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꿈과 목표

정답 맞히기 식 삶에서 벗어나기

by 책뚫기

나는 지나치게 목표지향적으로 살아왔고, 쉬는 날에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해 TV라도 보고 있어야 안심이 됐다. 교육대학교 합격 소식을 확인하던 날, 그리고 교사 임용고시 합격 소식을 확인하던 날, 나는 기쁘기보다 안도했다. 내 노력과 삶이 부정당하지 않아 다행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니라 회생하기 어려운 나락에 떨어지는 일이야! 나는 그런 나락에 빠지지 않고 안전하게 탈출했어! 내 인생은 늘 불안과 탈출의 연속이었다.






꿈이란 하고 싶은 무언가(행위)고
목표는 하고 싶은 무언가를 위해 가야 하는 지점이다.

김경일 교수, 와이스트릿 Ystreet 인터뷰 중


내게는 두 분의 할아버지가 계신다. 친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다. 두 분 다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는 비슷하지만 두 분의 눈에 담긴 총기(총명한 기운)는 다르다. 친할아버지의 눈에는 총기가 가득하다. 여전히 자가용을 직접 운전하고 다니실 만큼 정정하시다. 반면 외할아버지의 눈에서는 무력함, 무망(희망이 존재하지 않는) 감이 느껴진다. 아프신 몸, 구부러진 허리, 표정을 잃은 얼굴.


친할아버지에게는 친할머니가 계신다. 외할아버지는 외할머니를 여의셨다. 친할아버지는 흡연을 안 하시고, 외할아버지는 흡연을 하신다. 친할아버지는 말이 많으시고, 외할아버지는 말이 없으시다. 그리고 친할아버지에게는 종교가 있고, 외할아버지에게는 종교가 없다.


친할아버지의 종교는 유교다. 친할아버지는 수년 전, 뿔뿔이 흩어져 있던 조상님들의 묘를 찾아 대 이장(무덤을 옮겨 씀) 계획을 짜셨다. 친척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돈을 걷고, 선산을 다듬고, 묘를 이장하고, 조경수를 심고, 비석을 세우고, 대리석 재단을 놓으셨다. 선녀인지 뭔지 석상도 놓으셨다. 그리고 나의 부모님과 상의하여 선산 아래 평지에 작은 주택을 지으셨다.


친할아버지는 자주 선산에 있는 작은 시골집에 간다. 조상님들께 인사도 드리고, 묘 상태도 보고, 시골집 뒤로 농사도 짓는다. 깻잎도 심어보고, 고추도 심어보고, 감나무 가지도 치고, 이것저것 심고 수확하고, 다시 심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꼭 내게 전화를 하신다. 아야~ 감 딸 때가 됐다. 이번 주말에 오거라. 아야~ 깻잎 안 필요하냐? 아야~ 다음 주말에 벌초하러 오거라.


친할아버지는 조상님이 살펴주신 덕이라 말한다. 우리 가족들이 건강한 거도, 내가 임용고시에 합격한 거도, 사촌동생들이 일자리를 얻은 거도, 내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사는 거도. 그래서 벌초도, 시제도, 명절도 빼먹지 않고 챙긴다.


친할아버지는 도시에서 삶도 활발하다. 새벽부터 일어나 물 한 잔과 국민체조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때가 되면 복지관에 가신다. 아코디언도 배우고, 컴퓨터도 배운다. 늘 곁에 함께 하는 친할머니는 요가와 스포츠 댄스를 배우고 급식 봉사를 한다.


반면 외할아버지는 종교가 없다. 특별히 배우는 것도, 특별히 가꾸는 것도, 특별히 공 들이는 일도 없다. 그저 때가 되면 밥을 먹고, 집 앞 산책길을 몇 바퀴씩 돈다. 한 주에 한두 번, 독거노인을 살피는 공무원의 케어를 받으시는데 치매 예방을 위해 색칠 공부나 종이 접기 등을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집 안에서 넘어져 수술을 받고 요양원에 들어갔다.


친할아버지는 조상님을 위해 선산을 가꾸는 꿈, 무언가를 배우는 꿈, 자손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꿈이 있다. 그리고 그 꿈을 위해 퇴직 전까지 직장 일을 열심히 했고, 현재 사는 집을 장만했고, 선산으로 대 이장 계획을 완수했고, 시골집을 지었다. 친할아버지는 꿈이 있는 사람이고, 꿈은 도착점이 아닌 행위이기에 지금도 그 꿈을 향유하며 살고 있다. 친할아버지의 총기는 꿈에서 나오는 듯하다.


반면 외할아버지는 꿈이 없는 듯하다. 이제는 목표도 없는 듯하다. 외할아버지의 눈에는 무력함, 무망감이 가득하다.






꿈만 있는 사람은 허황되고 (성실해지기 어렵고)
목표만 있는 사람은 무망 하다. (속도만 내게 되고 끝내 무망 하다)

김경일 교수, 와이스트릿 Ystreet 인터뷰 중


김경일 교수님은 건물주가 되는 건 좋은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꿈이 없이 건물주가 된다는 목표만 있다면 건물주가 된 뒤에 남는 것은 무망감이라 말한다. 예를 들어 건물주가 되어서도 근검절약하고 베풀지 않고 인색하게 구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꿈이 없이 건물주가 되기까지의 성공 습관만 몸에 남아 있는 삶인 거다.


나의 미래는 친할아버지의 삶에 가까울까? 외할아버지의 삶에 가까울까?



