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2 : 사실과 쟁점 90%, 자기 의견 10%

by Newfifty

논술에 대해 [사실과 쟁점 90%, 자기 의견 10%]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를 짐작하시죠.


논술 시험에 ‘A 사건 이후 그 해결책으로 B 정책이 거론되고 있다. B 정책에 대한 찬반 입장을 하나 정하고 그에 대해 논하라’라는 문제가 나왔다고 합시다.


1) A 사건에 대한 구체적 사실이 무엇이고

2) 어떤 이유에서 B 정책이 해결책으로 떠올랐는지

3) B 정책을 둘러싼 찬반의 내용과 이유는 각각 무엇인지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설득력 있는 논술을 쓸 수 있을까요?


그래서 주요 시사 이슈와 사건의 ‘사실과 쟁점’을 공부하고 정리하는 것 자체가 가장 중요한 논술 시험 준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탄탄한 토대 위에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이나 대안을 얹어야 ‘좋은 논술’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언론사들의 논술 시험 문제를 보면 자신의 경험이나 평소 문제의식을 좀 더 적극적으로 피력할 수 있는 주제도 종종 등장하더군요.


예를 들어 한 신문사는 2023년 논술 논제 중 하나로

[지난해(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며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이 유명해졌습니다. 한국은 이념∙세대∙빈부∙지역∙젠더 갈등을 정치∙사회적으로 풀지 못하고 있고, ‘포스트 코로나’와 ‘신냉전’ 속에서 맞닥뜨린 국가적 현안도 많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중꺽마’가 가장 필요한 분야는 무엇이고, 그 해결 방안이나 대안을 논하시오]를 제시했더군요.


제가 채점 위원이라면 ‘신문 사설 쓰듯 처음부터 무겁게 접근한 답안’보다 ‘직접 경험했거나 느꼈던 구체적 사실에서 출발해 문제의식을 키워가는 방식으로 쓴 답안’에 더 높은 점수를 줬을 겁니다.


[논술 과제 : 내가 체감한 현행 대학입시 제도 중 가장 시급하게 개선돼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그 이유를 설명하고 나름의 개선방안을 제안하세요]에 대한 리뷰 총평을 지난 시간에 소개했는데요.


오늘은 구체적이고 생생한 리드(Lead∙첫 줄 또는 첫 줄을 포함한 도입부)로 좋은 평가를 받은 글 세 편의 앞부분을 보여드립니다.




“수능 준비하는 친구들은 뒤에 앉자.”

고3시절, 자리 배치를 할 때 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씀입니다. 당시 저를 비롯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모두에게 좋은 방법이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대학입시가 다가올수록, 학생들은 수능을 준비하는 친구와 수시를 준비하는 친구, 수업을 듣는 친구와 수업을 듣지 않는 친구로 나뉘었습니다. 두 그룹은 학교에서 정해진 시간에 같은 수업을 듣고 같이 밥을 먹었지만, 하루 일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오로지 수능으로 대학을 가겠다고 결정한 한 친구는 대부분의 수업시간에 잠을 잤습니다. 대신 밤에 학원을 가거나 인강을 듣고 그 숙제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선생님들께서는 이를 혼내지도, 권장하지도 못하셨습니다. 그러나 3분의 1 가량이 책상 위에 엎드려 자거나 다른 공부를 하는 상황에서 수업 분위기가 마냥 좋을 수 없었습니다. 한 번은 제 옆자리 친구들이 끝없이 소곤대는 바람에 수업에 집중하기 힘들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결국 선생님께서는 아예 학급 자리 배치를 나누셨던 것입니다.

학교 교육과정과 수능 사이에 어떤 괴리가 있었다고 느껴졌습니다. 학생들은 대학을 가기 위해 고등학교에 진학하지만, 막상 학생들이 대학에 가기 위해 각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학교 생활이 필요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리뷰)

‘대한민국 고3 교실 풍경’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대학 가는 방식을 다변화 다양화했더니 학교 교실 안의 ‘분단’ 현상이 극명해지는 모습이네요. 여러분은 익숙한 일일지 몰라도, 교육부 관리들은 ‘체감’하지 못할 겁니다. 생생한 현장이나 사람 이야기가 글에 담기면,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파워(power)가 됩니다.



