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는 것이 인간이다』
어서 오세요. 지금은 우물 안 개구리이지만 끝내 우물 밖 청개구리가 될 우구리입니다. 머지않아 멋쟁이가 될 저의 우물에 와주셔서 무척 감사드립니다. 하하하. 미리 싸인해 드릴까요? 아! 네네. 그만하겠습니다.
저는 매일 고민합니다. 어떻게 하면 말과 글로 손님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손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요? 그러다 문득! 세상의 모든 일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의 마음을 얻어야 맛있는 밥과 따뜻한 보금자리를 얻을 수 있고, 배우자의 마음을 얻어야 행복한 가정을 얻을 수 있으며, 이성 친구의 마음을 얻어야 사랑을 얻을 수 있습니다. 연예인은 뛰어난 끼와 재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의사는 뛰어난 의료 기술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으며, 상점 주인은 상품과 뛰어난 서비스 기술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습니다. 그리고 저는 손님의 마음을 얻기 위해 뛰어난 말과 글을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살아남으려면 마음을 얻는 힘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다니엘 핑크 작가님의 책 『파는 것이 인간이다』를 만났습니다. 다니엘 핑크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모든 일을 세일즈라고 정의하고, 왜 모든 사람에게 세일즈가 필요한지, 어떻게 하면 세일즈 능력을 기를 수 있는지 소개합니다.
저는 책의 프롤로그를 읽자마자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마음을 얻는 방법에 대한 힌트! 그리고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말과 글에 대한 힌트가 잔뜩 담겨 있을 거라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말과 글에 흡입력을 더해줄 구체적인 기술부터 마음을 얻으려는 자가 지녀야 할 자세까지, 많은 것을 얻고 많은 것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동조하는 능력이란 자신의 행동과 견해를 다른 사람과 조화되도록 조율하고, 자신이 속한 환경에 맞춰 변화시키는 것이라 말합니다. 그럼 마음을 얻기 위해 동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보았습니다.
아는 척하지 말고,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할지 상상해 보라.
‘나는 힘이 세다’, ‘나는 뛰어나다’, ‘나는 많이 안다’는 자의식을 가진 사람은 자연스레 자기중심적으로 변하기 마련입니다. 자신이 옳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상대에게 동조하려면 우선 ‘모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우리는 상대에 대해 잘 모르기에 ‘잘 모르니 알아가야겠다’는 겸손한 자세가 필요한 듯합니다.
겸손만 해서는 동조할 수 없습니다. 단지 상대에 대해 알아갈 준비가 된 상태입니다. 다음으로 마음에 새겨야 할 문장은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할지 상상해 보라’입니다. 제가 이해한 동조는 상대의 생각을 읽고 상대의 생각에 조화를 이루는 능력입니다. 따라서 동조하려면 상대의 생각을 먼저 읽어내야 하기에 이 문장을 마음에 새기라 하는 듯합니다.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할지 상상해 보라’는 문장은 새롭지도, 세련되지도, 탁월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저는 아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상상해 본 적이 많지 않은 듯합니다. 그냥 습관처럼 살아갈 뿐 아내가 오늘 어떤 생각을 했을지, 아내는 육아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아내는 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고민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대단히 저를 중심으로, ‘아내는 나의 이런 말과 행동을 싫어하니 조심하자’, ‘내가 이런 말과 행동을 하면 아내가 좋아할 거야.’ 같은 생각이 대부분입니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제 말과 글을 손님이 좋아할지 아닐지, 몰입해서 읽을지 아닐 지에 초점을 두지, 손님이 어떤 생각을 하실지 구체적으로 상상하지 않습니다. 모두 저를 위한 고민이지 손님을 위한 고민은 아닌 셈입니다.
다니엘 핑크는 과거 세일즈에는 구매자 위험부담 원칙이 있었다고 합니다. 판매자가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있었기에 구매자는 판매자의 말만 믿고 구입해야 했고, 거래에 대한 위험을 구매자가 감수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세일즈는 판매자 위험부담 원칙으로 바뀌었다고 말합니다. 모든 정보가 공개되어 때로는 구매자가 판매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는 정보 역전이 일어났습니다. 따라서 판매자가 제품에 대해 속일 수 없고, 비양심적인 판매자는 SNS를 통해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수도 있습니다. 즉 거래에 대한 위험을 판매자가 감수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다니엘 핑크는 이런 시대에 중요한 세일즈 능력은 ‘문제 해결 능력’이 아닌 ‘문제 발견 능력’이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신형 청소기를 산다면, 여러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서 물품을 검색하고 리뷰를 확인할 것입니다. 정보가 넘치기에 저는 신형 청소기를 사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때 저의 문제는 ‘어떤 청소기를 사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인가?’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저의 진짜 문제는 ‘어떻게 하면 바닥을 깨끗하게 유지할까?’입니다. 만약 제가 진짜 문제를 알아차린다면, 꼭 신형 청소기를 고집할 필요가 없습니다. 막대 걸레를 살 수도 있고, 청소 대행업체와 계약할 수도 있습니다.
