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희 Jun 21. 2023

제2장 ‘나의 기록학교’가 이야기 모임이 되길 바라며

230617 <나의 기록학교> 두 번째 모임 후기

230617 <나의 기록학교> 두 번째 모임 후기

제2장 ‘나의 기록학교’가 이야기 모임이 되길 바라며



“기록하고 기록물을 살피는 행위는 자신을 만드는 과정이다. 

기록 하다 보면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  『기록이 상처를 위로하다』 중에서


책의 표지가 예뻐서 만듦새가 좋아서 내용이 좋아서 등등. 나는 다양한 이유로 이런저런 책을 좋아하지만 그중에서 진정으로 아끼는 책은 몇 권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은 표지가 그리 예쁜 것도 만듦새가 좋은 것도 아니지만 내가 진정 아끼는 책 중 한 권이다. 


‘나의 기록학교’를 준비하며 나는 두 가지에 주의를 기울였다. 내가 주도적으로 이끌기보다 참여자 중심으로 모임을 이끄는 것과 책 선정이었다. 책 선정에 있어 여러 각도로 고민을 하던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최대한 여러 가지 선택지를 주고 그 안에서 참여자들이 책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책만은 내가 선택하고 싶었다. 아니 더 정확히는 『기록이 상처를 위로하다』를 첫 번째 책으로 함께하고 싶었다.


그리고 (어제) 나의 기록학교 두 번째 모임을 마쳤다. 나만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결과는 대만족이다. 몇 년 만에 다시 내가 좋아하는 책을 촘촘하게 읽었다. 역시나 참 좋았다.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이 책이 내 삶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음을 확인했다. 몇 년 전부터 내 책상 한 귀퉁이에는 “우리는 과연 기록으로 남길 만한 이야기를 만들며 살고 있는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창조하지 못한 채 과거를 답습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메모가 붙어 있었다. 어느 책에서 보고 메모를 해두었는데 어느 책인 줄을 몰라 그냥 ‘어느 책에서’라고만 적어 두었는데 비로소 이 메모의 출처를 찾았던 것이다.


또한 기록쟁이 10년 차를 맞아 ‘기록’에 대해 곰곰이 생각을 가다듬었다. 그러던 중 내가 기록을 하고 애정을 갖는 궁극적인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나’ 자신을 위해서라는 생각에 도달했다. 그런데 이 또한 이 책에서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이 책을 읽기 전에도 기록을 했고 좋아했지만 이 책은 내 안에 흩어져 있는 기록에 단상을 실로 구슬을 꿰듯 엮어준 것만은 확실하다. 이처럼 사소하지만 소중한 일들이 내게는 마치 운명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아끼는 책을 함께 읽고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 참 좋았다.


내가 책을 읽으며 희열을 느끼는 순간은 크게 두 가지다. 나와 같은 생각을 마주하거나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생각의 고리를 열어줄 때이다. 그리고 이건 대화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같은 책을 읽었지만 서로 다른 세계를 가진 우리는 각자의 관점으로 책을 마주했다. ㅇ님은 누구나 생각할 법한 이야기 혹은 알고 있는 이야기를 쉽게 잘 설명했고 기록의 의미를 잘 조명하고 재해석했다고 굉장히 평론가스러운 감상을 전했고, ㅍ님은 어둠 속에 있는 것을 끌어내 기록이 역사가 되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그 밖에도 대화, 가족, 죽음, 기록의 기준 등에 대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쏟아내듯 나누었다.


최대한 내가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고 어떻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조금 걱정스러웠는데 내가 생각했던 방향과는 살짝 달랐지만 시간은 훨씬 빠르게 가버렸다. 여러 대화 중 내가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ㅇ님의 이야기였다. ㅇ은 기록이라는 행위는 품이 드는데 그 시간 동안 찬찬히 정제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고 그 안에서 유의미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이야기에 매우 공감했다. 또 그 이야기와 함께 이렇게 좋은 기록이라면 좀 더 적극적으로 청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이야기는 나와 생각이 전혀 달라 무척 흥미로웠다.


’마지막으로 인상 깊은 구절이나 오늘 이야기 나눴던 내용 중 기억하고 싶은 내용을 기록하고 나누자고 제안했다. 주문한 책이 오지 않아 급하게 책을 읽은 ㄷ님은 인상 깊은 구절로 ‘아카이브는 멀게는 앞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기록이며 가깝게는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주는 ‘말’이다’라는 내용을 꼽았다. 이 내용을 통해 ‘나는 어떤 말을 전달받았고 물려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나 또한 오늘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 중 하나였으나 다른 이야기를 하느라 놓쳤던 부분이라 냉큼 다음에는 이러이러한 이야기를 해보자고 하고 말았다.


ㅈ님은 책의 감상을 이야기할 때도 마지막에도 ‘마킹보드’에 대해 이야기했다. 노래 가사에도 자주 등장하는 이 단어가 『앵무새 죽이기』의 원서 제목이었다는 것부터 앵무새가 아닌 흉내지빠귀라는 사실이 흥미롭다는 이야기는 마킹보드가 희망으로 읽힐 수도 있겠다며 앞으로는 감정이 무너지는 순간에 기록을 해보겠다는 이야기로 마무리했다. ㅇ님 저자와 아버지와의 대화 내용을 통해 눈높이, 대화,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는 것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개인적으로 ㅍ님의 이야기가 궁금했는데 급하게 일이 생겼다며 일찍 가버리셔서 아쉬웠다.


아마 연달아 모임이 없었다면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을 텐데 뒤에 모임이 있어 서둘러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다다음 모임에 함께 할 책도 선정했다. 토요일 오후 어쩌면 황금 같은 시간을 내어 책을 읽고 이야기를 하러 오는 사람이 없으면 어쩌나 싶었고 나 또한 토요일 오후에 이러고 있는 게 싫으면 어쩌지 싶었다. 그런데 내 예상과 달리 너무 재밌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은 탓인지 아니면 모임 구성원들과의 합이 좋아 그런지 모르겠다. 


내 이야기를 조금 참았어도 좋았을 텐데 신이 나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기도 하다. 일주일에 두 번이나 익산까지 가서 시간을 내는 일이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시작이 좋다. 바쁜 와중에 틈을 내어 책을 읽고 함께 나눌 질문과 이야기를 생각하는 일이 즐겁다. 무엇보다 이렇게 하지 않았으면 절대절대 이러한 시간을 갖지 못했을 정도 분주한 일상이지만 그래서 더 좋다.


#익산독서모임 #독서모임충원 #멤버모집 #기록독서 #함께해요 #책공방 #책문화기획자 #이승희 #10주년 #기획 #프로그램 #나의기록학교 #기록탐구생활 #시작 #익산 #북메리카노 #익산청년 #집중 #책방 #동네책방 #독립책방 #마음책방 #독서모임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매거진의 이전글 제 1장 기록에 관한 다섯 가지 이야기와 질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