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점검 :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글을 쓰자 1

by Newfifty

지금까지의 [미디어 글쓰기 강의 노트]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오리엔테이션(OT)에서

1) ‘미디어 글쓰기는 모르는 사람에게 편지 쓰기’와 같으니 구체적이고 생생하고 친절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2) ‘남의 말을 잘 들어야 내 글이 잘 써진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고 ‘Good Listener(잘 듣는 사람) 되기를 당부드렸습니다.

3) ‘시작이 좋은 글이 끝까지 좋다’라고 강조하며 ‘Good Lead(좋은 첫 줄) 쓰기’를 위해 내 글을 어떻게, 무엇으로 시작할 것인가를 늘 고민하시면 좋다고 말씀드렸습니다.


OT 내용을 바탕에 깔고 [당신은 누구십니까? : 키워드 자기소개서 쓰기], [작문 : 자유롭게 쓰되, 하나의 이야기만 하자], [논술 : 사실과 쟁점 90%, 자기 의견 10%]를 차례로 함께 했습니다.


미디어 글쓰기 현장 강의에서는 이쯤에서 ‘중간고사’를 봅니다. 인터뷰, 르포, 칼럼 같은 실전(實戰) 미디어 글쓰기 연습으로 넘어가기 전에 ‘지금까지 드린 말씀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체화했는지, 글 실력은 얼마나 늘었는지’를 중간 점검하는 겁니다.


다음 중간고사 문제를 읽고, ‘어떻게 글을 풀어나갈지’ 한번 구상해 보시죠.




차이(差異): 서로 같지 아니하고 다름. 또는 그런 정도나 상태.

차별(差別): 둘 이상의 대상을 각각 등급이나 수준 따위의 차이를 두어서 구별함.


위와 같이 차이와 차별은 다른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차별'을 '차이'로 포장하는 경우, 또는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차별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나는

1) 차이와 차별을 어떻게 구분하고,

2) 차이는 인정하면서 차별하지는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시간 : 120분

형식 : 제한 없음

분량 : 8절지 원고지 2장(2000자) 이내


★ 유의사항

1) A4용지 앞장(뒷장은 백지)에 작문에 도움 되는 내용을 적어서 올 수 있고 그것만 참고하며 글을 씁니다. A4용지에 미리 거의 완성 원고를 작성한 뒤 그대로 옮겨 적는 행위는 철저히 지양합니다. A4용지(앞장)는 시험 시작 전 담당교수의 확인을 받습니다.

2) 휴대전화는 전원을 끄거나 묵음으로 전환해 가방 안에 넣습니다.

3) 제시된 마감시간(120분) 내에 답안 작성을 마쳐야 합니다. 추가시간을 드리지 않습니다.




어떠신가요? 무엇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 쓰고 싶은 글의 그림이 잘 그려지시나요?


‘차이와 차별’에 대한 위 문제는 당시 수강 학생들과 함께 만들었습니다. 중간고사 일주일 전에 문제와 유의사항을 모두 공유했습니다. 학생들은 A4용지 앞장에 글의 구도, 관련 조사내용 등을 적고 와서 그걸 참고하며 글을 썼습니다.


그래도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수강생들이 이런 난해한 주제를 어떻게 소화해서 자신의 글에 담아낼까?’ 궁금했습니다.


중간고사 보기 전에 “정답이 없는 문제이니 자기 나름의 글을 잘 쓰시면 됩니다”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어려운 주제에 잡아 먹힌 글’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 아쉬움을 아래와 같이 리뷰했습니다.




1. 반성


여러분이 정성 들여 쓴 글들을 읽으면서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됐습니다. ‘내가 잘 가르치지는 못하면서, 학생들만 힘들게 하고 있는 건가?’ 글쓰기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인데, ‘차이 VS 차별’이란 글감도 너무 어렵고, 원고지에 쓰는 것도 낯설고…


저는 첫 오리엔테이션(OT) 때부터 계속해서 “단지 미디어 글쓰기 스킬이 아니라, ‘25년 6개월의 저널리스트 인생’의 모든 걸 드리고 싶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수강생 여러분들에게 뭐든 드리고 싶은 마음, 후배님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에게 ‘글 쓰는 즐거움’을 드리고 싶은데, 오히려 ‘글 쓰는 일이 참 힘들구나’는 느낌을 더 많이 주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듭니다.


2. 제가 여러분이라면


‘1) 차이와 차별을 어떻게 구분하고, 2) 차이는 인정하면서 차별하지는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글감은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글 써서 먹고사는 프로페셔널들 중에서도 괜찮을 글을 바로 써낼 사람이 별로 없을 겁니다.


