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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L Jan 29. 2020

내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되는 출판사의 비밀

http://www.reader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6732




출간한 책의 90% 이상이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는, 속칭 '타율이 좋은' 출판사가 있다고 한다. 2016년 독일에서 등장한 인키트 출판사가 바로 그곳이다. 2016년에 출간한 24권의 책 중 22권이 아마존 베스트셀러(50위 내)에 올랐고, 그중 20권은 출간 직후 9일간 5위권에 올랐다. 정말 입이 떡 벌어지는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국내에서 만약 이런 출판사가 있다면 '사재기 아니야?'라는 의혹을 받지 않을까? 내로라하는 출판사들이 얼마 많은 헛방망이질을 하는지 누구보다 독자인 우리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 이례적인 기록에 '비법'이 있다고 한다. 비결은 바로 '인공지능'. 전적으로 편집자와 마케터의 '감'에 의존하는 기존의 관례를 깨고 AI의 분석 데이터에 의존해 얻은 결과라고 한다. 이제 출판인의 영역도 AI에 의해 잠식되는 것일까? 현직 편집자로서 흥미롭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이 글을 쓰는 데 참조한 기사의 본문에 인키트 출판사의 출판 과정이 자세히 나와 있다.


인키트의 출판 과정은 이렇다. 인키트는 저자들이 플랫폼에 올린 글을 독자 취향에 맞게 분류해 웹사이트와 앱을 통해 맞춤형 콘텐츠로 제공하고, 이를 받아 본 독자는 글의 구성이나 문체, 전반적인 느낌 등을 별점으로 평가한다. 이때 AI를 이용해 독자가 해당 글을 언제, 어디에서, 얼마나, 얼마큼의 빠르기로, 어디에 중점을 두고 읽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베스트셀러 가능성을 가늠한다. 베스트셀러 가능성이 점쳐지면 저자에게 출간을 제안하고, 수락되면 최종 검토(내용 수정)에 들어간다. 이때 검토는 철저히 저자 몫이며, 출판사는 간단한 교열 작업만 진행한다. 표지 디자인은 작가와 출판사가 논의해 세 개 정도의 안을 만든 뒤 출판사 페이스북에 올려 독자의 반응을 확인한 뒤 결정한다. 이후에는 AI가 파악한 독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목표 고객군을 설정, 마케팅을 진행해 판매에 나선다. 그렇게 팔려나가 저자에게 전달되는 인세는 전자책 25%, 종이책 51%. 8~10%대인 일반 인세율에 비하면 ‘혁명’ 수준의 인세를 지급한다. _자료: 독서신문


편집자의 업무량을 줄여 인건비와 시간을 아끼고, 그렇게 세이브한 비용을 인세로 지급하는 시스템이다. 통상 1~2년 걸리던 출간 기간을 8주가량으로 줄였다고 하니, 여러모로 획기적이고 효율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키트와 비슷한 출판 모델로는 '브런치'가 있겠다. 여전히 AI가 아닌 사람이 출간 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은 다르지만.







그런데 이 기사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점은 '사람의 힘'을 너무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해리 포터>가 수많은 출판사를 전전했던 점을 예로 들며 AI가 상용화된다면 제2의 <해리 포터>가 출간되지 못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인간의 힘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책들이 100% AI의 선택을 받았으라는 보장도 없다. AI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얻은 '대중성'이 반드시 '작품성'과 상통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한 불완전한 인간 편집자이기에 빛을 보는 책들도 있다. 책도 결국 재화라지만, 판매량만으로 가치를 저울질하는 건 너무 슬픈 일이다.


물론 다양한 루트로 독자의 니즈를 공략할 필요성은 있겠다. 기사에서 언급한 대로 출판 활로의 다양성 확보 면에서 AI를 이용한 인키트의 사업 모델은 여러 모로 시사하는 바가 커 보인다.




블로그: https://blog.naver.com/jubilant8627/221789267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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