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리로 5길 익산 청년 보호구역 : 기록 특강
230116 < 나를 위한 기록 이야기> 특강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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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도 일종의 대화다. 언뜻 보면 강연은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처럼 여겨지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반적인 대화에서는 대화 주체가 되는 대상 모두가 말로 이야기를 하지만 강연에서 강연자는 말로 이야기를 하고 청중은 눈빛과 표정, 고갯짓으로 이야기를 할 뿐이다. 그래서 ‘강연도 일종의 대화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강연을 준비하면서 들었던 이 생각은 강연을 마치고 더 진해졌다.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함께 했으나 그중에서 눈을 반짝이던 친구들은 서너 명 정도였다. 나머지는 내 이야기를 듣고 있는지 아닌지, 이해를 한 건지 아닌 건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일반적인 대화를 하면서도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 사람의 이야기가 나에게 닿지 않듯 강연도 그러하다. 또 진정한 대화는 말을 하는 사람도 그 말을 듣는 사람도 서로가 서로에게 에너지를 주고받는다.
오늘 이야기는 크게 세 가지 정확히는 네 가지로 진행됐다. 가장 먼저 책문화기획자 이승희를 소개하고, 아카이브의 개념과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의 기록이야기로 ‘기록하는 삶’을 보여주고, 마지막으로 헷갈리는 맞춤법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책문화기획자’가 무엇인지부터 내가 왜 이런 키워드를 사용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하기 위해 책공방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거엔 있었으나 이제는 ‘잠시만 안녕’으로 만날 수 없는 공간인 <삼례, 책공방> 사진을 오랜만에 마주했다. 내 삶의 현장이었고 너무 익숙해 내 집처럼 편안했고 내가 가장 자신감이 넘쳤던 공간이었던 책공방의 사진을 보여주고 책공방이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했다. 그리고 ‘책문화기획자’라는 이름표를 달고 진행했던 <MY DEFRANGMENT>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조금 길게 소개했다. 2021년에 진행했던 이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했던 프로젝트 중 가장 공을 많이 들였고 그만큼 애정도 많다. 그때는 정말 힘들었고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걸 매일매일 했을까 싶은데 이렇게 돌아놓고 보니 역시 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어 조금 뿌듯했다.
아카이브의 개념과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간단하게 짚고 넘어갔다. 아카이브의 사전적 의미와 실제로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아카이브’는 과거엔 너무 낯설지만 너무 예쁜 단어라고 생각했다. 그러 이제 너무 많이 쓰여 익숙해지다 못해 진부해져 버린 듯하다. 기록하는 삶 들여다보기는 “무엇을, 어떻게, 왜 하는가”에 맞춰 이야기했다. 내가 하는 기록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일기, 메모하기, SNS, 독서 감상문 그리고 2020년에 진행했던 ‘친애하는 그대에게’ 프로젝트도 소개했다. 이러한 것들이 다 기록이 될 수 있으니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기록을 하며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힘을 얻었다. 그렇기에 나에게 있어 ‘기록’은 나 자신과의 대화이며 위로이자 공부이며 내 삶의 아카이브인 동시에 역사이자 밑천이다. 다시 말해 기록은 나의 ‘일부’라고도 할 수 있다. 나에게는 기록은 그 정도로 소중하지만 기록을 하는 일이 행복하지 않다면 하지 않아도 좋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헷갈리는 맞춤법 시간에는 이건 이게 맞고 저건 저게 맞고를 알려주기보다 글을 쓰거나 기록을 할 때 맞춤법을 틀리지 않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충 많이 틀리고 헷갈리는 맞춤법 한 50가지 정도를 소개하고 헷갈릴 때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맞춤법을 틀리지 않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엊그제 <나의 기록학교> 첫 모임에서 내 이야기를 구구절절 다 했는데 며칠 안 되어 같은 공간에서 또 내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살짝 우려스러웠으나 나의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주어진 시간에 딱 맞춰 이야기를 마쳤다.
강연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야 친구들에게 보여 주려고 들고 갔던 기록 보따리가 생각났다. 그리고 한 해를 마감하는 의식으로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생각과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훨씬 더 쉽게 설명할 수 있었는데 하는 생각도. 내 이야기를 궁금해할지 아닐지 모르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기를 굉장히 꺼렸는데 ‘기록 이야기’라면 이제 조금 욕심을 가져보아도 좋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이리로 5길 익산 청년 보호구역> 심리, 예술, 요리, 진로, 체육 다양한 주제로 문화생활을 경험하는 프로그램으로 2023 지역특성화 문화예술 교육 사업으로 전북 청년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현재 1기 진행 중이고 조만간 2기 모집 중이라고 하니 익산 청년은 물론 전북 청년분들 관심 가져 보아도 좋겠다. 만남은 헌팅 포차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