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편집자가 들려주는 일하기 혁명
1년에 책 100만 부를 판 편집자가 있다고 한다. 정확히는 100만 부가 팔린 책을 '편집한 직장인'이 있다고 한다. 저자인 미노와 고스케는 일본의 스타 편집자다. 흔히 작가의 이름, 역량, 글솜씨 등이 책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의 사례를 보면서 편집자의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아무리 내수 시장이 훨씬 큰 일본의 이야기라지만 요즘처럼 책 안 읽는 시대에 100만 부라니 놀랍다. 그런 그가 "새로운 시대, 일하기 혁명!"이라는 카피를 내세운 자기계발서를 내놓았다. 제목은 <미치지 않고서야>다.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모처럼 쓸모 있는 자기계발서가 나왔구나, 싶었다. 바보가 되어 전력을 쏟아 일해라, 금기처럼 여기는 고루한 문제가 있다면 당당히 지적해라, 따분하게 여겨지는 일상에 불을 질러라, 자의식을 높여라 등... 뻔한 이야기가 계속 되어도 결국 뒤에는 뭔가 있겠지 싶었다. '노력은 열정을 이길 수 없다.'라는 마지막 목차로 책이 끝나자, '아 그냥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젊은 버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가능이란 말을 들으면 돌파한다. 안 된다는 말을 들으면 강행한다. 나는 그렇게 반쯤 의식적으로 규칙과 순리를 파괴해갔다. _53쪽
온라인 살롱을 이용해 부업으로 본업보다 20배의 수입을 벌고 있고, 본업에서는 말할 것 없이 큰 족적(100만 부)을 남겼고, 유능한 젊은이의 대표주자로서 불황을 타개하는 노하우를 전수해준다는 포부 등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미래를 살아갈 젊은 세대에게 무기가 될 책'이라는 홍보 카피도 마음을 뒤흔들었는데, 다 읽고나니 아주 조금 아쉬웠다. 이 책이 마치 재미 없고 별로인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책 내용 자체는 나쁘지 않다. 다만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이 쓴 책이다 보니 기대치가 너무 컸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와닿지 않다고 느낀 이유는, 내가 너무 요즘 트렌드에 젖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최근에는 자기계발이든 에세이든 전부 '위로'가 주된 주제다. 힘들어도 괜찮다, 아파도 괜찮다, 우울해도 괜찮다, 너가 잘못된 것 아니다, 극복할 수 있다, 퇴사해도 된다 등 에피소드만 다르지 대부분 책도 얇고 읽기 쉬우며 위로만 한가득이다. 그러다보니 '내가 이렇게 열정적으로 잘 살았고, 남과는 달랐고, 그래서 뛰어난 결과를 낳았다.'라는 이 글의 흐름이 다소 껄끄러웠다.
이 책은 생각하는 법, 장사하는 법, 개인을 세우는 법, 일하는 법, 인간관계를 만드는 법, 살아가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젊은 사람답게 통괘할 정도로 솔직하고, 과감하게 열변을 토해낸다. '열정'을 가지고서 정확한 방향으로 나아가라고 말이다. 그는 규칙과 순리를 파괴해가면서 자신의 능력을 발현했다. 어려운 상사에게 일침을 가하고, 작가의 말에 휘둘리는 일반적인 편집자와 달리 강하게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고, 일반적이지 않은 행보로 자신의 본업과 부업에서 크게 성과를 거둔다. 껄끄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그의 족적이 무협지처럼 술술 재밌게 읽혔다. 이 세상에는 뛰어난 사람도, 많이 노력하는 사람도, 천재도 많다. 그러니 그들과 경쟁하기 위해 자신이 어떤 부분에 얼만큼 열정을 가져야 하고, 어떤 방식으로 노력해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지 아직 가닥이 잡히지 않는다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미움받을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모든 것을 보여주고 미움받는다면 처음부터 거기까지가 끝인 관계다. 완벽한 인간 따위는 어디에도 없다. _217쪽
돈을 위해 일하는 젊은 세대가 줄어드는 작금의 상황에서, 아니 원해서라기보다는 강제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지만, 어쨌든 과거의 논리가 통용되지 않을 만큼 급변하는 세상이니 작가 미노와 고스케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상황을 되짚어보는 것도 좋다고 본다. 그는 '앞으로는 모두가 자신의 인생을 걸고 좋아하는 일을 찾으러 나서는 시대가 될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1인 크리에이터 열풍과 돈보다 하고 싶은 일을 좇는 풍조를 보면 그의 말이 완전히 틀린 것 같지는 않다. 물론 개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그의 메시지가 직장인에게 유의미한 것은 사실이다.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숫자가 필요하다. 돈을 번 후에 낭만을 말하라. _251쪽
다른 사람들의 서평이 무척 궁금해지는 책이다. 혹자는 이 책을 통해 무엇을 느꼈을까. 그리고 나는 지금 내 일을 진정 사랑하고, 열정을 다해 임하고 있는 걸까. 처절하게 욜로를 외치는 작금의 상황에서 '열정'과 '노력'을 부르짖는 이 젊은 천재의 이야기가 얼마나 큰 울림을 줄 수 있을까.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