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께를 가늠할 수 없는 끈

제39회 고향의 봄 글짓기 공모전 장려상

by 책읽는 조종사

두께를 가늠할 수 없는 끈


풍전등화와도 같은 삶이다. 내가 붙잡고 있는 끈의 두께는 얼마나 될까. 두껍지도, 그렇다고 마냥 얇지도 않다. 언제 툭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끊어지지 않게 여러 번 매듭을 더해 동여맨다. 간신히 붙잡고 있는 생명 끈을 연장한다.

혹여 얇거나 짧지는 않은지 걱정이 밀려든다. 가지고 있는 끈을 수시로 점검한다. 사용하면 할수록 닳고 얇아져 두꺼운 옷을 한 꺼풀씩 벗는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가늘어져 있다. 문제가 생기지 않게 옷을 다시 여며 입고 새 단장을 한다. 끈을 보수하는 건 생명을 연장하는 일이다. 옭아매고 있는 끈이 느슨해지면 사고로 이어진다.

어찌 끈만을 탓할 수 있으랴. 붙잡고 있는 끈이 아무리 두껍고 길었다고 한들, 손이 풀리는 순간 끝장이다. 혹여나 손아귀의 힘이 빠지더라도 떨어지지 않게 단단히 고정하는 방법을 궁리한다. 여러 파지법 익혀 살길을 도모한다. 끈 하나에 내맡긴 삶을 건사하기 위해 온갖 기술과 요령을 배운다. 그거야말로 풍전등화와도 같이 위태로운 삶에서 생명 끈을 붙드는 길이다.

끈 하나에 의지해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린다. 오래 견디기 위해 쥐는 법도 익혔다. 손에 꼭 맞는 두께를 찾았다면, 보다 수월히 매달릴 수 있다. 단순히 두껍다고 해서 최고는 아니다. 너무 두꺼워도 문제고, 너무 얇아도 문제다. 어느 정도 힘을 주어도 끊어지지 않을 정도의 두께가 적당하다. 여전히 나에게 딱 맞는 끈을 찾아 헤맨다.

여러 직업을 거쳤다. 얇았다가도 두꺼워졌다가, 길었다가도 짧아졌다가. 잡고 있는 끈을 계속해서 바꿨고, 마침내 잡는 요령이 생겼다. 어떻게 쥐어야 할지, 어느 정도의 세기로 잡고 있어야 할지 나름대로 기준이 섰다. 지금 쥔 끈은 짧고도 얇게 느껴진다.

언제라도 떨어질 수 있다는 위험을 안고 하늘에 매달려서 일한다. 중력을 거스르고 하늘을 유영한다. 공중에 떠 있으나 보이지 않는 끈 하나에 매달려 생명을 부지한다. 안전을 책임지는 끈이 가슴을 두르고, 허리를 조인다. 그렇게 온몸에 감쌀 때, 비로소 기체와 하나가 된다.

불안할수록 더욱 겹겹이 묶는다. 파지를 다시 하여 힘껏 쥔다. 얇고도 짧았던 끈을 단단히 조여 매니 어느새 두꺼워지고 길어졌다. 끈 하나에 기대어 살아가는 삶이 더는 풍전등화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언제 끊어져도 이상할 일이 없던 끈은, 언제 그랬냐는 듯 견고하게 우뚝 뻗쳐있다.

아버지가 쓰셨던 끈을 건네 쥐었다. 낡고 닳아있어 다시 정비하여 내 손에 맞게 매만진다. 대를 이은 그 끈으로 허리춤을 감싼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나라를 지키는 사명을 이어받았다. 해진 끈을 고쳐 매고 임무에 나선다.

아버지의 땀이 서린, 나를 붙들고 있는 생명 끈이다. 하늘과 이어져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다. 그렇다고 두께를 가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여러 겹 덧대어 손에 알맞게 두께를 조절한다. 두 손을 끈 위에 포개고 한 발 한 발 하늘을 향해 오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끈 하나에 모든 것을 맡긴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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