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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Jul 10. 2023

제6장 “기록학교 오길 참말로 잘했다”

230704 <나의 기록학교> 여섯 번째 모임 후기

230704 <나의 기록학교> 여섯 번째 모임 후기

제6장 “기록학교 오길 참말로 잘했다”


몇 번째부터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언젠가부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잘 지냈는지, 별 일은 없었는지 안부를 묻는 시간을 갖고 있다. 모임의 시작을 좀 더 매끄럽게 하기 위해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울림이 크다. 나에게 일기는 나 스스로에게 안부를 묻는 일인데 이렇게 며칠마다 서로가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일은 또 다른 느낌이다.


안부를 묻는 일은 사소한 일이지만 생각보다 안부를 물을 기회가 많지 않고 그 안부에 진심이 담긴 경우는 더 흔치 않다. 오늘도 어김없이 안부를 묻는 것으로 모임을 시작했는데 ㅍ님께서 이 모임에 오는 시간이 굉장히 소중하다는 이야기와 함께 “기록학교 오길 참말로 잘했다”며 뜻밖의 이야기를 건네주셨다. 대부분이 30대인 우리보다 나이가 많은 ㅍ님이 있어 이야기가 좀 더 풍성해질 수 있어 참 좋다고만 생각했는데 ㅍ님 또한 자신과는 다른 연령의 사람들과 자신의 이야기할 수 있어 좋았던 모양이다. 생각지 못한 선물 같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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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드디어  『거인의 노트』라는 새 책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줄곧 기록은 ‘나 자신과의 대화’라고 말하곤 했는데 이 책에서도 똑같이 말하고 있어 좋기도 하고 싫기도 했다. 이번 책은 원래 내 도서목록에는 없던 책이었으나 ㄷ님이 추천을 해주어 살펴보게 되었다. 국내 1호 기록학자는 대체 무슨 말을 하는가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책에선 기록을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일반적인 자기 계발서와 톤이 유사해 살짝 거부감이 있었지만 모든 경험이 유의미하듯 책 또한 우리가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하다는 생각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난번 책과 결이 달라 그런지, 새로운 책이라 그런지 책을 읽는 동안 다양한 질문이 떠올랐다. 그래서 이번 모임에선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를 고민하기보다 이 많은 질문 중에서 어떤 질문을 함께하는 것이 좋을지를 고민했다. 우선 책을 읽는 동안 인상 깊었던 내용을 공유했다.


“자기와의 대화를 시작하면 내면의 잠재성을 끊임없이 표면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되고, 잠재된 능력을 그대로 표출할 수 있게 된다. 자기를 돌아보라.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진짜 욕망을 보라. 그러면 희미하던 내가 점차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할 것이고, 이것은 생각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매일 반복되는 고단하고 권태로운 일상에 의미가 생길 것이다. 자신의 진짜 욕망을 알면 자유로워진다. (p.75)”


“말이든 그림이든 음악이든 내면에 있는 것을 명시화하는 것은 모두 기록의 행위라고 해석할 수 있다. 내가 지닌 능력과 잠재성을 상황과 필요에 맞게 선별하고, 그것을 말이나 그림, 글 등의 명시적인 고체로 만들어 주는 것, 이것이 안에서 끄집어내는 기록의 핵심이다. (p.57)”


오늘 새 책과 함께 등장하신 ㅈ님이 이야기를 시작해 주었고 내가 그 뒤를 이었다. 같은 글을 읽고 각자 자신이 인상 깊었던 내용을 공유하고 그 부분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매우 단순한 이 과정이지만 나는 이 과정에서 역시 각자의 ‘체’가 발동된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 동안 내가 관심두지 않았던 내용을 인식하게 될 수도 있고 상대방이 선택한 내용을 통해 상대방의 생각이나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독서모임에 빠짐없이 등장해 진부하다 여겨질 수 있지만 이 과정을 생략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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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함께한 질문은 크게 네 가지였다. 먼저 ‘내가 성장했거나 변화했던 순간은 언제인가’라는 질문으로 ‘기록은 나를 성장시킨다’라는 문장에서 파생되었다. 나는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함으로써 성장한다고 답했고 다른 사람들은 큰 아픔이 찾아왔을 때라고 답하는가 하면, 지금 이 순간이라고 답하기도 하고, 한계에 다다랐을 때라고 답하기도 했다.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지만 각자의 삶 중에서 크게 변화했거나 성장했던 순간이 있다. 내가 어떤 때 성장하고 변화했는지에 대한 나 스스로에 대한 인지는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데도 유의미한 정보가 되어 줄 것이다. 기록에 대한 공부를 하면 할수록 내 안에서 더욱 진하게 드는 생각 중에 하나는 기록은 ‘자기 공부’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어진 질문 세 가지는 목표, 일상, 습관에 대한 것이었다. 작은 목표든 큰 목표든, 지금 당장의 목표든 먼 훗날의 목표든, 목표는 내가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ㅈ님은 다이어트와 정리 그리고 좋은 사람 되기와 장기 목표를 찾는 것을 꼽았고, ㅇ님은 평온한 삶을 살아가는 것을 비롯해 정서적으로 허덕이지 않는 삶과 경제적으로 안정 등을 꼽으며 현재의 상황을 %로 표현했다. ㄷ님은 ㅈ님과 마찬가지로 다이어트와 술을 줄이는 것 그리고 지금 운영하는 공간의 안정화를 꼽았고, ㅍ님은 성경 읽기와 혼자 여행하기를 꼽았다. 나는 궁극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고 싶고 어느 시기가 되면 1년에 딱 한 권의 책을 만드는 장인처럼 살아가고 싶고 노년에는 음악이나 미술, 역사를 공부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평소에 줄곧 갖고 있던 생각이었으나 이를 입 밖으로 꺼내니 내 생각이 좀 더 선명해지고 그 목표에 아주 조금 가까워진 것만 같은 기분이라고 좋았다.


이 밖에서 우리 일상을 100%로 놓고 보았을 때 어떠한 부분이 얼마만큼을 차지하고 있는지 구분해보기도 하고, 습관에 대해서는 좋은 습관과 안 좋은 습관, 갖고 싶은 습관으로 분류해서 이야기했다. 일상을 %로 나누다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나의 일상이 이러이러한 부분으로 채워짐을 알 수 있었고 각자가 나눈 부분을 접하니 새롭게 수정되어야 하는 부분이 발생하기도 했다. 모임 아니 대화의 묘미는 이러한 것이 아닐까 싶다. 책을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내가 알던 것을 새롭게 알게 되기도 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통해 내 생각을 바꾸게 되기도 하며,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해 준다. 이렇게 앞 다투어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길다면 길 수 있는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나의 기록학교>는 이렇게 순항 중이다. 모임을 위해 오가는 중에 모임 중에 오갔던 다양한 질문과 답에 대해 이따금씩 생각하게 된다. 바쁘지만 틈을 내어 책을 읽고, 모임에서 함께 나눌 질문을 준비하는 것은 물론 모임 이후에도 긴 여운이 남아 누군가가 했던 이야기를 곰곰이 생각하는가 하면 내가 했던 답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본다. 다른 것은 몰라도 나에 대해서만큼은 잘 안다고 자부했는데 새롭게 알게 되는 부분, 더 알아가야 할 부분이 툭툭- 튀어나온다. 모임의 회차를 거듭하니 이야기의 흐름도, 사람들도 안정을 찾아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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