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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Jun 13. 2023

230611

그냥 노는 것보다 일하면서 노는 게 좋아

230611 그냥 노는 것보다 일하면서 노는 게 좋아


간만에 꽤 신이 났다. 2박 3일 짧고도 긴 여정 동안 정말 많은 이야기를 마주했다. 새롭고 멋진 경험이었다. 동시대에 살았으나 내가 전혀 모르고 살던 세상을 살짝 엿보고 온 기분이다. 누군가는 빠른 속도로 갉아먹고 누군가는 망가짐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 애쓴다. 내가 사는 세상은 이렇게 여러 사람들에 의해 망가지고 지켜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있는 거리만 쏘다녀도 기가 빨리는 내가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기가 빨리지 않았다. 낯선 사람들 틈에 섞여 있었는데도 내 몸과 마음이 평소와 달리 긴장하지 않았다.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다. 사람의 특성이 이렇게 부질없다. 그러나 그래서인지 실수 연발의 연속이었다. ‘돌았구나’ 싶으면서 내 스스로가 괜찮은지 불안해졌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지속적이고도 주기적인 핸드폰 사용을 하지 않았더라면 컨디션이 훨씬 더 좋았을 것이다. 핸드폰 사용의 쾌감보다 불쾌감을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이다. 가상의 공간, 편리함에 밀접할수록 몸도 정신도 피폐해짐을 느낀다. 내 앞에 이런 세상이 온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겨우겨우 버텨내고 있다.



예전엔 하루 놀고 나면 한 달이나 일주일도 거뜬했는데 요즘은 이틀을 놀아도 하루 일하고 나면 또 놀고 싶어진다. 일이 싫은 것도, 죽어라 못하겠는 것도 아닌데 쉽게 지친다. 엄청 바쁜데 엄청 심심한 상태로 도망치듯 날아간 여정에서 많은 것을 가지고 돌아왔다. 귀함, 본질, 아름다움, 흥, 하나, 자연, 세월의 흔적, 자연스러움, 반골, 정교함, 진심, 합일, 신명, 개성, 반전, 한적함, 예상치 못한, 시답지 않은 말장난, 맛, 이야기.



시간이 무진장 쌈된장스럽게 빨리 간다. 내 몸과 마음의 속도가 더딘 탓도 있지 싶다. 요즘 나는 힘 빼기 연습 중이다. 물론 연습은 연습일 뿐이다. 젠장 맞게도 잘 되지 않는다. 의식적으로라도 느리게 더 느리게 가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시간의 압박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그래도 눈곱만큼의 변화가 있고 앞으로 그 변화는 각도기마냥 바깥쪽으로 향할수록 더 커지리라 믿어 볼 테다.


 #유월의사진첩 #취향 #행복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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