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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Jul 06. 2023

제5장 기록 동지가 되었다

230627 나의 기록학교 다섯 번째 모임 후기

230627 나의 기록학교 다섯 번째 모임 후기

제5장 기록 동지가 되었다


같은 책을 가지고 벌써 네 번째 만난다. 책이 좋은 것은 맞지만 이렇게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다. 아무래도 각자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는데 초점이 맞추어지다 보니 이렇게 되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하나의 책으로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지루해질 것 같아 오늘은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모임의 진행 순서부터 항상 마지막에 의논사항을 나누다 보니 흐물흐물해지는 느낌이라 이후 모임에서 함께할 책과 내용 범위부터 정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읽은 내용 중 인상 깊었던 내용이나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공유했다. ㄱ님은 이야기 DNA에 대한 내용이 흥미로웠다고 했고, ㄷ님은 마치 노랫말처럼 공유되는 끝말잇기로 호응했다. 여기에 나는 ‘이야기는 힘이 세다’며 화답했다. ㅍ님은 책 내용 중 일제강점기에 인천항에서 조운업을 하던 하역 회사의 사무소이자 인부들의 숙소였다가 지금은 ‘카페 팟알’이 된 공간 이야기를 전하며 누군가 생각 있는 한 사람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어 좋았다고 했다. 그리고 지난번에 아니 첫 시간부터 함께 나누었으면 싶었던 나의 질문 두 가지를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중 하나는 내 인생의 3대 사건과 5대 혹은 10대 사건에 대한 이야기였고 또 다른 하나는 나를 부정적으로 변하게 하는 사람과의 만남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항상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나눠주는 ㅍ이 가장 먼저 이야기의 물꼬를 터주었다. 어제 그렇게 다들 자신의 아팠던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털어놓을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ㅍ님의 솔직한 이야기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솔직한 이야기를 듣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먼저 솔직해지는 것이다. ㅍ님은 자신의 삶의 굴곡들을 담담하게 나눠주었고 ㄷ님과 ㄱ님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누군가 힘들었던 때의 이야기를 마주하니 내가 힘들었던 시기가 생각나 눈물이 핑- 돌았고 마지막 바통을 이어받아 주절주절 나의 3대 사건을 풀어냈다.


평소에 나는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을 그리 즐기지 않는 편이고 내가 준비되어 있지 않을 때 나의 이야기를 묻는 것도 달가워하지 않는 편이다. 그렇다고 내 이야기를 막 숨기고 싶어 그러는 것은 아닌데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마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도 묻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내키지 않아 그랬던 것 같다. 더 궁극적으로 쓸모없다고 생각되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가장 크게 작용한 듯하다. 그러던 내가 쓸모없는 이야기의 유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어 이제 생각과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 모임의 모토도 나의 그러한 생각의 변화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주절주절 나의 이야기를 적다 보면 내가 몰랐던 나에 대해 알게 되고 위로와 응원을 받는 것처럼 이야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각자의 3대 사건을 공유하고 나니 무언가 분위기가 찐해지고 우리 모두 진짜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이 또한 이야기의 힘이 아닐까 싶고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믿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 시간이 무척 소중하다고 생각했다. 한껏 말랑말랑해진 마음을 다독여 각자 자신의 3대 사건을 선택한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그동안 지난 온 다양한 사건들 중에 앞서 말한 이야기들을 3대 사건으로 꼽았던 이유는 무엇인지. 오늘 우리는 말로 했지만 이것이 기록이 되었을 때 이것은 기록의 기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내가 무엇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지에 대한 인지는 굉장히 중요하다. 내가 질문을 정했으나 답을 상정하고 물은 것이 아니라 망설이고 있는데 이번엔 ㄷ님이 자신은 ‘오해가 풀어질 때’라고 답했고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나 또한 ‘새로운 세계가 열릴 때’라는 답변이 떠올라 공유했고, ㄱ님은 ‘얼마나 아팠느냐’라고 답했다.


또 누군가가 어떤 말이 위로가 되어주었다는 이야기에 개인적으로 평소에 ‘위로의 말이 부족하다’고 느꼈던 나는 그럼 우리 각자 자신에게 위로가 되어주었던 말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고 제안했다. 각자 위로를 받았던 순간 혹은 위로의 말에 대해서도 공유했다. 막연한 희망을 확신의 찬 말로 전할 때, 사막에서도 잘 살 거라는 이야기, 티 내지 않은 진심을 알아보아 줄 때, 자신이 작아져 있을 때 그 자체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해 주었던 말들이 우리를 위로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처음에 제시했던 질문 중 하나였던 괴물과 싸우려면 괴물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각자의 경험과 스타일을 전하는 것으로 답했다. 마지막으로 책 내용과 이야기 중에 등장했던 내용에서 비롯된 ‘나의 특성은 무엇으로부터 비롯되었을까’ 하는 질문은 다음에 나누기로 하고 꽉 찬 시간을 마무리했다.


알록달록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우리는 각자의 기록을 공유한 기록 동지가 된 것만 같았다. 나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나 보니 나와 내 삶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고 고민을 꺼내놓고 나누는 동안 ‘나’라는 하나의 체를 들여다보게 됐다. 사실 지난번 모임을 마지막으로 한 사람이 빈자리가 생기고 또 한 사람의 부재로 빈틈이 생기면 어쩌나 싶었는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사람이 적으니 또 이런 매력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대로 유지하고 싶지만 그래도 빈자리가 너무 크면 안 되고 사람이 온다는 건 또 다른 세상이 온다는 것이니 추가 모집에 나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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