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희 Jun 30. 2023

제4장 뭐든 무르익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230624 <나의 기록학교> 네 번째 모임 후기

230624 <나의 기록학교> 네 번째 모임 후기

제4장 뭐든 무르익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나의 기록학교 첫 번째 공유 도서이자 본의 아니게 세 번째 시간을 함께하고 있는 『기록은 상처를 위로한다』는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지금 아카이브를 말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1부에선 기록이 가지는 다양한 의미와 가치를 비롯해 기록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면 ‘호모아키비스트, 기록하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2부에서는 개인의 기록인 자서전부터 시작해서 지역이나 전쟁에 대한 기록 나아가 기록이 역사와 문화가 된 사례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생활 아카이브와 기록의 선택’이라는 제목의 3부에선 디지털로깅과 기록과잉, 기록의 보관과 활용, 기록문화 정착을 위한 시도와 기록 전승 방법으로 이야기에 대해 다룬다.


벌써 세 번째 시간을 이 책과 함께하고 있는 만큼 자연스레 3부에 등장하는 비틀즈의 도시 리버풀과 네스 호 전시관이 있는 영국의 작은 마을 인버네스 이야기에 주목하게 됐다. 그리고 이러한 집중은 자연스레 우리가 현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곳인 ‘익산’에 대한 질문을 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다.    


1부가 기록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2-3부는 기록의 확장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을 공유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 요청이 너무 막연했는지 각자 바쁜 일상을 살아내느라 책을 못 읽거나 읽었어나 소화시킬 시간을 갖지 못했는지 다들 머뭇머뭇했다. 그러자 ㅇ님이 자신의 이야기를 주절주절 풀어내며 우리가 자리한 ‘익산’이라는 지역이 스스로에게 어떤 느낌인지 묻는 질문으로 물꼬를 터주었다.


잠깐의 침묵이 지나고 익산에서 나고 자란 ㄱ님이 자신의 생활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단적인 사례를 들어 익산에 대해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했고, 잠자코 이야기를 듣던 ㄷ님도 ㄱ님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쳤다. 배턴을 이어받은 ㅍ님의 이야기는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갔고 ㅈ님은 다른 지역에서 살았던 경험을 들며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생각을 전했다.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난 ㅇ님은 기다렸다는 듯 이어서 그렇다면 익산의 식문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었다. ‘전주비빔밥’처럼 익산만이 가지는 식문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하는 또 다른 질문을 던진 것이다. 우리는 또 각자가 생각하는 익산의 식문화에 대해 이야기했고 또 이어서 익산이 인근에 있는 전주와 비교했을 때 관광 인구가 턱없이 적은 이유는 무엇이며, 현재 익산이 가지고 있는 콘텐츠 중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과 이야기로 이어졌다.



이번 모임에선 나는 내가 세운 계획보다는 참여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고자 했다. 그러나 그래도 이건 기록의 범주에서 많이 벗어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책에 등장했던 리버풀과 인버네스 이야기를 하며 질문을 바꿔보자고 제안했다. 많은 사람들은 어떠한 공간에 방문하는 것을 계기로 삶이 변화되기도 하니 자신이 방문했던 지역이나 여행 갔던 곳 중에서 자신을 변화시켰거나 놀라게 했던 장소가 있는지 물었다. 지금 당장 익산에서 어떤 콘텐츠가 집중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보다 그렇게 역으로 다른 지역에서 좋았던 점을 이야기하고 익산에만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각자가 인상 깊었던 공간이나 장소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각자 좋았던 장소에 대해 공유하게 되었고, 그곳이 왜 좋은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마음이 편하고 위로를 받았던 감정을 공유하게 됐다. 이러한 이야기를 듣던 ㅇ님은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이번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이야기해 보자고 제안했고 우리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계절을 온전히 느끼려고 한다,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남에게 해준다, 나에게 안부를 묻듯 기록을 한다, 평소에 하지 않는 따뜻한 말을 건넨다, 사람들을 만나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등 각자의 비법을 공유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나는 문득 결국 기록은 행복하려고 하는 것이고,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를 알아야 하고, 그러한 나를 누군가가 알아주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세상이 살만하다고 여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어쩌다 보니 각자 삶을 살아가는 기술을 공유하는 장이 되었다. 그러자 갑자기 ㅈ님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며 각자 신뢰를 쌓는 법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청했고 우리의 이야기는 자연스레 그쪽으로 넘어갔다. 사람을 잘 믿지 않는다, 말을 옮기지 않는다, 능력을 갖춘다, 목적을 갖지 않는다,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다스린다 등등 자기 계발서에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 마구 튀어나왔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정작 책에 대한 내용은 나누지 못한 채 시간이 또 훌쩍 가버렸다.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술술술- 풀어놓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은 고민의 여지없이 소중하고 유의미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대로 괜찮은가, 원래의 내 방식대로 체계적인 계획을 짜야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고민이 생겼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3장 갑작스럽게 진행된 특별활동 “오히려 좋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