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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헌이 Apr 12. 2024

니체와 쇼펜하우어의 눈으로 본 한국의 현재

한국 사회의 불안과 철학자들의 위로

최근 한국에서는 니체와 쇼펜하우어의 아포리즘을 엮은 책들이 유행하고 있다. 철학자들의 깊은 통찰과 예리한 문장들은 현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는 단순히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차원을 넘어, 현대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개인주의의 확산, 기존 가치관의 해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 등 한국 사회의 흐름 속에서, 니체와 쇼펜하우어의 사상은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아포리즘이 한국에서 특별히 주목받는 이유와 그 철학적, 사회적 함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니체는 "고통은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다"라고 말했고, 쇼펜하우어는 "인생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고 했다. 이들의 아포리즘은 한국 사회에서 '헬조선'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청년들의 고단한 삶과 높은 자살률, 우울증 환자 증가를 떠올리게 한다. 취업난, 높은 주거비, 불안정한 미래는 젊은이들에게 고통을 안겨주지만, 동시에 그 고통을 견디며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수많은 실패와 좌절 끝에 자신만의 사업을 일궈낸 청년 창업가들의 사례는 고통을 딛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힘든 환경 속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에서도 우리는 고통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발견할 수 있다. 쇼펜하우어는 "고통은 우리를 더 깊은 사색으로 이끈다"고도 했는데, 이는 고통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으려 노력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며 절대적 진리를 부정하고, 기존의 도덕과 가치체계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는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전통적 가치관이 흔들리는 한국 사회의 모습과 닮았다. 산업화, 도시화, 세계화 등의 거대한 변화 앞에서 한국인들은 기존의 질서와 규범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고, 새로운 가치관을 모색하게 되었다.


과거에는 '효'와 '열녀'와 같은 유교적 가치가 강조되었지만, 오늘날에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또한, 전통적으로 안정적인 직장과 가정을 중요하게 여겼던 한국 사회에서, 최근에는 자아실현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가치관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한 모색으로 볼 수 있다.


니체의 사상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초인 개념이다. 니체는 기존의 도덕과 가치체계를 극복하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갱신하는 창조적 인간상으로 초인을 제시했다. 이러한 니체의 사상은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는 혁신과 도전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창업에 도전하는 젊은이들, 새로운 예술 표현을 모색하는 크리에이터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기존의 틀을 뛰어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려는 니체적 정신을 엿볼 수 있다.


또한, 한국 사회에서는 자신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스스로 선택하려는 개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획일적인 삶의 모델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고유한 삶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이들의 모습은 니체가 강조한 자기 극복과 개인의 주체성을 떠올리게 한다. 나아가 사회적 규범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시민 운동가들과 활동가들의 행보도 니체의 사상과 연결 지어 볼 수 있다. 이들은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과 사회를 변화시키려 노력한다는 점에서 니체적 초인의 면모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쇼펜하우어는 연민과 동정심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고통받는 타인을 돕는 것이 도덕적 행위의 기반이 된다고 보았으며, 이를 통해 개인은 이기심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쇼펜하우어의 사상은 한국 사회에서도 볼 수 있다. 비록 한국 사회는 치열한 경쟁과 약육강식의 논리가 만연해 있지만, 동시에 상생과 공존의 가치도 공존한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는 이들이 있다. 가까운 이웃 간에 음식을 나누어 먹거나, 어려운 처지에 놓인 동네 주민을 위해 자발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 혹은 거리에서 큰 짐을 든 이를 돕는 행위 등은 일상 속 작은 배려와 상생의 예라 할 수 있다. 나아가 SNS를 통해 어려운 이웃의 사연을 공유하고, 이에 공감하여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이들의 모습에서도 우리는 연대와 공감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철학 아포리즘 유행은 단순한 문화 현상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고통받는 현대인들의 절규와 희망, 전통과 혁신의 갈등, 개인과 공동체의 가치가 뒤얽혀 있다. 우리는 그들의 사상을 통해 세계를 좀 더 깊이 이해하고, 개인과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게 된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모순과 어려움이 많지만, 우리 각자가 주체적으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니체와 쇼펜하우어가 제시한 질문과 통찰은 우리가 스스로와 사회를 돌아보는 계기임에 동시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하나의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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