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은 좋은 것
여름이 다가오는지 밤에 벌레가 많아졌다. 이제 낮에 산책하며 자유로운 삶을 맘껏 누려봐야지. 서로 제각각 다른 생각을 하며 살아가지만 그 와중에도 다름과 틀림은 내 나름 명확하게 구분된다. 요 며칠 나에 대한 말말말-에 대해 생각했다.
누군가는 내가 경직되었다고 하고, 누군가는 엄청 바쁜 것 같은데 지쳐 보이지 않는다고 했고, 누군가는 네가 부럽다고 했고, 누군가는 내가 편안해 보인다고 했다. 하나도 같지 않지만 모두가 사실이다.
어제는 목에 약침을 맞았다. 한 6개월 됐을까. 아침마다 오른손이 부었다. 왼손은 멀쩡한데 오른손만 그랬고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 같아 넘겼는데 나중에는 물병도 술병도 못 여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다 지인이 추천해 준 한의원에 갔다. 치료를 받으면 어떤 날은 턱관절이 좋아지고, 어떤 날은 발목이 좋아졌으나 오른손은 여전했다. 무엇보다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었다. 일도 바쁘고 치료를 받아도 효과도 없기에 정형외과에 갔다. 사진을 찍어 보더니 염증이 조금 있다고 했고 별 이상은 없다고 물리치료를 자주 받으라 했다.
증상은 점점 심해져 어떤 날 아침엔 손이 잘 쥐어지지 않을 정도로 붓기가 뻑뻑했다. 한쪽만 그러니 더 심각하게 여겨졌을 지도. 다 그때뿐이었다. 결국 원래 다니던 한의원에 다시 갔다. 집에서 10키로 가량 떨어져 있어 병원에 다녀오면 최소 2시간 많게는 3시간이 소모된다. 그래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치료를 시작한 지 2주 만에 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침 붓기 제외하고 일상에선 불편함이 없었다. 하지만 아침 붓기는 2개월 가까이 좋아질 기미가 없었다. 의사쌤은 ‘이러면 목에 약침을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나는 이미 약침을 맞고 있던 터라 그런가 보다 했는데 목에 약침을 맞고 나서야 알았다. 이름이 같아도 그것과 그것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목에 맞는 약침은 양방에서 맞는 뼈주사 같은 것이었다. 주사를 놓자마자 묵직해지는 마치 마비가 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가격도 비쌌고 침을 맞은 날은 목에 깁스를 한 것마냥 목이 뻣뻣했다. 오늘 아침까지도 이어져 필라테스도 제꼈다. 하지만 플라시보 효과인지 계속 불편하던 가운데 손가락이 조금 편해진 듯하다.
좋은 사람들이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나의 그란 바람과 별개로 아니 어쩌면 보란 듯이 세상은 갈수록 더욱 난리 속이다. 그러한 여파 크게 영향을 받는 나는 한 1년 전부터 그러한 소식들에 거리를 두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나를 지키는 일임에, 내가 쓰러지지 않음이라 생각한다. 이건 일단 나부터 잘 먹고 잘 살고 난 후에 여유가 되면 다른 것들을 돌보겠다는 맥락이 아니다. 내가 아프면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소모적인 분노에 에너지를 소모하기보다 에너지를 모아 효과적으로 쓰고자 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