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희 Jul 24. 2023

제9장 작지만 알차게, 답을 찾지 못해도 좋다

230715 <나의 기록학교> 아홉 번째 모임 후기

230715 <나의 기록학교> 아홉 번째 모임 후기

제9장 작지만 알차게, 답을 찾지 못해도 좋다


오늘 모임을 마치고 이 문장이 마음에 남았다. 토요일엔 다른 일정으로 참여가 어려운 ㅈ님을 비롯해, 오늘은 일정이 있어 못 온다고 말했던 ㅍ님, 당일이 되어야 알 수 있어 연락을 주겠노라 했던 ㅇ님, 지난주부터 몸이 안 좋았던 ㄷ님, 아무런 말이 없던 ㄱ님. 각자의 사정이 이러하고 이번 주 내내 비가 참 많이 와서 혹시 한 명도 안 오면 모임을 취소할 생각에 모임 전에 연락을 취했다.


내심 나도 비도 많이 오고 사람이 많이 안 오면 기운이 빠지는 건 사실이라 취소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열 번째 모임인 마지막 시간엔 영상 자료를 보고 간단하게 나눔을 하고 뒤풀이를 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실질적인 이야기 시간은 오늘이 마지막이라 여러 사람들이랑 함께 하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ㄷ님과 ㄱ님이 참석 의사를 밝혀 왔다. 생각해 보면 주말인 토요일은 평일인 화요일에 비해 참여율이 저조했다. 그런 줄 알면서도 기간 단위로 일정을 정해야 해서 어쩔 수 없었는데 오늘은 그 어쩔 수 없음이 살짝 못마땅했다.


두 번째 공유 도서인 『거인의 노트』를 마무리해서 오늘은 공유 도서 없이 온전히 내가 준비한 질문들로만 함께 했다. 그동안의 시간을 갈무리하는 질문들을 준비했는데 참여 인원이 둘 뿐이라 급하게 질문들을  수정했다. 지난번 모임에서 가장 재밌었던 이야기를 떠올려 보는 과정이 흥미롭고 좋아서 오늘은 ‘최근에 들었던 가장 좋았던 말이나 이야기’를 떠올려 보기로 했다. 우리는 각자 ‘네가 하는 거면 다 좋다, 행동이 사랑스럽네요,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은 옳은 선택이다’와 같은 듣는 순간 마음이 뽀송해지는 이야기를 공유했다.


그다음으로 이어지는 질문은 지난 시간에 나왔으나 나누지 못했던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상대방 제외)’하는 질문, 책에서 나왔던 ‘내가 생각하는 성공한 삶이란 무엇인가’와 ‘나는 그 삶을 위래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내가 분노하는 순간과 내가 사랑하는 순간은 언제인가, 나라는 사람을 형용사로 표현했을 때 내가 원하는 나와 실제의 나는 각각 어떤 단어로 표현될 수 있을까 등의 질문과 함께 했다. 중요 질문으로는 나의 이상형 키워드 10가지를 꼽아보고 우선순위를 매겨 보는 것과 5분 동안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적어보고 우선순위를 매겨 보는 것이었는데 시간이 없어 이상형에 관한 질문만 나누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원래 공유 도서로 함께하고 싶었던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책을 읽고 인상 깊었던 내용을 공유했다.


“사랑받은 기억이 우리를 살아가게 합니다. 그건 아무리 시간이 흐른대도 달라지지 않는 진실이에요. / 다 자란 우리가 혼자 있는 시간의 고독을 잘 견디는 사람이 되었다면, 그건 언젠가 내가 나여도 충분하며, 노력하거나 변하지 않아도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는 걸 가르쳐준 친구나 연인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준 마음은 그렇게 힘이 강합니다. 시간은 흘러도 마음은 남아 우리를 지켜주니까요./ 무엇을 기록해야 하냐고요? 지금 사랑하고 있는 것들을 기록하세요.”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중에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괜찮지 않음이 인지되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 누군가의 이야기에 왁-하기도 하고, 와르르-하기도 한다. 내가 기록을 하는 이유도, 지금 이 모임을 하는 이유도 결국은 다 행복하기 위해서다. 나 스스로와의 대화를 통해 내가 행복하기 위한 방법 찾기의 일환으로 기록을 제안하는 것이다. 그런데 무작정, 막상 기록을 하라고 하면 어렵고 낯설 수 있으니 ‘기록’ 그리고 ‘나’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 ‘기록이 이렇게 중요하구나, 기록을 해야겠구나’하는 답안지에 쓰인 답이 아니라 그저 겉돌지 않고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모임을 거듭하며 확고해지는 생각 중에 하나는 굳이 이 시간에 답을 찾지 못하거나 좀 어설픈 답변을 내놓아도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 자체가 유의미하다는 것이다. 오늘 첫 질문도 그랬다. 최근에 들었던 좋았던 말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없다면 질문을 바꾸어 나 스스로 해놓고도 좋았던 말은 무엇인지 떠올려 보아도 좋고, 요즘 나에겐 이런 말이 필요했다는 생각을 해볼 수도 있다. 학교 공부와 인생 공부의 가장 큰 차이는 정해진 답의 유무가 아닐까 싶다. 인생 공부에서의 답은 계속해서 변화할 수 있고 나만의 것일수록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8장 하하호호에서 눈물 글썽하는 순간까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