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지키며 살아낼 나와 우리의 세계
제20회 경남독서한마당 독서공모전 장려상
온전히 지키며 살아낼 나와 우리의 세계
- 문경민, <지켜야 할 세계>를 읽고
국어 교사가 지켜야 할 세계란 무엇일까. 학부 때 교육학을 전공하였기에 궁금한 마음에 이 책을 읽었다. 국어 교사 정윤옥은 60여 년 일평생 참교육자로 살았다. 만연했던 촌지 등을 일절 받지 않았고 학생 임원들이 부당하게 내야 하는 돈들도 걷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온전한 선생으로 남고 싶어 했다. 철학과 사유를 할 수 있는 국어 수업을 하기 위해 야학과 서점 등 교육장을 가리지 않고 아이들을 가르쳤다. 나 또한 대안학교를 나왔기에 학생 스스로 사유할 수 있는 수업의 가치는 감히 값으로 매길 수 없음을 잘 안다.
일반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과 조금은 다른 대안교육은 자율성이 중시되고 사고를 다양하게 할 수 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한 달 동안은 오로지 독서에만 집중하는 환경이 조성되어 갇힌 생각의 폭을 확장할 수 있었다. 독서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기에 지금도 책을 손에 놓지 않고 독서를 삶의 일부분으로 생각하고 있다.
주인공 윤옥은 상대가 바라는 대로 무릎을 꿇지도 않았고 꿋꿋하며 굳세었기에 동료 교사들에겐 별종으로 찍혔다. 그런데도 혼자였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그녀에겐 사랑하는 학생들이 있었고 입양한 아이 ‘상현’이 있었다. 자신이 가르쳤던 제자가 맡긴 아이인 상현을 자신의 아이가 아님에도 온전한 사랑으로 양육하였다. 주인공의 세계는 그녀가 가르치는 아이들, 그리고 상현이었고 오래전 입양 보낸 아픈 동생 ‘지호’였다. 그녀가 지키고자 하는 세계는 부귀영화가 아닌, 참교육자로서 걸어가야 할 올바른 가치관이었다.
세상이 바뀌고 사람이 변하더라도 꼭 지켜야만 하는 것을 온전히 지키며 살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윤옥은 교육자로서 지켜야 할 세계를 홀로 사투하며 지켜내고자 노력했다. 그 험난한 여정을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동행해보니 결코 쉬운 것이 아님을 느꼈다. 책을 읽는 동안 윤옥의 아픈 심정이 전해져 울적해졌고 그녀가 의지했던 동지인 ‘정훈’의 배신에 마음이 아렸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는 저절로 침잠하여 생각에 잠겼다. 내가 지켜야 할 나의 세계는 무엇이며 과연 안녕할까.
결혼하고 아이를 낳기 전 나의 세계는 지극히 내가 중심이 되어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살았다. 이제는 한 가정을 지키는 가장으로, 나만의 세계가 확장되어 지켜야 할 것들과 책임질 것들도 많아졌다. 아이가 생기고 나선 나의 가치관을 돌이켜보기도 했다.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게, 아이가 올바른 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어 가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이 이름도 ‘세아’로 지었다. 현재 내가 하는 일은 우리나라의 하늘과 바다를 지키는 것이다. 이 일에서 잠시 물러나, 지금은 온전한 육아를 하기 위해 휴직 중에 있다. 이 일 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는지, 세상에서 과연 어떠한 쓸모를 발휘할 수 있을지 부단히 애써 찾고 있다.
책을 읽고 저자에 대해 궁금하여 검색해봤는데, 현직 초등 교사이자 장애 아이를 양육하는 아버지임을 알았다. 그렇기에 7년이라는 긴 탈고의 시간을 거쳐 이 책을 세상에 조심스럽게 내놓았을지도 모른다. 주인공 윤옥의 동생은 뇌병변장애를 앓아 말을 못 하고 몸을 가누지 못했다. 남편 없이 어머니 혼자 일을 하며 아픈 아이까지는 돌보지 못했다. 결국 입양을 보냈지만, 그 죄책감에 평생을 짓눌려 살았다. 그러한 가운데 윤옥의 어머니는 지호를 입양한 ‘하성호 목사’의 소식을 듣게 되었고 지호와 같은 장애인들을 그에게서 구출해 보듬으며 함께 살게 된다. “부디, 사람을 살리는 소설이 되기를 빈다.”라고 한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을 쓰면서 저자는 본인을 살렸고 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많은 이들을 살렸다.
내 아이도 장애를 갖고 태어났었기에 이 책이 더 와 닿았다. 작년에 아이를 낳았는데 다지증이라는 희귀 질환으로 손가락을 하나 더 달고 세상에 나왔다. 돌이 지나기 전, 결국 수술을 하여 절단을 하였지만, 그 과정이 정말 힘들었다. 소설의 끝 무렵에 언급된 제주도 서귀포에서 아이를 낳았고 거기서 아이는 수술 전까지 육지로 총 10번 비행기를 타야만 했다. 제주도에선 영유아의 손가락 수술을 할 수 있는 곳이 없었기에 육지로 가야만 했다. 장애가 있는 아이의 부모가 되어 보았기에 윤옥의 심정을, 윤옥의 어머니 옥순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저자가 마음을 다해 써낸 이 책을 통해 부디 ‘교권’, ‘장애’, ‘돌봄’에 대하여 주인공 윤옥처럼 올곧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실천하는 이들이 많이 생기길 기대한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나와 우리의 세계를 온전히 지킬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