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시장 출판 분석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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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시장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플랫폼들이 매년 역량 있는 작가와 작품을 찾기 위한 공모전을 열고 있다. 작가 지망생에게 공모전은 웹소설 작가 데뷔와 작품 출간이라는 꿈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그 꽃길을 걷기 위해 먼저 무시무시한 핏길을 통과해야 한다는 함정이 있다.
2022년 상반기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총 상금 5억 원 규모의 카카오페이지 ‘2022 스테이지 웹소설 공모전’을 진행하자, 네이버는 한술 더 떠 문피아와 함께 ‘2022 지상최대 웹소설 공모전’을 열며 총 상금 10억 원을 내걸었다. 예전부터 이렇게 엄청난 상금이 걸렸던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국내 최대 규모’는 갱신되고, 앞으로도 더 높아질 전망이다. 웹소설 공모전의 상금 규모가 이토록 커진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콘텐츠 업체와 제작사들의 IP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특히 원작 역할을 하는 웹소설 IP 확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상금 외 각종 지원 항목 역시 날이 갈수록 업그레이드되는 중이다. 웹소설의 IP 사업에서 노블코믹 즉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웹툰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웹소설 작가에게는 웹툰 제작이 또 하나의 로망이기 때문에 웹툰 제작 및 연재 보장은 상금만큼이나 입맛 당기는 혜택이다.
일례로 얼마 전 끝난 카카오페이지 스테이지 공모전에서는 대상 수상작 2개 작품에 5000만 원의 상금과 함께 카카오페이지 웹소설·웹툰, 픽코마 웹소설·웹툰 연재를 동시에 보장했다. 웹소설의 빠른 웹툰화는 물론, 픽코마를 통한 일본 데뷔까지 함께 보장해주는 것이다. 원작인 웹소설 프로모션 지원이야 두말할 것 없이 당연하다.
현재 진행 중인 네이버 지상최대 공모전은 네이버가 문피아를 인수한 후 양측이 함께 개최하는 것이기 때문에 프로모션 지원이 더욱 화려하다. 역시 대상 작품의 웹툰화 및 네이버웹툰 정식연재를 보장하며 빠른 IP사업 진행을 약속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웹소설 공모전의 참가 조건이 신인이 아닌 ‘신인 및 기성 작가’로 확대되었다. 이제는 ‘출판사와 계약한 작품이어도 연재 및 유통된 작품이 아니면 괜찮다’라는 문구까지 등장했다. ‘계약이 진행될 만큼 퀄리티와 인지도가 확보된 작가’와 지망생이 경쟁하는 상황은 원칙적으로 공정하지 않다.
그러나 주최 측은 실패할 확률도 생각할 수밖에 없다. 만에 하나 어설픈 작품들만 들어와 줄줄이 상금을 탄다면 당선작들을 유료로 유통했을 때 매출이 높지 않아 투자 비용을 뽑지 못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신인만 도전할 수 있게 한다면 이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주최 측은 이미 과거에 쓴맛을 본 경험이 있다. 생짜 신인이 엄청난 작품으로 혜성처럼 나타나는 일은 극히 드물고, 모든 공모전에서 이 기적이 일어나진 않는다. 자칫 애먼 작품에 생돈을 날릴 수도 있기에 주최 측은 최대한 기성작가의 퀄리티 높은 작품이 들어오길 기대하는 것이다.
이는 동상이몽이다. 기성작가는 지금 당장 계약되어 있는 원고를 쓰기도 바쁘기 때문에 상금이 정말 매력적인 금액이 아니라면 불확실한 공모전보다 계약금을 받아 신규계약하고 작품을 유료로 유통하는 편이 훨씬 이득이다. 웹소설 공모전이 대체로 공개 연재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름이 어느 정도 알려진 작가인데 그 필명 그대로 나오면 당연히 조회수가 올라가겠지만, 한편으로 신인들 공모전에 프로가 들어와 굳이 물 흐린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조회수가 인지도만큼 안 나온다면 그건 그것대로 필명의 인지도를 민망케 하는 결과가 된다.
이런 것이 걱정된다면 새 필명을 파서 공모전에 도전하면 되겠지만 애초에 공모전에 들어갈까 말까 하면서 고민하는 것 자체가 탑티어(상위권 작가)는 아니라는 증거다. 계약에 줄줄이 묶여 있는 유명 작가들은 애초에 공모전 자체를 생각하지 않는다. 주최 측도 상위 1% 작가들이 지원하기를 바란다기보다는 많이 써본 기성 작가의 도전작에서 대어급 작품이 나오길 기대하는 측면이 있다.