“너보다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없어서 학교를 다니는 일이 너무 괴로워.”

아무도 없는 빈 교실. 고등학교 시절 누구보다 가까웠던 친구에게서 들은 말은 6년이 지난 지금도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나는 2년 넘게 그 친구보다 항상 성적이 앞서 있었는데, 그 사실이 그에게는 굉장히 큰 스트레스였던 것 같다. 처음에는 그런 말을 직접적으로 건네는 친구가 원망스러웠지만, 그다음에는 그런 말을 하게 되기까지 수없이 고민했을 친구가 안쓰러웠다. 그러다가 친구와 나를 갈라놓는 한국의 교육 체계에 모든 화살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마음 저변에 깔려 있던 ‘그래도 나는 이런 고민을 하는 입장이 아니어서 다행이다’라는 불온한 생각이었다. 큰 소리로 함께 울며 친구를 위로했지만, 정작 그 이후 나는 성적을 유지하는 데 더욱 열을 올렸다. 그 친구와 입장이 바뀌는 상황이 상상만으로도 괴로웠기 때문이었다. 빨려 들어가듯이 경쟁에 편입되면서, 그 이후의 고등학교 시절은 내면의 부조화를 끊임없이 정당화해야 했던 불편하고 괴로운 시절로 기억된다.


그래서 나는 현행 대학입시 제도에서 가장 학생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단연코 ‘눈앞의 친구와 경쟁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리뷰)

리드(도입부)가 강렬합니다. 첫 줄[“너보다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없어서 학교를 다니는 일이 너무 괴로워”]로 게임이 끝난 느낌이었어요. 두 학생이 있던 그 시간, 그 공간으로 감정이입이 되면서 눈물이 날 뻔했어요. 다른 글을 쓰실 때도 이런 장면을 찾아내고, 취재해 내시면 ‘잘 쓴다’는 평가가 절로 나올 것이라 확신합니다.



'[Web발신] 비교문화 수업은 활발한 토론과 글쓰기로 이뤄진 수업입니다. 변경에 참고 바랍니다'

고등학교 3학년 1학기, 수시 입시에 반영되는 마지막 학기였다. 필자가 받은 이 문자의 발신자는 수업을 잘하시고 생기부(생활기록부)를 잘 쓰시기로 유명한 베테랑 선생님이었다. 12인을 초과하면 상대평가로 전환되는 이 수업의 현원은 13인. 수강 변경 마지막날 선생님은 13인의 수강생에게 이런 문자를 보낸 것이다. 선생님의 문자는 선의가 담겼지만 현실적이었다. ‘성적을 잘 받으려면 나가야 하나?’, ‘내가 나가면 다른 12명만 행복하고 나는 듣기 싫은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등 생각이 스쳤다. 문자를 통해 선생님은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모두가 활발히 참여하는 수업을 만들고 싶으셨지만, 동시에 수시에 공들일 학생을 요청한 것이기도 했다. 아무도 수강을 철회하지 않은 이 수업이 끝나고 결국 1등급과 2등급을 각각 한 명이, 8등급과 9등급도 각각 한 명이 가져갔다. 정말로 모두가 열심히 한 수업이었기에 그 사실은 나를 씁쓸하게 했고 4등으로 4등급을 차지한 나의 성적표도 씁쓸해졌다.

이렇듯 성적에 대한 부담은 결국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맘 편히 선택하기 어렵게 만든다.

(리뷰)

‘[Web발신]’이 오타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야말로 섬세한 디테일이네요. 리드(도입부)가 작은 에피소드 하나지만, 자세히 보여줌으로써(1,2등급, 8,9등급 각 1명씩. 그리고 나는 4등 4등급 등등) 글쓴이의 문제의식이 생생하게 드러나요. 이런 장면들을 잘 찾고 취재하고, 이렇게 써보세요. ‘잘 쓴다’는 소리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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