글을 읽고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문제를 볼 수 있게 된다면, 저의 삶은 한층 새로워지겠죠? 글을 읽고 미처 보지 못했던 세상을 볼 수 있게 된다면, 저의 삶은 한층 풍요로워지겠죠? 저도 언젠가 그런 글을 쓸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리고 그 글이 손님의 삶을 한층 새롭고 풍요롭게 만들어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래서 일까요? 다니엘 핑크도 세일즈를 하는데 다음 두 질문을 명심하라고 당부합니다.
당신이 팔려는 것을 고객이 산다면 그의 삶이 개선될까?
(당신의 글을 손님이 읽는다면 그의 삶이 개선될까?)
거래가 끝나고 나면 세상은 그 이전보다 더 나은 곳이 될까?
(당신의 글이 공개되고 나면 세상은 그 이전보다 더 나은 곳이 될까?)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 시도한다.’는 문장에는 필연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는 경우의 수가 따라붙습니다. 즉 세일즈는 끊임없는 실패를 약속합니다. 다니엘 핑크는 반복되는 거절에도 무너지지 않으려면 ‘회복력’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회복력을 높이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그중 딱 한 가지가 제 눈에 꽂혔습니다.
하나는 ‘의문문으로 시작하는 자기 대화’입니다. 다니엘 핑크는 긍정 확언보다 다음 질문을 자신에게 자주 던지라고 조언합니다.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의문문, 질문은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먼저 ‘답을’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질문은 지금껏 자신이 해온 일들을 떠올리게 하고, 앞으로의 전략을 생각하게 돕는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 일을 위해 나는 이런 것들을 실천해 왔어. 그런데 여전히 이 부분이 어렵고 막막해. 이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관련 책을 더 찾아볼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학원을 찾아볼까?
의문문, 질문은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둘째는 ‘동기’를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질문이 반복되면 ‘나는 이걸 왜 잘하고 싶지?’라는 질문으로 뻗어가고는 합니다. 그럼 자신이 목표를 추구해야 할 자립적이고 본질적인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고 합니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이 일에 집중하고 있지?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무엇이었지? 그래! 나를 정말 설레게 하는 건 ㅇㅇㅇ이야. 지금 집중하는 일은 나를 설레게 하는 일 중 하나야. 이번 일을 잘 해내면 분명 내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을 거야.
세상의 모든 일은 기본적으로 마음을 얻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단지 마음을 얻는 방법이 다양할 뿐이지요. 좋은 물건으로 마음을 얻을 수도 있고, 노래나 춤 등의 재능과 끼로 마음을 얻을 수도 있고, 전문적인 기술로 마음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교사 개구리입니다. 세일즈의 눈으로 보면 교사는 어떤 직업일까요? 교사는 무엇으로 마음을 얻고, 누구의 마음을 얻는 직업일까요?
일반적인 답을 한다면 교사는 교육 서비스로 학생의 마음을 얻는 직업입니다. 교사는 학생을 설득하고 납득시켜서 결국 학생이 성장하도록 영향을 미치는 직업입니다. 일시적으로 끝나는 거래와 다르게 교육은 장기간 이루어지고 또 공교육에서는 교사 한 명이 동시에 학생 여러 명을 교육합니다. 즉 공교육 교사는 스무 명이 넘는 학생의 마음을 장기간 얻어야 하기에 만만치 않은 직업입니다.
다만 공교육 교사는 야생이 아닌 온실에서 살아갑니다. 사업가는 급변하는 사회에 맞추어 자신의 사업 능력을 계발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습니다. 예술가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추어 자신의 예술 능력을 계발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교사는 거의 변화하지 않는 학교 교육 제도 속에 살아갑니다. 나아가 학생의 마음을 얻지 못하더라도 학생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는 한 생존할 수 있습니다.
애당초 공무원을 뽑는 시험부터 사람의 마음을 얻는 능력을 평가하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가 면접이나 실기 등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얻는 능력으로 공무원을 뽑지 않는 이유는 ‘공정함’ 때문인 듯합니다. 면접이나 실기는 면접관의 주관적인 평가가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주관적인 평가는 속된 말로 ‘있는 집 자식들이 백을 이용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철저히 객관적인 답이 있는 평가로 공무원을 뽑습니다. 교사 또한 마찬가지인 임용고시를 통해 선발됩니다. 논술과 면접시험이 있다고 하지만 그 또한 정답 키워드를 알고 있는지, 그 키워드를 논리적으로 연결되게 서술 또는 구술할 수 있는지를 평가합니다.
그럼에도 열정적이고 헌신적으로 교육에 자신의 삶을 쏟는 교사들을 저는 많이 보았습니다. 월급을 더 받는 것도 아니고, 승진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닌데 심지어 자신의 휴일 시간과 돈까지 써가며 아이들과 호흡하는 교사들을 심심치 않게 마주합니다. 즉 사명감과 교육관이 투철한 분들을 종종 만나고는 합니다. 그런데 가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아이의 마음을 얻는 데 헌신적인 건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교육관을 지키는 데 헌신적인 건지.
아! 저는 어떤 교사냐고요? 흐음… 저 또한 꽤나 열정적이었는데요. 다만 저의 교육관에 헌신적이었다고 할까요? 하하하... 지금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어떤 교사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