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시 올해의 책 전국 독후감 공모전 최우수상
동그란 내 마음 한 닢
- 김창완,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를 읽고
내 마음을 누군가에게 나누어 줄 수 있다면 나는 마음 한 닢 한 닢을 마음 은행에 저축해두고 싶다. 라디오 DJ로 활동한 저자가 청중과 마음을 나누었던 글들을 모아 책을 펴냈듯이 언젠가 고이 간직해두었던 내 마음을 꺼내 보일 날이 오기를 바란다.
김창완,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연예인이다. 록밴드 가수이며, 배우이기도 하다. 23년간 라디오 진행을 맡기도 했다. 책,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는 라디오 프로그램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서 전한 이야기를 모아 펴냈다. 청중과 마음을 나누고자 애썼던 저자는 찌그러진 일상 속에서도 작은 희망의 빛을 발견해 건네고 싶었으리라. 찌그러진 동그라미일지라도 세모도 아니고, 네모도 아니며 여전히 동그라미인 사실을 잔잔히 전해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우리 인생이 완벽하진 않아도, 조금 찌그러져도 괜찮지 않을까.
완벽을 추구했다. 한 점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다. 군인이 되고선 더욱 완벽에 집착했다. 군대라는 조직에서 튀지 않기 위해 옷매무새를 다듬듯 나를 더욱 옭아맸다. 시간이 흐르며 조금은 느슨해졌지만, 여전히 강박은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다. 동그라미를 그리려고 신중을 기울였지만 계속해서 엇나갔다. 삐죽빼죽 선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그때마다 칼같이 선을 도려내려 애썼다. 그럼에도 동그라미는 당최 완벽해보이지 않았다.
내려놓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 가정을 꾸리니 그동안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았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야근을 일삼으며, 치열하게 견뎌왔던 생활을 내려놓고 아이를 돌보기 위해 육아휴직을 시작했다. 그러고 나니 내가 그리던 동그라미의 형태가 많이 바뀌었다. 완벽을 추구했던 생활패턴은 아이에게 맞추어 온데간데없어졌고, 완벽하진 않지만 소중한 하루하루가 다가왔다. 육아를 하다 보면 어느 것 하나 완벽하게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부족함 투성이다. 분유를 제조하는 일부터, 외출하기 위한 짐을 꾸리면서도 하나 둘 빼먹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아이와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더없이 소중했다. 하루가 완벽하진 않아도 괜찮다는 걸 아이와 함께하며 느꼈다.
복직하고 나서는 주위 사람과 마음을 나누는 데에 온 정성을 쏟았다. 1년의 휴직동안 참 많이도 외로웠다. 동네 놀이터에 가도 아빠보단 엄마들이 많았고, 마음 둘 곳이 없었다.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었던 시간들이 그리웠다. 육아휴직은 내면을 돌아보며 나와 온전히 마주하는 시간이 되었다.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조급해하지 않게 되었다. 치열하게 살던 나날을 뒤로하니 뒤로 쳐져있던 내 그림자가 보였다. 발걸음을 늦추어 그림자를 기다려주었다. 함께 걸어가고자 손을 내밀었다. 그러고선 휴직 중에 내 마음을 은행에 저장해두었다. 지금 당장은 마음을 나눌 이가 적으니 언젠가 필요할 때 꺼내어 쓰기 위해.
“마음 은행이 있어서 급할 때 빌려 쓰고 나누어 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를 차에 태우고 본가를 자주 갔다. 그때 차 안 라디오에서 들었던 저자의 따스한 말 한마디가 마음을 울렸다. 마음 은행에 내 마음을 저장해두리라 생각한 건 그때부터였다. 책을 통해 저자와 다시 한번 마주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직접 만나진 않았지만, 바로 옆에 있는 듯한 착각까지 들었다. 잔잔히 내 마음을 위로하는 그의 말 한마디가 심금을 울렸다.
내 마음이 동전 한 닢처럼 동그랗더라면 저금통에 차곡차곡 모아두고 싶다. 누군가와 마음을 나눌 일이 생긴다면 저금통이 가득 차진 않아도 언제든 꺼내볼 수 있게 나만의 마음 은행에 저축하련다. 마음은 나눌수록 더욱 커지는 게 이치 아니던가. 저자도 그걸 알았으리라. 라디오를 통해 전하는 따스한 메시지에 많은 사람이 울고 웃었다. 23년간 이어온 ‘아침창’은 막을 내렸지만, 다시 새로운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나긋나긋한 저자의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가슴이 따스함으로 데워진다.
"원인 모를 우울이나 자주 걸리는 빨간 신호에 너무 예민해지지 마세요. 뭔가가 나를 보호하는가 보다 하고 넘기는 것도 좋겠습니다."
따스해지다 못해 뜨거워서 데일 뻔한 문장이다. 아이는 건강히 태어났지만 조금 아픈 부분이 있었다. 돌이 채 되기 전에 수술대에 올렸다. 그때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대신 수술을 받고 싶은 심정이었다. 복직하는 아내를 대신해 육아 휴직에 돌입하여 신호등에 표시되는 빨간 신호와 같이 잠시 멈추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와 함께 정지선에서 대기하는 시간은 천금만금보다 귀했다. 아이와 더욱 친밀해졌고 누구보다 아빠를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다. 어린이집 하원을 할 때 이따금 데리러 갈 때면 "아빠, 아빠!" 외치며 방방 뛴다. 어찌나 그 모습이 사랑스러운지 피로가 싹 가신다. 빨간 신호 덕택에 아이는 수술대에서 일어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씩씩하게 자라나는 중이다.
마음 속 동전 한 닢을 저금통에 넣는 법을 아이에게도 알려주고 싶다. 언제든 꺼내어 나눌 수 있게, 우리가 전해준 사랑을 주위에도 나누는 아이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라는 의미로 이름도 '세아'로 지었다. 세아의 저금통에도 누군가에게 나누어줄 마음이 가득하기를 바라본다. 아이가 아직 어리기에 아이 저금통엔 우리 마음부터 꾹꾹 담아 채웠다. 언젠가 따스한 마음이 필요할 순간이 온다면 요긴하게 쓸 수 있게.
울퉁불퉁 찌그러진 동그라미일지라도 동전이 동그랗다는 사실은 변함 없다. 저금통 입구에 쏙 하고 넣다보면 어느새 수북이 쌓이기 마련이다. 모난 동전일지라도 가치는 변함이 없다. 은행에 저금통을 들고 가면 온전한 가치로 환산해준다. 조금 훼손되거나 찌그러져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 동전처럼 내 마음도 동전 한 닢과 같았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오늘도 동그란 내 마음 한 닢을 마음 은행에 저축한다. 언제든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도록 차곡차곡 모아둔다. 찌그러져도 괜찮은 마음 한 닢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