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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헌이 Apr 16. 2016

창덕궁 산책

Fujifilm XF16-55 F2.8 개시 기념 나들이

후지 미러리스 X-T1 를 씁니다.

후지 카메라의 색감에 반해 검색하다가... 싸고 작은 T10이 있지만 겉모양이 간지가 나서 샀답니다.

30년 살면서 제 돈으로 이렇게 비싼 물건은 처음이었어요.

인생의 무게라며서 6개월이 지났는데도 지갑에 영수증을 넣고 다닌답니다 ㅎㅎ

이 비싼 물건을 지금 제대로 쓰느냐, 사실 그건 아닙니다.

70% 정도는 멋으로 산 제품이라, 타 미러리스보다 조금 크고 무거우니 잘 안 들고 다니더라구요.

그러다 좋은 기회에 프리미엄렌즈 진열상품을 중고가에 업어왔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이 렌즈의 개시날이랍니다!

(with Fujifilm X-T1, XF16-55 WR F2.8, Classic Chrome, 무보정)




원래 창경궁을 가려 했으나, 창경궁 입구가 창덕궁보다 멀어 그냥 창덕궁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첫 사진... 두구두구두구

창덕궁 입구


예, 보시다시피 그저그런 사진이 되었습니다. 쨔잔!

그냥 폰카나 마찬가지인데?

뭔가 기운이 안 좋습니다.


표 사면 항상 하는 짓
화사하지는 않지만

이제 벚꽃은 다 졌습니다.

간간히 꽃이 피었지만 그리 화려하지는 않습니다.

4월 중순인데도 나뭇가지들은 아직 풍성하지 않네요.


아래로는 건물을 찍은 사진입니다.

오늘 뼈저리게 느꼈는데요, 저는 풍경이나 건물을 찍는 데 감각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겁니다.

구도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도 감이 안 오고, 하늘과 처마 밑의 노출 차이를 어쩌지 못해 하늘을 날려먹거나 처마를 지워버리거나...

울며 겨자먹기로 최대 망원에 두고 아웃포커싱만 줄기차게 했습니다.


나 이 렌즈 왜 샀지? ㅠㅠ

사진에 의미를 부여한 것처러 보이고 싶다면 강한 대비의 흑백 사진을 찍어라???
할 수 있는 게~ 이런 거밖에 없다~
가진 거라곤~ 조리개밖에 없다~


오늘 고무적인 일은, 수동촬영 첫 시도입니다.

비록 조리개는 8과 5.6에 거의 고정이고 셔터 스피드만 만지작거려서 사실상 조리개 우선 촬영이나 마찬가지였지만요 (헛웃음)

노출이 1/3스탑씩 움직이는 것보다, 아주 쪼오오오오금씩 노출이 변하는 게 되게 신기하고 재밌었습니다.

전자식 뷰파인더 덕분에 쉽게 찍었네요.

DSLR로 찍었으면 분통터져서 죽을 뻔.(무식하면 몸이 고생합니다)

그런데... 방금 컴퓨터에 사진을 옮기고 보니 다 어두워요..... 좌절......

오늘 일부러 조금 어둡게 찍긴 했는데 이정도일줄이야, 역시 저는 감각이 없습니다......

오늘 가장 힘들었던 건 하늘과 건물의 노출 맞추기였다. 모두 실패했다.
그나마 좀 있어 보이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창덕궁 안을 돌아다니다보니 어르신 스무 분 정도께서 캐논을 들고 사진을 찍고 계십니다.

빨간색 스트랩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상대적으로 작은 제 T1이가 왠지 초라해집니다.(사진을 못 찍어서인듯)

어르신들께서 꽃을 한참 찍고 가시면 쫄래쫄래 쫓아가서 후딱 찍고 다시 그분들을 따라갔습니다.


대장격으로 보이시는 한분께서 다른 분들을 코칭해주십니다.

조리개 열어라, 여기 역광이니까 좀만 움직여라, 초점 맞추기 힘드니 렌즈를 M으로 바꿔서 초점을 맞춰라, 부끄러워하지 말고 최대한 가깝게 다가가라......

옆에 서서 끄덕끄덕이며 들었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꽃잎에 비치는 빛을 찍으라고 하길래 고대로 찍어봤다. 좀 어둡네.



폐장 시간이 다가와 나가는 길에, 중앙대로를 걷는 한 커플을 몰래 찍었습니다.

제 모델은 해외순방하시면서 엄청 예쁜 사진 파바방 찍고 계십니다.

우울하고 슬퍼진다...



오늘은, 이 비싼 카메라와 비싼 렌즈를 쓰면서, 결과물은 왜 똥인가에 대해 깊은 고찰을 하며 잠들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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