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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통 Jul 24. 2023

산책을 미루며

핑계를 대며

내가 산책을 자주 갔나. 사실 그 부분은 잘 모르겠다. 어떨 때는 집에서 처박혀 있기만 하고, 돌아올 때는 무조건 택시를 타고 올 때가 있으니까. 그러니까 산책은 시간을 내서 밖을 돌아다니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없이. 굳이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고. 


그런데 기분 좋게 산책을 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있어야 했다. 좋아하는 풍경과 음악. 사실 풍경은 때때마다 다르게 보여서 산책하면서, 혼자서 한 바퀴 돌면서 걷기도 해보고 경쾌하게 걸어볼 때. 눈높이가 달라지다 보니 매번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있어 행복했다. 


요상하게 음악은 어째서인지 산책을 할 때는 필수로 듣게 되었는데, 내가 주변의 소리를 듣기 싫어했던 것일까? 그건 아니었던 것 같다. 다만, 그냥 소리를 듣는 것보다 음악을 통해 같이 들어오는 소리를 조금 더 선호했던 것 같다. 가령 비 오는 날, 빗소리가 너무 가깝지도 않게, 타닥타닥 소리가 들리면 묘하게 장작 소리 같기도 했던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취미를 언제나 독서라고 이야기하지만, 내가 독서를 좋아하는 이유는 책 속에서 다양함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산책이라고 다를까? 다르게 보고, 다르게 듣고. 같은 길을 걷는데도 말이다. 다양하게 계속 걸어보고 싶다. 그리고 계속 그 길들을 읽어보고 싶다.


이렇게 말을 해뒀지만, 최근 핸드폰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핑계로 외부 활동을 정말 최소화하고 있는 요즘이다. 산책은 그냥 나가서 한 바퀴 주욱 돌 수도 있는데, 이야 음악 없이 도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핑계겠지만.


어쨌든 요즘의 산책은 잠시 산 책들처럼 미뤄두기로 했다. 모쪼록 원만한 합의가 이뤄져야 할 텐데. 저 사이의 한 칸의 공백을 빨리 메울 수 있게 해보고 싶다. 산 책도, 산책도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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