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혹시 좋은 사람인가요?
이 책은 '잘해주고 욕먹는' 사람들의 문제점을 화두로 제시하며, 타인에게 휘둘리며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그 원인과 해결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25년간 8만 건이 넘는 상담을 진행한 심리상담가인 저자는, 왜 '좋은 사람'이 문제이고 인간 관계를 개선시키키 위해 어떤 방향으로 노력해야 하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소개한다. 처음에 저자가 좋은 사람이 될수록 미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고개를 갸웃했다. '좋은 사람이면, 말 그대로 좋은 거 아니야?'라는 단순한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인간 관계의 '항상성' 개념을 제시하며,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좋은 사람의 위치에 서면 다른 누군가는 반드시 '나쁜' 사람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즉 일방적으로 착한 사람의 역할을 떠맡게 되면 '나는 좋은 사람이다. 내 행동은 옳다. 왜 내가 이렇게 배려를 하는데 몰라주는 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좋은 사람'은 생각의 중심을 상대에게 두고, 상대에게 맞춰 움직이려는 성향이 있다. 상대방의 행동이나 생각에 맞추려 노력하면 물론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큰 스트레스가 동반되는 일이며, '내가 이만큼 맞춰줬는데...'라는 생각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자신이 좋은 사람 역할을 맡아야지만 좋은 관계가 형성되고 유지된다면, 평생 자신을 희생해 타인의 행복을 위해 움직여야 된다는 뜻이다. 엄마의 뜻, 선생님의 뜻, 친구의 뜻, 교수님의 뜻 등등 다양한 사람들의 뜻에 따라 움직이면 과연 행복할까? 상대가 자신의 선의를 알아주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자칫 진심이 담기지 않은 행동들로 인해 상대가 자신을 가식적으로 느끼기라도 하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자신의 선의를 알아주지 않는 상대에게 실망하게 되고, 자괴감을 느끼고, 그렇게 다시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면 해결될 거야.'라는 잘못된 믿음으로 인해 악순환에 빠진다. 저자는 이렇게 자칭 '좋은 사람'의 나쁜 악순환 사례를 소개하며, 이를 스스로 끊어내야지만 인간 관계를 바꿀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선의를 이어받아 자신처럼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지 않는 상대방에게 화가 나서 실제로 다투기도 합니다. 결국 좋은 사람은 "왜 몰라주는 거야!" "어째서 그렇게 간단한 일도 못 하는 거야!"라며 난폭하게 변합니다. 난폭해지는 시점에서 좋은 사람이 아니게 되지만 자신은 상대방을 배려하고 있다고 자부하므로 상대방을 바꾸려는 난폭한 행동을 멈추지 못합니다. _25쪽
생각해보면 나 역시 한때 '좋은 사람'이고 싶은 마음이 강해 타인에게 맞추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었다.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다 그런 것은 아니었고, 주로 불안한 관계(우정을 유지하거나 연애 관계를 유지하는 등)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을을 자처하며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한쪽을 희생해야지만 유지되는 관계라면 차라리 서로를 위해 다른 길을 가는 편이 나을 테니까.
저자가 제시하는 항상성의 개념과 쾌/불쾌 스위치, 만능감 등의 개념이 참 흥미로웠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세상에 중심을 자신에게 둔 채,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건강하고 행복한 관계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비법'이 딱히 특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스스로 무엇이 문제인지 인지하기까지가 가장 어렵고, 자기중심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에 의의가 있기 때문일까? 저자가 제시한 방법이란, 질투를 받아도 신경 쓰지 말고 자기중심적 사고를 유지하는 것, 자신의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는 것,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는 것 등등이었다. 뭐, 특별한 비기가 있어야만 좋은 책인 건 아니지만 맥이 빠지는 건 사실이다(해법을 제시하는 마지막장의 제목은 '미움받을 용기를 기르는 법'이었다. 어디서 많이 본 키워드다). 하지만 이 책 덕분에 타인을 대하는 나 자신의 태도와 인간 관계에 대해 복기할 수 있어 좋았다. 『오늘도 중심은 나에게 둔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등 저자의 다른 책에도 흥미가 가 조만간 찾아서 읽어볼 생각이다.
'싫다'라는 자신의 감정을 무시하고 좋은 사람을 가장합니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모순이 일어나며 딱딱하게 굳어버리고 맙니다. 겁을 먹고는 상대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하게 됩니다. 싫다는 느낌을 무시하고 좋은 사람이 되면 머릿속에서 모순이 일어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됩니다. _164쪽
좋은 사람은 누구의 불행도 바라지 않고 모두가 행복하기를 원하지만, 행복이란 좋은 사람이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_17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