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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통 Jun 29. 2023

말장난으로 본 독서

그리고 나, 독

독서가 독인지 약인지는 사람마다 정의가 다르겠지만, 일단 나는 몸에 해로운 것을 좋아하는 편이니 독으로 취급하려고 한다. 게으름에 먹히면 정말 돈만 축내는 독. 돈독이 오르기 위해서, 단순한 만족을 얻기 위해 사용하기도 하는 독. 그런데도 이 독을 끊을 수 없는 건 이미 쌓인 독을 제독하려고 또다시 다른 자극을 주는 독을 찾기 때문이다.

 

나의 독 컬렉션에 새로운 독을 모으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지만, (다시금 말하지만 나는 나를 해롭게 하는 것이 좋다) 이 독이 쌓인 둑을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씩 열어보는 행동 또한 꽤 좋아한다. 다른 사람을 독하게 만들자는 의미는 아니고, 그 사람의 독과 섞여 더 나쁜 독을 만들 수도 있지만, 그 사람이 가진 독을 중화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독제독이란 말이 있듯, 사람과 사람이 만나 변화를 하는 것과 더불어 독서를 하는 사람과 독서를 하는 사람이 만나 대화를 하는 것은, 서로의 독(毒)을 읽어(讀) 이해하는 과정이다.

 

내가 지닌 독의 특징은 아마, 무용성일 것이다. 독인데 정말 하나로만 있을 때 쓸모가 없는 그런 독이다. 흔히 문, 사, 철이라며 현실에 쓸모없는 것들이라고 얕잡아 보여 질 때도 많지만, 이 무용성은 수용성, 지용성과는 다르게 뭔가를 가리지 않고 어디든 녹아든다. X문학, X사, X학 등 붙을 수 있는 이유는 현실에서 쓸모 있기 때문이라기보단, 현실을 쌓기 이전에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즉 기반은 상상이다. 무해한 상상, 무용한 상상. 이렇게 강조하니 좀 덕후 같지만.

 

그렇지만 무용성 또한 독이라고, 잘 섞이면 모를까 성분도 모른 채로 다른 사람에게 이걸 섞으려고 한다면 반발 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독(毒)을 나누어 읽게(讀) 만드는 일은 혼자(獨)만 생각해선 안 된다. 우리는 책(書)을 통해 이 독이 섞이는 가능성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꼭 책을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독한 세상을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읽는 것은 필요하다.

 

참고로 나는 그렇게 독하진 못한 사람이고, 동시에 무용한 사람이다. 그냥 있을 땐 쓸모없지만, 어디든 녹아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자 한다. 실패하면? 그래도 사는데 쓸모없는 사람 소리만 들으면 독해지지 않을까. 이래저래 떠들어도 어차피 모르는 게 가득하다. 서로의 독들이 잘 섞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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