나의 삶의 방식은 나의 어머니와 닮았다. 나의 어머니는 목표지향적이다. 게다가 무척 성실하고 헌신적이다. 나는 어머니가 성실과 헌신으로 빚은 진주 같은 작품이다. 때문에 나 또한 어머니의 삶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어머니는 늘 열심히 살았다. 남편 뒷바라지를 하느라, 자식 둘을 키워 대학을 보내느라, 자신의 삶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어머니 삶의 목표는 늘 타인의 것이었다. 어머니는 새벽 6시경에 남편의 출근과 두 아들의 등교 준비로 하루를 시작했다. 어머니는 아침 9시에 만화가게 문을 열고, 저녁 10시가 넘어 문을 닫았다. 퇴근 후에 밀린 집안일을 다 하고 나면 12시 또는 새벽 1시가 되어서야 하루를 마쳤다. 어머니의 시간은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모두 근로시간이었다. 그렇게 살았으면 경제적으로는 여유로웠어야 하는데, 삶은 어머니에게 자기 삶을 돌볼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환갑. 어머니의 인생이 60바퀴 돌았다. 그동안 아버지는 퇴직을 앞두게 되었고, 두 아들은 직장을 얻었다. 첫째 아들인 나는 결혼하여 애를 낳았고, 둘째 아들인 동생은 내년에 결혼을 앞두고 있다. 어머니는 삶이 주어준 무거운 목표들을 너무나 멋지게 해냈다. 동시에 어머니의 삶을 지탱하던 목표들이 끝나가고 있다.


몰라. 요즘 엄마가 잉여인간이 된 거 같아. 엄마 약간 우울증인가 봐.


최근 들어 나 또한 나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도대체 나는 누구지? 내가 좋아하는 건 뭐야?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거지? 정답 맞히기 식 삶에서 벗어나 내 내면의 목소리를 찾고 싶어! 30대 부부 교사의 배부른 고민이라 생각했다. 교사 월급과 복지 수준이면 육아도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주제에 진로 고민? 누구는 교사가 되고 싶어도 못 돼서 안달인데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살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고민이다.


그런데. 나의 미래는 친할아버지의 삶에 가까울까? 외할아버지의 삶에 가까울까?


투자(인생)는 여정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주식을 사면, 그 기업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 기업과 관련된 뉴스나 시총 그리고 하는 일들을 보게 됩니다. 나아가 그 기업이 어떻게 수익을 내는지, 그 기업의 윤리적 측면은 어떤지, 그 기업 경영진들의 사회적 행동들은 어떤지까지 보게 됩니다. 그리고 경제가 따로 떨어져 있나요? 경제를 보다 보면 역사, 사회, 정치까지 골고루 보게 됩니다. 그러면 세상을 보는 눈이 생기게 됩니다. 즉 세상을 보는 개인적인 이론이 생기게 됩니다.

투자(인생)는 이렇듯 개인의 이론 체계를 발전시켜나가는 과정, 여정입니다. 이런 과정 없이 금전적 보상만 기대하면 투자는 여정이 아니라 도박(Gamble)이 됩니다. 개인적인 이론 없이 도박으로 큰돈을 벌어봤자 금방 잃어버리고 불행해집니다.

꿈이란 하고 싶은 무언가(행위)고
목표는 하고 싶은 무언가를 위해 가야 하는 지점입니다.

꿈만 있는 사람은 허황되고
목표만 있는 사람은 무망 해집니다.

김경일 교수, 와이스트릿 Ystreet 인터뷰를 요약정리한 내용입니다.


나는 왜 나이 서른이 넘어서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도 모를까? 나는 왜 나이 서른이 넘어서도 내 내면의 목소리가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살았을까?


나는 꿈이 없었구나.


우리 사회가 기대하고 요구하는 목표에 맞추어 살다 보니 나는 내 꿈이 없었구나. 나는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거에 대해 진지하게 파고든 적이 없었구나. 당연히 내가 하고 싶은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목표를 세워본 적이 없다. 이게 핵심이구나! 이게 내가 정답 맞히기 식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이구나!


나는 유튜브나 자기 계발서 속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무척 부럽다. 정글 같은 사회에서 자신만의 정답을 찾아간 사람들이 너무 멋지다. 사회의 기대와 요구가 담긴 길을 걷지 않고, 스스로 길을 개척한 사람들. 어떻게 하면 그들처럼 살 수 있을까? 늘 고민이었다. 사회가 안내하는 길에 나를 올곧게 쏟는 건 할 수 있다. 그러니 누군가 내게 “이게 네 길이다!”하고 알려주면 진짜 올곧게 쏟을 자신은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길을 찾지 못하였다.


꿈이 없었다. 하고 싶은 무언가가 없었다. 꿈이 있어야 꿈을 향한 목표를 세울 텐데, 그게 없었으니…


엄마 정말 고생했어. 지금은 푹 쉬어도 돼. 그런데 나는 엄마가 엄마 인생을 행복하게 살면 좋겠어. 엄마가 다른 사람 목표 말고 엄마 꿈을 향해 살면 좋겠어.
나 요즘 책 읽고 글 쓰면서 비로소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찾아보고 있어. 혹시 나랑 함께 하고 싶으면 우리 독서 모임 하자. 나랑 독서 모임 하자.










https://youtu.be/N9Z5xMKvNcI

인지 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님이 유튜브 채널 [와이스트릿 Ystreet]에서 인터뷰한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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