웹소설 공모전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한 장르의 지원작 수가 1000편은 거뜬히 넘는 게 당연한 수준이다. 지난해 문피아가 개최한 ‘제7회 대한민국 웹소설 공모대전’은 중간 누적 참가작이 4500편이었다.
웹소설 공모전 경쟁률이 해가 갈수록 높아지는 이유가 두둑한 상금 때문만은 아니다. 이를 이해하려면 웹소설 시장에서 작품이 유통되는 원리부터 알아야 한다. 이 시장에서 작품이 무사히 플랫폼에서 유통을 시작하고 유의미한 실적을 올리려면 ‘론칭 프로모션’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현재 웹소설 공모전을 개최하는 주최 측은 웹소설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는 주체다. 이들은 출판사와의 유통계약으로 작품을 받아 유통하면서 직접 출판을 하기도 한다. 모든 출판사와 작가가 플랫폼의 프로모션을 원하는 시장에서 플랫폼과 직계약을 한다면 프로모션은 무조건 보장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어쨌거나 팔은 안으로 굽을 것이고, 그만한 가치가 있어서 계약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네이버 오늘의 웹소설, 카카오페이지 요일 연재 등 플랫폼이 일정 고료를 보장하는 자체 연재 개념의 ‘정식 연재’ 역시 플랫폼과 직계약을 하면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실무적인 장점 때문에 웹소설 시장을 어느 정도 아는 작가들은 플랫폼과의 직계약을 목표로 삼지만, 솔직히 쉽지 않다. 그런데 그 플랫폼이 주최하는 공모전에서 상을 받을 경우 일반적으로 플랫폼과의 직계약이 진행된다. 이 목표에 바로 다다를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대상을 받지 못하고 작은 상을 받게 되더라도 충분히 관계를 만들 수 있으므로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고 봐야 한다.
뿐만 아니라 공모전 주최 측이 예전에 비해 수상작 수를 늘려서 최대한 작품을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례로 카카오페이지 스테이지 웹소설 공모전의 최종 수상작은 무려 35개 작품이었다. 현재 진행 중인 네이버 지상최대 웹소설 공모전에서는 41개 작품이 선정될 예정이다. 수상작 수를 늘리면 아무래도 신인들이 조금 더 가능성을 높게 보기 때문에 참가작도 더 늘어나게 된다. 더불어 타 분야(순문학, 시나리오 등등) 지망생들이 웹소설 시장의 성장세를 보고 웹소설로 방향을 틀면서 공모전에 대거 참가하는 현상 역시 전체 경쟁률에 영향을 미친다.
신춘문예로 대표되는 순문학 공모전과 이전의 장르문학 공모전에 비해 웹소설 공모전은 시장의 특수성에 걸맞게 진행방식을 달리한다. 메일로 지원작을 받는 ‘비공개투고형’ 공모전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현재 대형 플랫폼에서 진행하는 공모전은 모두 웹 연재 기반의 ‘공개연재형’ 방식을 추구한다.
무료 연재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플랫폼에서는 이 게시판 시스템을 통해 공개적으로 출품현황을 오픈하여 운영한다. 공모전 기간에 참가 버튼이 생성되고, 이 버튼을 누르면 해당 작품으로 공모전에 지원할 수 있다. 공모전 지원작은 일반 연재작과 분리되지만 마찬가지로 조회수와 관작(선작)수가 중요한 심사기준이 다.
이 형태의 공모전은 좋은 작품을 모으려는 목적과 함께 자유 연재 코너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카카오페이지가 카카페 스테이지에서, 네이버가 챌린지리그에서 공모전 지원작을 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노벨피아, 조아라 등도 마찬가지로 신인 작가들이 공모전 후 연재 코너에 정착하기를 바란다. 공개연재형 공모전의 예선은 무조건 조회수만으로 판가름이 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공모전 기간 내내 갖가지 꼼수와 심리전이 발생하고 있다.
