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는 억울하다

'좋은 해바라기 상사' vs '나쁜 해바라기 상사'

by Newfifty

해바라기는 억울하다


올라갈 만큼 올라간 너

자랄 만큼 자란 너

네 위는 고작 서너 명

네 아래는 수십 수백 명


아직도

위만 바라보니


너의 눈

너의 얼굴에서

네 생각을 알고 싶은 우리에게

뒤통수만 보여주니


사람들이 널 ‘해바라기’라고 부르면

듣는 진짜 해바라기가 분통을 터트리더라


자기는 한창 성장할 때만 해 따라 움직인대

다 자라고 나면

찾아오는 벌과 나비 위해 가만히 서 있대


너처럼

죽을 때까지 해만 따라 다니면

번식도 증식도 할 수 없대


이왕 해바라기 할 거면

진짜 해바라기처럼 해보래



안정된 대기업 직장인 생활 몇 년 하다가 퇴사한 뒤 다양한 스타트업에 도전해 일정 수준의 성취를 거둔 한 후배에게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스타트업 하면 서로 영어 이름 부르는 수평적 조직문화만 많이 떠올리잖아요. 저도 여러 시도를 해봤는데요. 회사라는 조직이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굴러가려면 일정 수준의 수직적 위계질서는 불가피하더군요. 그래야 책임과 권한도 분명해 지고요.”


수직적 위계질서가 있는 한 ‘상사의 의도와 의중을 살피는 해바라기’는 일정 수준 불가피하다고 이해한다. 상사의 지시나 요청을 부하직원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조직이 제대로 굴러가겠는가.


하지만 해바라기에도 다양한 정도와 수준이 있다. 같은 회사에서 같은 사장, 같은 임원을 모시는 데도 A 본부장은 본부의 거의 모든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스스로 하는 것처럼 보이는 반면, B 본부장은 상부의 구체적 지침이 없으면 아주 사소한 사항조차도 결정짓지 못하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나름의 관찰과 고민 끝에 찾아낸 ‘이 차이의 핵심’은 A 본부장은 현재의 자리를 걸고 일을 하고, B 본부장은 자리를 지키거나 다음 자리를 위해 일을 한다는 것이다. ‘잘못되면 본부의 최고책임자인 본부장인 내가 책임지겠다’고 마음먹어야 부하 직원들에게 ‘최종 판단은 본부장이 하는구나’하는 느낌을 줄 수 있다.

B 본부장은 다음 인사를 좌지우지할 윗분들의 의도와 의중을 충실히 따르는 게 회사생활의 최우선 순위다. 그런 자신을 부하직원들이 어떻게 보고 있는지는 한참 덜 중요하다. B 본부장 같은 부류는 임원이나 사장의 개인적인 사정이나 취향까지도 회사 업무의 주요 결정에 반영하려 애쓴다. ‘디테일까지 챙기는 것’과 ‘디테일만 챙기는 것’은 분명 다르다. 그 차이를 부하직원들은 다 알고 느낀다.


상하를 잘 연결하면서도 책임감과 자기희생으로 조직의 선순환을 가져오는 ‘좋은 해바라기’는 좋은 해바라기를 낳지만, 위만 바라보느라 부하직원들에게는 뒤통수만 보여주는 ‘나쁜 해바라기’는 역시 나쁜 해바라기를 낳는다.


당신 회사나 조직에는 어떤 해바라기가 더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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