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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L Jul 25. 2019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철학에게 묻다

철학에서 삶의 답을 찾는다?



책 제목: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저자: 야마구치 슈

출판사: 다산초당

출간일: 2019년 1월 21일

분야: 자기계발

가격: 16,000원

페이지 수: 336쪽






미리 보는 장단점

장점: 위대한 철학가들의 사유 방식을 우리들의 삶에 적용시킨다는 접근이 신선했다.

단점: 기업의 경영, 비즈니스에 초점을 둔 책. '일상의 고민'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건 과장인 것 같다. '기업 경영', '비즈니스 전략' 등의 키워드를 선호하는 이들을 위한 책.






작가는 '교양이 없는 전문가는 위험하다.'라는 말로 화두를 던지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리의 삶에 철학이 필요한 이유가 현실에 통용되는 상식을 교양이라는 렌즈로 들여다보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이 서문을 끝까지 읽고나서 느낀 생각은 '왜 개똥철학이 무섭다고 하는지 알겠다.'였다. 그리고 서문을 넘기고 1부를 다 읽고나서 느낀 생각은 '낚였구나.'였다. 컨설팅 그룹에 몸담았고, 비즈니스 스쿨에서 일했고, 각종 기업 강연을 이어오고 있다는 저자의 약력이 왜 앞날개가 아닌 뒷날개 쪽으로 빠졌는지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책은 경영가, 사회적 리더들을 위해 쓰여졌다. '일상의 고민', '불확실한 삶을 돌파해준다.' 등의 홍보 문구와 카피는 그야말로 낚시였다.


연초에 나왔고, 제목도 '삶의 무기'고, 카피 역시 비슷한 맥락이어서 당연히 철학을 평범한 이들이 겪는 고민과 걱정에 실용적으로 대입하고 사유하게 하는 책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평범한 사회 구성원이 아닌 리더들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이를 속이기 위해 저자 프로필을 뒷날개로 뺀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네 일상과는 거리가 있다. 이 책을 사는 사람들 대부분은 사회 구성원일 것이고, 제목과 카피(철학이 당신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최적의 솔루션이 될 것이다 따위의 것들)에 혹해 구매했을 터였다. 하지만 이 책은 어느 정도 위치가 있는 리더들에게 어울리는 책이다.


너무 신랄하게 이야기해서 안 좋은 책인 건가, 생각할 수 있지만 기획 자체는 신선했다. 난해하고 고리타분한 이야기는 빼고 현실에 대입할 수 있는 철학적 사고만을 다루겠다는 포부는 분명 유의미하다. 하지만 마치 철학을 알기 쉽게 풀어서 직접 삶에 적용시켜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친절하게 가르쳐줄 것만 같은 뉘앙스의 제목과 카피는 굉장히 아쉽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판매량이 높았으니 마케팅에 성공한 셈이지만, 아쉬움이 느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책의 구성은 이렇다. 50개의 철학 이론을 설명한 이후에 저자 자신의 견해를 풀어낸다. 그러나 결론이 뚜렷하지는 않다. 독자로 하여금 생각할 여지를 던져주는 셈인데, '철학은 반드시 답을 찾는다!'라고 부르짖을 게 아니라 '철학적 사고로 함께 답을 찾아보자!' 정도로 카피를 바꿔야 맞는 것 같다.



예정설에 따르면 깊은 신앙심이나 많은 선행은 그 사람이 신에게 구원받는 여부와는 관계가 없다. 이러한 사고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동기'의 인식과 크게 모순을 일으킨다. 대가와 노력의 관계에서 보면, 대가가 약속되어 있기에 노력하려는 동기가 생겨난다는 사고가 보편적이다. 그런데 예정설에 따르면 노력 여부와 상관 없이 대가를 받을 사람과 받지 못할 사람이 미리 결정되어 있다. _78쪽



밀그램 교수의 실험 결과는 사람이 집단 내에서 어떤 일을 할 때야말로 그 집단이 지닌 양심이나 자제심이 가동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컴플라이언스 위반이 속출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는 밀그램의 실험 결과가 시사하는 바를 더욱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_121쪽



50개의 철학 이론들은 시대 순서가 아닌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방향에 따라 뒤섞여 있다. 따라서 고대 철학(플라톤이니 아리스토텔레스니)부터 시작해 현대 철학까지 이어 내려오는 기본적인 철학 인문학 책을 한두 차례 읽어본 뒤에 이 책을 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상식적인 수준의 지식 없이 보기엔 헷갈릴 수 있다. 저자는 쉽고 재밌게 풀어 썼으나 재미와 유익, 두 마리 토끼를 잡기란 어려운 법이다. 물론 50개나 되는 철학 이론을 300쪽으로 풀었으니 다소 가볍고 쉬운 파트도 있었지만, 줄을 치고 따로 생각해봐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다행히 해설이 굉장히 친절해서 용어 하나하나 꼼꼼하게 설명해주는 부분은 좋았다.


철학이라는 분야가 평소 어렵게 생각되고, 목차에 실제 생활하면서 고민했던 부분들이 있다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나 역시 철학을 그저 무식을 가리기 위한 치장으로서 생각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지식이라고 치부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그러한 편견을 일부분이나마 덜 수 있었고, 생각할 여지가 큰 몇몇 부분에선 감명을 받기도 했다(심리학 책 같기도 하고 다소 정체가 모호해지는 장도 있었다).


철학의 근간이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걸 탐구하는 것이니, 일상에서 마주하는 현상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공부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참 좋았다. 멀리 떨어져 있던 '철학'을 다시 삶에 가까이 할 수 있는 용기와 동기를 주었다는 점에서는 굉장히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마케팅적인 부분에서 포커스가 어긋난 것 같지만, 어쨌든 이 책을 통해 철학과 조금이나마 가까워질 수 있었다.



상사에게 반론을 제기할 때 부하 직원이 느끼는 심리적 저항감의 정도가 민족 간에 차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네덜란드 림뷔르흐 대학교의 조직 인류학 연구자인 헤이르트 호프스테더는 전 세계적으로 '상사에게 반론할 때 느끼는 심리적 저항 강도'를 조사해 수치화했고 이를 권력거리지수라고 정의했다. (...) "권력 거리가 좁은 미국에서 개발된 목표 관리 제도는 부하 직원과 상사가 교섭 자리에 대등한 위치로 나올 것을 전제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상사와 부하 모두 교섭 자체를 불편하게 여기는 국가, 즉 권력 거리가 큰 문화권에서는 거의 제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다." _180~182쪽



포퍼는 프로이트가 주장한 "모든 욕구의 근원에는 성적 리비도가 있다"라는 명제나 마르크스의 "모든 역사는 계급 투쟁의 역사다"라는 명제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반증할 수가 없기 때문에 과학이 아니라고 부정했다. 포퍼가 지적하는 '반증 가능성'이라는 과학의 요건은 우리에게 과학에 대한 인식을 바꾸라고 채근한다. _306쪽



블로그: https://blog.naver.com/jubilant8627/221588179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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