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독재

단체 대화방에서 벌어지는 폭력

by Newfifty

카카오톡 독재


우리를 한방에 몰아넣었다

팀장의 이름으로

부장의 권한으로

임원의 힘으로


나 들어라 하는 소리를

모두 들을 수 있게 떠들었다

내 조카뻘 신입사원도

십 년 함께 한 동료도

나를 가격하는

너의 격렬한 등짝을 숨죽여 지켜보았다


그 방에서

업무 효율을 떠들었고

일벌백계(一罰百戒) 효과를 나불대고

신상필벌(信賞必罰) 명분을 외쳤다


너의 입

너의 손을

떠난 그것들이

나에게는

우리에게는

팔다리 묶어놓은 고문이었다


불합리에 반발하면

반체제 마이너리티가 되고

아둔함을 일깨워주면

주제 넘는 루저로 낙인찍혔다


말끝마다

물음표 대신 마침표 느낌표를 찍으며

소리 없는 복종을 강요했고


그 방에서는

손 높이 쳐드는 나치

불 속으로 뛰어드는 카미카제만

큰 몸짓으로 “예 써”를 외치며

살아 숨쉬었다



일상에서는 카카오톡에 감사한 마음이 들 때가 많다. 특히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이나 친구 등과 카톡 대화를 나누다 보면 공간과 시간의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참 고맙다.


그런데 회사나 조직생활에선 카톡 대화방이 ‘부당한 폭력의 수단’이 되는 불쾌한 경험을 할 때가 있다.

다양한 연령과 직급이 모여 한 부서나 팀을 이루는 경우는 흔하다. 그곳에는 갓 입사한 신입사원부터 간부 진급을 앞둔 고참사원까지 있고, 요즘은 그 부서장이나 팀장보다 나이가 많거나 입사 선배가 있는 경우도 꽤 있다. 업무의 효율을 위해 ‘전체 카톡방’이 있는 건 이해할 수 있는데, 그런 전체 카톡방은 모두가 알아야 하는 공지사항을 전달하는 최소한의 기능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부서장이나 팀장 중에는 그 전체 카톡방에서 특정인들에게 수시로 업무 지시를 내리거나, 심지어 특정인의 업무 성과나 능력에 대한 핀잔이나 비난을 늘어놓기도 한다.


그런 광경을 볼 때마다 ‘그 특정인과 따로 카톡 대화를 하거나 따로 전화 통화하면 되는 일을 왜 저렇게 할까’하는 의구심과 불쾌감이 들었다. ‘너희도 일 제대로 못 하면 이렇게 공개적으로 혼날 수 있으니 정신 똑바로 차려라’는 것인지, ‘나는 이런 지적 하나하나 당사자에게 따로 연락할 만큼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는, 바쁜 사람이야’라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단체 카톡방에서는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대화나 토론이 진행되기 어렵다. 부서장이나 팀장의 지시나 주문이 부당하거나, 심지어 오류가 있더라도 일단 “예! 알겠습니다!” 해야 하는 억눌린 분위기가 조성된다. 독재가 따로 없다. 업무 효율성을 빙자한 독재에 순응해 가는 고참사원들의 처지에선 ‘이런 내 모습에서 후배 신참 사원들이 뭘 보고 배울까?’하는 자괴감이 가장 힘들다.

하루는 단체 카톡방에서 부서장의 지시에 다른 의견을 제시했더니, 바로 다음날 장문의 메시지가 따로 전달돼왔다. 요약하면 ‘너 지켜보고 있는데 똑바로 안 하면 내가 가만 안 둔다’였다. 노골적인 응징을 해온 셈이다. 이런 상사와 무슨 대화를 더 나누고, 무슨 토론을 더 하랴. 결국 당신이든 나든 연말 인사 시즌 되면 자리를 옮길 텐데 하는 생각에 “예! 자~알 알겠습니다!”라는 취지의 영혼 없는 짧은 대답을 보냈다.


그 해 연말 그 상사가 먼저 떠났지만 그의 ‘카카오톡 독재’가 남긴 불쾌감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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