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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Jul 19. 2023

72. 어떤 목적으로 책을 읽느냐도 중하다

거인의 노트/ 김익한 / 다산북스


72. 어떤 목적으로 책을 읽느냐도 중하다

거인의 노트/ 김익한 / 다산북스



우리는 마음 깊숙이 답을 품고 있다.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더라도 무의식에는 언제나 답이 있다. 다만 현재를 살다가 매 순간 잊을 뿐이다.(p.155) _본문 중에서


내가 생각하는 기록을 해야 하는 이유와 딱 맞아떨어져서 내 마음 쏙 들었던 내용이다. 누군가를 안다는 건 그 사람을 신뢰한다는 말이기도 한 것처럼 나를 안다는 건 나를 신뢰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내가 생각하는 기록은 ‘나 자신과의 대화’인데 나 자신과 계속해서 대화를 해야 하는 이유는 나에 대해, 내 마음에 대해 알기 위해서다.


어떤 책을 읽느냐 만큼 어떤 시기에 읽게 되느냐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어떤 목적으로 읽느냐도 다른 어느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쉽게 말해 ‘무엇을, 언제, 어떻게’에 해당하는 얘기다. 같은 책을 읽어도 어느 시기에 어떤 목적으로 읽느냐에 따라 책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고, 그 태도에 따라 책을 통해 마주하게 되는 생각이나 감정도 달라질 수 있겠구나 싶다.


뒤틀린 마음인지 반항심인지 아직 정확한 이유까진 잘 모르겠으나 나는 잘 나가는 것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거나 관심 갖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살짝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유명한 것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이유로 ‘그래? 나도 한번 관심을 가져 볼까?’ 하는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 사회의 이슈가 무엇인지, 사람들의 관심이 무엇에 집중되는지는 인지하고 그 가치를 인정하지만 거기에 나까지 합세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그래서 워낙에 베스트셀러를 찾아보지 않기도 하지만 원래 보고 싶던 책이라도 베스트셀러라고 하면 오히려 관심이 감소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베스트셀러 무조건 싫어 이런 건 아니고 상황에 따라 읽게 되면 자연스레 그 상황을 따르기도 한다. 이번 경우도 그랬다.

지난 6월부터 익산 중앙동에 위치한 ‘마음책방 북메리카노’에서 ‘나의 기록학교 <기록탐구생활>’이라는 이름으로 기록에 관한 독서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내가 이제까지 읽었던 기록에 대한 책이나 함께 읽으면 좋을 만한 책의 목록을 정리했다. 첫 책을 제외하고는 그 안에서 참여자들과 함께 공유 도서를 선정할 참이었는데 참여자 중 한 사람이 이 책을 추천했고 또 다른 참여자는 이 책에 관심을 보였다. 소수 모임에서 두 사람의 의견은 매우 중했다.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으로 책 소개 글과 리뷰를 살펴보았다. 저자는 22만 유투버였고, 책 소개는 명쾌했고, 독자 리뷰도 좋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한 마디로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 없이 잘 팔리는 책이었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정황상 모임의 공유 도서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내 마음 저 밑에서는 여전히 못마땅함이 자리 잡고 있었고 그러한 마음은 나도 모르게 내 눈을 세모로 만들었다. 나 홀로 이 책을 읽었더라면 그 세모눈은 네모 눈까지 되긴 했어도 동그라미까진 어려웠을 텐데 모임의 공유도서로서 책을 읽다 보니 달랐다. 세상에 나쁜 경험은 없다는 말처럼 세상에 나쁜 책은 없다, 내가 활용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이 확 기울어졌다. 그 결과 책을 읽는 동안 모임에서 함께 나누면 좋을 다양한 질문을 얻을 수 있었다. 또 혼자 읽었다면 절대 해보지 않았을 생각과 기록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다음은 제각각의 이유로 기억하고 싶은 내용이다.


p.57

말이든 그림이든 음악이든 내면에 있는 것을 명시화하는 것은 모두 기록의 행위라고 해석할 수 있다. 내가 지닌 능력과 잠재성을 상황과 필요에 맞게 선별하고, 그것을 말이나 그림, 글 등의 명시적인 고체로 만들어 주는 것, 이것이 안에서 끄집어내는 기록의 핵심이다.


p.166

기록에서는 태도가 정말 중요하다. 기록을 좋아하지 않으면 아무리 기록해도 현재의 기억으로 되살아나지 않는다. 기록을 사랑하지 않으면 다시 읽어 보지 않게 된다. / 기록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주 보고 사랑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 기록은 과거를 담고 있지만 현재화될 때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 기록의 방법보다 중요한 건 그 기록들이 현재화된 상태로 살아 숨 쉬게 하는 일임을 잊지 말자.


p. 206-207

나와 관계없는 사람, 즉 모르는 사람에게는 지나치게 벽을 쌓기도 한다. 그러나 관계의 확장이 전제되지 않으면 삶 또한 확장되지 않는다. 관계 확장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관계를 끊어 내는 데도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확장이 전제됐을 때 불필요한 관계도 깔끔하게 정리해 낼 수 있다.


첫 번째 내용에서는 기록이 내면의 것을 명시화하는 작업이라는 관점이 좋았고, 두 번째 내용에선 평소에 기록을 다시 잘 보지 않는 나에게 또 다른 기록의 효용에 대해 알려주어 좋았다. 마지막은 내게 위로가 되어 좋았다. 올해 상반기 내내 관계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도 마음도 복잡했다. 넓고 얕은 관계보다 좁고 깊은 관계를 선호하는 나는 어쩌면 지인의 말처럼 관계의 회복 탄력성이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이유가 어쩌면 혼자 남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내게 이 책은 내 취향의 책은 아니지만 여러 모로 도움이 된 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잘 만든 판에 박힌 공식처럼 이루어진 책의 목차 구성이나 내용이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다만 내 취향이나 생각과 별개로 이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기록’의 매력을 어필하기에 유용한 책인 것은 사실이라 ‘기록 입문서’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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