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글나라 편지쓰기 대회 우수상
다시 학생이 된 어머니께
어머니의 하나뿐인 아들입니다. 뒤늦게 어머니가 19학번으로 대학에 입학하셨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요. 늦은 나이에 다시 대학을 다녀야겠다는 선택을 하기엔 쉽지 않았으리란 것을 압니다. 젊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묵묵히 학업을 이어나갔던 어머니의 모습에 긍정적인 자극이 되었습니다. 사회복지 공부에 대한 갈망도 있으셨겠지만, 더 큰 이유는 저를 응원하기 위해서였음을 압니다. 제가 비행교육에 입교하던 해, 어머니는 대학에 입학하셨죠. 마침내 비행교육을 무사히 수료하고 지금은 조종사가 되어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모든 게 어머니 덕분입니다.
노인교육과 청소년 상담이라는 새로운 길을 걸어가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에 많은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사용하는 컴퓨터 조작에 힘겨워하셨던 모습에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평생을 컴퓨터 앞에서 일했던 아버지가 곁에서 하나하나 도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수업을 곧잘 따라갔고 우수한 성적으로 장학금까지 받았던 어머니를 보니 나이는 결코 장애물이 아님을 새삼 느꼈습니다.
어머니가 한창 학업에 열중할 때 저도 비행교육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주말이면 어머니와 함께 카페에 앉아 공부했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제가 평생교육을 전공했기에 어머니가 배우는 전공 중 중첩되는 부분이 상당수 있어서 도울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어머니는 과연 문일지십이셨습니다. 하나를 알려드리면 열을 알았고, 경험이 많아 이론 적용을 잘하셨어요. 더 이상 가르쳐드릴 게 없었고, 오히려 어머니께 열의를 배웠습니다.
주말을 어머니와 보내고 다시 비행교육을 받을 때면 신기하게도 집중이 더 잘되었던 거 아시나요? 비행에서 중요한 것은 하늘을 나는 순간이 다가 아니더라고요. 비행 후 평가를 통해 보완해야 할 점을 찾고 비행 연구를 거듭해야 합니다. 오롯이 혼자만의 싸움이었어요.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어머니를 떠올렸습니다. 나이와 환경을 뛰어넘어 학업에 도전하는 어머니처럼, 끝까지 해내겠다고 스스로 다짐까지 했답니다.
마침내 ‘조종사 휘장 수여식’ 행사에 어머니를 모실 수 있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어머니는 기쁨과 자부심이 가득한 얼굴로 제 앞에 서 계셨죠. 그리고 저 역시, 어머니가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여 뜻을 펼치는 모습을 지켜보며 벅찬 감동을 느꼈습니다.
휴가를 받아 어머니가 다니는 학교를 찾아갔을 때 기억나시나요? 버스를 두어 번 갈아타고서야 겨우 도착했었죠. 문득, 이 길을 매일같이 오갔을 어머니를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졌답니다. 어머니가 매일 드시던 학식을 함께 먹고, 자주 걷던 산책길을 나란히 걸었죠. 학우분들을 소개해 주어 커피를 함께 마시기도 했는데, 마치 모교를 방문한 듯한 기분이 들었답니다.
어머니, 지금은 제 딸이자, 당신의 사랑스러운 손주를 봐주고 계시는데, 항상 감사할 따름입니다. 황혼 육아가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을 텐데, 죄송하고 또 감사합니다. 아내가 복직하여 제가 바통을 이어받아 온전히 육아를 전담하게 되었을 때, 어머니라는 든든한 육아 동지가 있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손주를 바라볼 때면 어머니의 입가에 웃음이 가득한 모습을 보고, ‘이런 게 바로 효도구나’ 싶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를 보여드리고 싶어 날마다 어머니댁으로 날아가는 중입니다. 어쩌면 어머니께 날아가기 위해 조종사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어머니께서 늘 제 곁을 든든히 지켜주셨듯, 이제는 제가 어머니의 곁에서 힘이 되어 드리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