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두 페이지로 120편의 고전을 소개하는 책이다. 책도 얇고, 일러스트도 아기자기해 가볍게 읽을 수 있다. '2시간이면 머리에 쏙!'이라는 카피가 눈에 띄는데, 실제로 1~2시간이면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손무의 <손자병법>,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의 작품을 대략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명작들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원서나 번역본을 읽어봤다면 내용을 환기할 수 있어서 좋고, 읽어본 적이 없다면 간단한 프리뷰를 보는 느낌으로 접근할 수 있다. 요약본을 보고 마음에 들면 찾아서 읽는 식으로 훑어보면 좋을 듯하다.
빨래방에서 빨래가 다 끝나기 전에 완독할 만큼, 내용들이 잘 요약되어 있었다. <알라딘과 요술 램프> 이야기 등 흥미로운 고전들을 도표 등으로 보기 쉽게 이미지화했고, 등장인물들을 캐릭터화해 만화처럼 한눈에 보기 쉽게 줄거리를 보여준다. 방대한 분량의 고전을 한두 페이지에 소개해준다는 콘셉트가 참 좋았다. <파우스트> 등의 두꺼운 명저는 아무래도 읽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백과사전식으로 정리해주니 추후에는 필요한 부분만 다시 꺼내 볼 수 있어, 그런 면에서는 효용 가치가 높다.
당연히 요약본으로는 완독했을 때의 감동을 느낄 수 없고, 책을 온전히 즐길 수 없다. 불멸의 고전이 불멸로 남은 이유는커녕, 생략된 부분이 많아 줄거리조차 세세히 헤아리기 어렵다. 고등학생 때 정말 감명 깊게 읽었던 <적과 흑>, <폭풍의 언덕>도 무미건조한 설명글로 읽으니 별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고전을 머릿속에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영화나 뮤지컬 등으로 자주 소개되어 우리에게 친숙한 <레미제라블>도 이처럼 보기 쉽게 만화로 정리해 보여준다. 이런 책에 깊이까지 바라는 건 당연히 욕심. 프리뷰를 본다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쭉 훑은 뒤, 마음에 드는 고전은 빌리거나 사서 보면 좋을 듯하다. 나 역시 이 책 덕분에 <어셔 가의 몰락> <수호전> 등에 흥미가 생겨 추후에 읽어볼 생각이다. 고전들을 체계적으로, 지식적으로 소유하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고전을 접함으로써 우리는 현실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현대사회 전체를 관찰하는 눈을 기를 수 있다. 그러나 눈을 얻어서 어디에 쓰냐고 묻는다면 해줄 말이 있다. 세상은 합리성만으로 이루어진 곳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가성비뿐만이 아니다. 이를 깨달으면 그때부터 자신만의 새로운 가치관을 세울 수 있고, 일에도 적용할 힘이 생긴다. 고전에는 그러한 가치관을 일깨우는 힘이 있다. _'들어가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