웹소설 시장에는 일부러 낮은 별점을 주는 별점테러, 소위 ‘별테’로 불리는 행위가 존재한다. 별점은 원래 해당 작품(회차)을 읽은 독자들의 평가 항목이고 무료 연재든 유료 연재든 단행본이든 모든 페이지에 달려 있다. 그런데 이 별점 자체가 매출에 엄청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즉, 매출이 높으면서 별점이 낮은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기성작가들은 별점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이 별테에 충격을 받는 사람은 오직 신인작가와 공모전에 지원한 지망생들뿐이다.
공모전에서도 별점은 그다지 중요한 항목이 아니다. 그럼에도 경쟁자의 심리에 영향을 주어 끌어내리려는 목적으로 별테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공모전에서 별테는 진짜 독자가 아니라 지원자들이 한다. 한마디로 별테는 질투와 경계에 따른 공격행위다. 실제로 별테를 당하고 글을 못 쓰거나 공모전을 포기하는 경우가 존재하니 그 공격이 유효하다고 볼 수는 있겠다.
뿐만 아니라 모든 공개연재형 공모전은 어뷰징과 불법 홍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례로 얼마 전 끝난 공모전에서 아주 희한한 사건이 일어났다. 로판과 로맨스 카테고리 양측에서 상위권 랭킹에 아주 희한한 제목을 볼 수 있었는데, 이건 누가 봐도 웹소설을 써 본 사람이 아닌 사람이 지은 제목이며 원고도 웹소설 스타일이 아니었다. 이후 모 연예인의 팬카페 운영진이 공모전에 들어가겠다면서 도움을 요청했다는 증거들이 등장하면서 한바탕 이슈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지인이나 인터넷 커뮤니티, 단톡방 등에 “소설 공모전에 도전하니 링크로 들어가 읽어 달라”라는 요청을 한다고 해서 조회수가 폭증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매우 유명한 연예인의 팬카페라 소위 ‘화력’이 있는 곳이었고, 그로 인해 초반 조회수가 확 오르는 통에 상위권에 들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홍보를 진행하여 웹소설을 보지 않는 사람들이 대거 들어와 조회수를 올릴 경우, 웹소설을 보는 독자라면 절대로 쓰지 않을 댓글이 잔뜩 올라온다. 웹소설 독자와 작가를 포함한 웹소설 관계자들 눈에는 각이 선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려 조회수를 올리는 어뷰징이 가능하다는 소문도 매회 등장한다. 공모전 참가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필자가 그 현상을 실제로 보지는 못했기에 단언할 수 없다. 그러나 비정상적인 작업이 이루어지면 주최 측에서 잡아낼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다. 오랫동안 지켜본 바, 이런 문제의 패턴은 특별히 발전한다고 볼 수 없으며 유사한 형태로 매번 계속되고 있다. 이는 지망생에게 마약과 같은 크나큰 유혹이다. 웹소설 공모전이 공개연재형으로 진행되는 한, 불법적인 행위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이렇게 불법적인 행위로 조회수를 올린 작품이 유의미한 상을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개연재 방식으로 진행하더라도 본선 심사는 독자들의 선택(조회수)뿐만 아니라 내부 심사를 반드시 거치기 때문이다. 심사 시 물리적으로 이런 불합리한 케이스를 거르게 되고, 심사를 하는 사람들은 웹소설을 다루는 전문가들일 것이기에 당선작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0에 수렴하게 된다.
(단, 수년 전 한 플랫폼에서 웹소설 공모전을 열면서 심사위원을 웹소설 전문가가 아닌 일반 소설 작가들로 구성했던 경우가 있었다. 결국 작품을 잘못 뽑아 상금만 날리고 실패했다.)
웹소설 공모전이 이토록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까닭은 그만큼 웹소설 시장이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기 때문일 것이다. 혹여 다른 판에 비해 문제가 더 자주 일어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그건 착시현상이다. 독자와 작가 그리고 작가 지망생을 포함한 관계자들이 모두 웹에 능하고 비교적 ‘담론의 장’이 펼쳐져 있는 업계라 공론화가 훨씬 쉽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실무적인 차질을 빚을 수는 있겠으나 공모전의 가치는 여전히 건재한다. 공모전이 신인작가가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고 극적으로 이름을 드높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인 것만은 분명하다. 주최 측의 공모전 진행 경험 축적 및 철저한 기준 정립, 그리고 시장을 둘러싼 지망생들의 윤리 의식 고취가 웹소설 시장의 공모전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웹소설 관계자들 모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일이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기획회의> 561호(2022.6.5 발행) 특집 '공모전 권하는 사회' 기고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