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청소일 하는데요?>는 독립출판으로 시작해 이후 출판사를 끼고 다시 정식 출간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나는 독립출판물이 아닌 정식 단행본을 사서 보게 되었는데, 독립출판물 쪽이 좀 더 우울한 감성이 잘 살아 있다는 작가의 인터뷰를 보니 그쪽을 볼 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작가는 회사를 그만두고 일러스트 공부를 하며 가고 싶은 회사에 지원하지만 재취업에 실패한다. 이후 금전적인 문제로 어머니와 함께 청소일을 시작하게 되는데, 마찬가지로 금전적인 이유로 청소일이 직업이 된다. 그녀는 먹먹하고 답답한 이야기들을 유쾌하게, 그리고 담백하게 풀어내는 재주가 있다. 취업 문제와 미래에 대한 불안, 꿈과 현실 사이에서의 갈등, 타인의 불합리한 시선과 맞서 싸워야 하는 현실이 귀여운 그림체에 다 녹아 있다. 그야말로 오늘날 청춘들이 겪는 문제들을 대변해주는 보석과 같은 책이다.
"직업에 귀천은 없다."라고들 말하지만 사실 우리는 안다. 자신들만의 잣대로 은연 중 상대를 무시하거나 깔보는 불합리한 시선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흔하게 도사리고 있다는 걸. 젊은 20대 여성이 청소일을 하는 건 확실히 흔한 모습은 아니다(작가는 27살에 처음 청소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무례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부터 젊은 사람이 왜 일을 하냐고 묻는 사람, '신기한 일'을 한다고 평가하는 사람 등 반응도 참 각양각색이다. 물론 청소비를 떼먹거나, 쓰레기를 함부로 투기하는 진상들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그녀는 자신의 내면적인 자존감 문제나 사적인 이야기를 만화를 통해 가감 없이 공개한다. 어머니와 함께 꿋꿋하게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묘하게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그중에서도 같은 청소일을 하는 독자로부터 감사의 메일을 받은 에피소드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이 책이 스스로 잘 살고 있는 건지 불안하고 우울하던 그의 마음을 위로해주었고 그래서 정말 고맙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굳이 '청소일'에 대한 호기심이 없더라도 오늘날 너무나도 아프고 힘든 20~30대들에게 이 책은 정말 큰 선물이 될 것 같다. 그만큼 그녀의 이야기는 수식어 가득한 성공 스토리보다 더 현실적으로 와 닿는 무언가가 있었다.
끝으로 그녀는 그녀 자신처럼 삶의 문제들로 인해 넘어지는 이들을 위로하는 이야기, 혹은 같이 공감해주는 이야기 등을 주제로 다시 찾아오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인간 관계가 되었든, 사랑이 되었든 삶의 산재한 문제들을 훗날 그녀가 어떻게 풀어낼지 정말 기대된다. 생계와 꿈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는 청춘들에게 정말 필요한 책이 되지 않을까.
보편적이지 않은 일을 선택하면서 많은 편견을 만났습니다. 그 편견은 타인이 만들어준 것도 있었고, 저 스스로 만들었던 것도 있습니다. 좋고 싫음을 떠나 소수의 삶은 조금 외로웠습니다. 그렇지만 누가 보기에도 보편적이지 않은 '청소일'은 이내 저에게 보편적이지 않은 '삶'을 선물해줬습니다. 가끔은 익숙하지 않은 길로 돌아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다르게 살아보니, 생각보다 행복합니다. 그래서 말인데 좀 다르면 안 되나요? _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