾기 위한 수단인 브런치와 블로그가 어느새 제 삶의 목적이 된 꼴을,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하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SNS 사용량이 많은 사람들은 왜 더 외롭고 우울하다고 느낄까? 디스플레이 앞에 앉아 있느라 친구를 실제로 만날 시간이 없어서? 어쩌면 이들은 SNS를 통해 행복해하는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우울해지고 혼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정신 건강에 SNS가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사회적 계층 속에서 차지하는 자신의 지위가 중요한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
출처: 안데르스 한센, 인스타 브레인, 김아영 옮김, (동양북스, 2020), 153
세로토닌은 평온, 조화, 내면의 힘과 연관되어 있다. 그런데 세로토닌은 우리의 기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무리에서 차지하는 지위에도 중요하다. 연구자들이 버빗 원숭이 무리를 관찰한 결과, 원숭이 무리의 우두머리 수컷은 세로토닌 수치가 더 높았다. 지위가 낮은 다른 원숭이보다 2배 가까이 높았던 것이다. 이는 우두머리 수컷이 자신의 강력한 사회적 입지를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자신감이 넘치는 것이다.
세로토닌은 인간에게도 유사한 영향을 미친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미국의 대학생들을 조사해보니, 기숙사에서 오래 생활하면서 리더 역할을 한 학생들의 세로토닌 수치가 갓 입사한 학생들보다 더 높았다.
출처: 안데르스 한센, 인스타 브레인, 김아영 옮김, (동양북스, 2020), 155
라이킷(공감)을 괴물처럼 흡수하는 다른 분들 앞에 저는 초라하고 작아졌습니다. 네네 맞습니다. 며칠 전만 해도 ‘훌륭한 글이 아니라 글을 많이 쓰는 글쓰기 양치기 소년이 될 거야!’라고 선언했던 사람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너무나 멋진 글을 쓰고, 엄청난 라이킷(공감) 수를 받는 분들을 보면 절로 현실의 벽을 느끼게 됩니다.
결국 SNS에 접속하는 시간을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들어가지 않고, 딱 정해놓은 시간만 브런치와 블로그를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저의 알량한 기대감과 얄팍한 자존감을 위해서, 제가 저를 보호하고 보살피기 위해서는 이 방법뿐인 듯합니다.
제가 제 내면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 실천하는 것은 10쪽 독서와 꽂힌 문장 글쓰기입니다. 그리 대단하지도 않은 일인데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아침 일찍 학교에 미리 출근하여 10쪽씩 8권의 책을 읽으려고 하는데 네 권만 읽어도 훌쩍 아이들 등교시간이 찾아옵니다. 고작 40쪽의 책을 읽는데 1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립니다. 독해력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책에서 꽂힌 구절을 타고 과거 여행을 하기도, 미래 여행을 하기도, 생각 여행을 하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그럴 때마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집중해! 라며 다시 책에 집중했지만, 지금은 저의 생각 여행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 속에 제 내면의 목소리가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여튼 문제는 네 권의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파레토의 법칙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80퍼센트의 생산량은 20퍼센트의 투입량으로부터 나온다.”
(중략)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질문을 잣대로 삼아 내 사업과 개인적 삶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1. 내 문제와 불행의 80퍼센트를 일으키는 20퍼센트의 원인은 무엇인가?
2. 내가 원하는 수입과 행복의 80퍼센트를 창출하는 20퍼센트의 원인은 무엇인가?
(중략)
내가 한 첫 번째 결정만 봐도 이 분석적 제거 방법을 통해 거두어들일 수 있는 수익이 얼마나 엄청나고 빠른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95퍼센트의 고객과는 계약을 해지했고, 2퍼센트는 아예 잘라 버렸으며, 특징을 분석해 모방할 수 있도록 상위 3퍼센트의 고객만 남겨 두었다.
결과를 보면, 120곳 이상의 도매 고객 중에서 단지 5곳 고객이 수입의 95퍼센트를 가져다주었다. 이 5곳의 회사는 어떤 후속적인 전화나 설득, 감언이설 없이도 정기적으로 주문을 했기 때문에, 나는 내 시간의 98퍼센트를 나머지 회사들을 쫓아다니며 일을 처리하는 데 쓰고 있었다.
출처: 팀 페리스, 나는 4시간만 일한다, 최원형 윤동준 옮김, (다른상상, 2017), 82-84
우와! 팀 페리스 저자의 결단력에 놀랐습니다. 파레토의 법칙을 자신의 사업에 적용하여 자기 고객의 97퍼센트를 스스로 포기하다니, 저라면 상상조차 못 할 일입니다.
그는 결단을 통해 97퍼센트의 고객을 포기했지만, 수입 측면에서 보면 고작 자기 수입의 5퍼센트만 포기한 셈입니다. 게다가 시간 측면에서 보면 평소 일처리에 사용했던 시간의 98퍼센트를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제게 하루에 추가로 필요한 시간은 단 한 시간입니다. 퇴근 후에는 육아와 꽂힌 문장 글쓰기를 해야 하니 근무 시간 중에 어떻게든 한 시간을 만들어내고 싶었습니다. 혹시 파레토의 법칙을 활용하면 가능할까 싶어 저도 저자처럼 고민해보았습니다.
아이들이 등교한 순간부터 하교할 때까지는 여유시간이 없습니다. 수업, 쉬는 시간, 수업, 쉬는 시간의 반복이고, 급식 시간도 급식 지도를 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하교하고 나면 2시 또는 2시 40분, 이후 약 3시까지 부진 학생 지도를 합니다. 어느덧 3시입니다. 퇴근 시간까지 1시간 30분이 남았습니다. (초등학교 교사들은 8시 30분 출근하고, 급식 지도를 하는 점심시간도 근무시간으로 인정받기에 퇴근 시간이 4시 30분입니다. 지역에 따라 상이할 수 있습니다.) 이때부터 행정 업무와 수업 준비를 해야 합니다. 수업의 큰 틀은 한 주치를 미리 준비해두기에 서둘러 마친다면 1시간이 조금 못 되는 독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3시가 되면 방과후교실(컴퓨터, 방송댄스, 미술, 독서논술 등)을 마친 아이들이 스멀스멀 다시 교실로 돌아옵니다. 하하하. 참 예쁘고 멋지고 아름다운 아이들이 스르륵 미끄러지듯 교실로 들어와 제게 말을 겁니다. 선생님 저 다음 주에 자격증 시험 보러 가요. 대단하죠? 선생님 저 미술 방과후에서 오늘 이거 만들었어요. 어때요? 선생님은 뭐 하고 있었어요? 선생님 반에서 놀다가도 돼요? 그래, 대신 쌤한테 말 걸지 마. 쌤 바쁘니까. 네~ 근데 선생님 오늘 체육 했잖아요. 제가 몸 날려서 공 살려낸 거 선생님도 봤죠? 와 진짜 그때 저 대단하지 않았어요? $@&@^@%#@()^^ 하하하. 그래.
저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3시가 되면 교실에서 노트북을 들고 교재연구실(교육 자료를 모아놓고, 교사들이 회의할 때 사용하는 공간)로 도망가기로. 행정 업무와 다음날 수업 준비를 재빨리 마치고, 단 30분이라도 책을 읽겠다는 의지를 품고요! 아이들의 말을 들어주는 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저도 아이들과 같이 놀고 싶기는 한데, 늘 제자리걸음인 저로 남는 건 싫어서요.
미안하다 애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