하나의 참고가 되시라고 제 접근방식을 적어봅니다. 저의 글쓰기는 내가 체감하거나 이해할 수 있는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그래야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차이 vs 차별’ 같은 어려운 개념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어려운 개념 얘기를 먼저 하고 그 개념이 적용된 사례를 나열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글쓰기의 발걸음이 무거워집니다. ‘차이는 이렇고, 차별은 이렇다’는 개념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하면, 글이 생생하고 재미있기도 힘듭니다. 구분하기 어려운 개념들을 몇 문장의 설명으로 이해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개념을 개념으로 설명하면, 제자리걸음만 하게 되지 않을까요.


저라면 제가 보거나 듣거나 겪었던 ‘차이와 차별의 교착 지점, 혼동 지점’을 가장 먼저 찾을 겁니다.


예를 들면

1) 어떤 아빠가 아이들에게 “너희들 대학 졸업할 때까지는 빚을 내서라도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하겠다. 졸업 이후엔 독립해서 알아서 살아라”라고 했습니다. 대학마다 등록금이 달라서 보통 성적이던 첫째는 1년에 1000만 원이 드는데, 공부 잘하는 둘째는 등록금 비싼 더 좋은 대학과 학과에 진학해서 1년에 2000만 원이 듭니다.


첫째가 아빠에게 “나는 동생보다 1년에 1000만 원이 덜 드니까, ‘1000만 원 x4년=4000만 원’은 나에게 따로 주세요. 그래야 공평하고 차별하지 않으시는 거죠”라고 했습니다.


이때 아빠는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내가 약속한 건 ‘대학 4년 간의 지원’이다. 네가 둘째보다 공부를 더 잘해서 1년에 3000만 원이 드는 대학과 학과에 갔다면, 빚 내서라도 그 3000만 원을 지원할 수는 있다. 너희 스스로 만들어낸 상황(차이)에 맞게 지원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솔직히 둘째의 경우 학비는 더 많이 들지만, ‘내 자식이 좋은 대학에 다닌다’는 뿌듯함을 부모에게 선사하고 있다. 비용대비효과를 따지면 첫째 너보다 둘째가 더 크다”라고 했습니다.


2) 다른 아빠는 경제 사정이 넉넉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사례의 아빠처럼 “대학 졸업할 때까지 모든 지원을 다 해주겠다”라고 약속할 수 없습니다.


이 집의 첫째는 공부 잘해서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둘째는 공부를 잘 못해서 첫째보다 평판이 떨어지는 대학에 진학했고 등록금을 전액 다 내야 합니다.


첫째가 “아빠, 장학금을 받은 건 내 노력의 결과니까 그 금액만큼은 저에게 용돈으로 주시면 안 되나요? 둘째 등록금보다 적은 금액이잖아요”라고 요구했지만, 아빠는 “집안 사정 뻔히 알면서 무슨 철없는 소리 하니?”라고 일축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두 사례 안에서도 ‘차이 vs 차별’ ‘차이 인정 vs 차별 대우’가 혼재돼 있을 겁니다. 가정 내에서만 봐도 ‘딸 vs 아들’의 차이와 차별, ‘첫째 vs 둘째’의 차이와 차별, ‘딸 vs 며느리’의 차이와 차별, ‘아들 vs 사위’의 차이와 차별, ‘경제적으로 부유한 자식 vs 그렇지 않은 자식’을 대하는 부모의 차이와 차별 등 다양한 이슈가 있을 겁니다.


집 밖으로 나가면 학교생활, 직장생활, 사회생활, 대인관계, 각종 사회 이슈에서의 '차이 vs 차별'이 있을 것이고, 더 나가면 인종 차별, 국적 차별 등도 있습니다.


저는 어떤 이슈가 됐든 내가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내용을 찾아서 거기서부터 글을 시작할 겁니다. 그런 뒤 역시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수준까지만’ 영역을 확장할 겁니다.


내가 겪은 일들을 ‘분석’ ‘분해’해보니

1) 차이와 차별은 이렇게 구분되는 것 같고

2) 이렇게 했을 때 ‘차이 인정 자체가 차별하는 것’이 되고, 저렇게 했을 때 ‘차이 인정이 차별 없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더라. 나는 그런 관점을 직장생활에나 대인관계에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세상의 주요 이슈를 볼 때도 그런 점을 구분해서 인식하려 노력한다.




다음 시간에 중간고사 개별 리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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