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으로서의 편집자
편집자, 출판사 직원, 출판 편집자, 북에디터, 에디터 등등 이 직종을 일컫는 말은 많지만 통상 '편집자'라고들 많이 부른다. 물론 일반 도서뿐만 아니라 잡지와 신문, 사보 등에도 편집자는 존재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직업으로서의 편집자는 도서출판사의 그것을 의미한다. 사실 편집자를 다룬 책은 생각보다 많다. <편집자란 무엇인가>, <편집자 분투기>, <출판편집자가 말하는 편집자>, <편집자로 산다는 것>, <사상으로서의 편집자> 등 아무래도 책과 친밀한 그들이기에 자신들의 일을 책으로 구현해내는 데 큰 거부감이 없나 보다. 최근에는 <출판사 에디터가 알려주는 책쓰기 기술>이라는 흥미로운 책도 나왔다. 아무래도 나 역시 이쪽 일을 하고 있다보니 손이 더 가게 된다.
일련의 '편집자 책'을 열거한 이유는 이들 책과 지금 소개하는 <편집자 되는 법>이 어떤 부분에서 차별점이 있는지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우선 이 책은 굉장히 콤팩트하다. 조밀하게 핵심적인 이야기가 잘 정리되어 있다. 편집자란 직업이 가진 한계, 필요한 마인드, 업무 프로세스, 알아야 할 소소한 팁들이 가득하다. 기존의 책들 역시 이런 부분이 있지만 솔직히 편집자의 사상이나 철학, 가치관 등을 다소 느끼하게 접근하는 식이어서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이 책은 그런 부분이 덜하다. 정말 이 업종의 실무자, 사수에게 1:1 코칭을 받는 기분이다. 나처럼 연차가 몇 해 쌓인 편집자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다. 십수 년간 편집 일을 하면서 느낀 점과 팁들을 이 책을 통해 애정을 가득 담아 선물하고 있다.
일할 만하십니까? 산업 전체의 매출 규모가 작다거나, 절반이 소규모인 1인 출판사이고 근속 기간이 짧고 이직이 잦으며 연봉이 높지 않고 직원 복지도 시원찮고 마흔을 넘으면 자리 잡고 일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편집자는 정말 불안정한 일이구나, 정말 못할 일이구나 할 것 같습니다. (...) 그런데도 편집자는 해 볼 만한 일입니다. _15쪽
이 책의 카피가 '북에디터의 성장(혹은 생존) 매뉴얼!'인 연유가 마냥 장밋빛 이야기만 하거나 불필요한 훈계가 없기 때문이다. 속된 말로 꼰대 냄새가 나지 않는다. 굳이 편집자란 직업을 꿈꾸지 않아도 이 책은 읽어볼 가치가 있다. '책'이라는 걸 만들어내는 과정이 어떻고, 어떤 식으로 작가의 언어를 직간접적으로 가공하고 다루는지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근속 연수 3년, 실무 정년 마흔"을 이야기할 때는 절절하기까지 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관계 사이에 해자를 두자'라는 목차였다. 모든 직업이 그렇겠지만 편집자는 특히 '관계'가 중요하다. 직접적으로는 '작가-편집자', '디자이너-편집자', '마케터-편집자'의 관계, 회사 안에서는 '직장 동료-편집자', '대표-편집자'의 관계, 밖으로는 '독자-편집자', 간접적으로는 '서점 MD-편집자'의 관계까지. 다양한 관계 속에서 업무가 이뤄진다. 그러다보니 책이 좋아서, 책 속에 파묻혀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입사한 문학도 또는 책벌레 또는 애독가에게 참으로 어려운 과제들이 끊임없이 밀려온다. 그 유기적인 관계를 헤쳐나가야 살아남는다는 점이 짧은 근속 연수, 잦은 이직의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단행본의 출판 과정은 곧 넓은 의미의 편집 과정입니다. '지식의 편집'이라는 관점에서 저자를 발굴하고 출판물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독자의 반응을 살펴 새로운 기획을 준비하는 출판의 모든 과정이 편집에 해당한다고 하겠습니다. _29쪽
물론 단점도 있다. 우선 재생지이므로(이건 유유 출판사의 색깔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소장 욕구가 떨어진다. 종이가 질이 나빠 읽다보면 이리저리 책이 휜다. 종이와 150쪽도 되지 않는 분량은 만 원이라는 굉장히 저렴한 가격까지 의구심이 들게 만든다. 돈이 아깝지는 않지만 아주 조금 아쉽기는 하다. 이 책은 충분히 두고두고 다시 꺼내 읽어볼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유 출판사 특유의 디자인이 호불호를 탈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호'지만 취향은 다양하니 이것 역시 단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