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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Aug 03. 2023

제10장 우리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230718 <나의 기록학교> 열 번째 모임 후기

230718 <나의 기록학교> 열 번째 모임 후기

제10장  우리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앞으로의 세상 아니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계속해서 “Who are you?”라고 묻는다. 우리는 끊임없이 그에 대한 답을 해야 처지에 놓여 있다.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어떤 누구보다 나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 자신과 대화가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기록은 나 자신과의 대화다. 기록을 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과 대화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나를 기록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관찰해야 하고, 나 스스로를 좋아해 줘야 한다. 무엇보다 기록하기로 마음먹는 그 순간.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된다. 그간의 시간이 ‘나 자신과 대화하기’ 위한 연습 시간이 되었길 바란다. 오늘도 이전처럼 다양한 질문과 함께하며 우리 각자의 시간을 되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영상을 보기에 앞서 뭐 이런 맥락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마음속으로, 머릿속으로 잘 준비를 했었다. 무엇 때문이었는지 순간 머리가 하얘져 매끄러운 진행을 하지 못했다. 나의 기록학교의 마지막 장을 어떤 이야기로 마무리하면 좋을지 고민을 하고 또 했는데 여러 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사실 이 기획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내 마음속에 픽이 있었다. 몇 년 전에 알게 된 어느 사진작가의 다큐를 함께 보며 우리도 누군가를 위한 기록이 아닌 우리 스스로를 위한, 내가 행복한 기록을 하자고 손을 내밀고 싶었다. 그런데 내 기억이 오랜 시간 동안 미화된 것인지 몇 년 전에 봤을 때 너무 좋았다는 기억으로 남아 있던 다큐는 다시 보니 내 기억과는 조금 달랐다. 내가 기억하던 메시지들이 많이 빠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생애나 그 생애를 더듬는 방식은 물론 좋았는데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좋아할지 미지수였다.


모임 전날까지 최근에 봤던 EBS 다큐가 좋을지 그게 좋을지 고민을 하며 두 영상을 번갈아 보다 결국 최근에 본 EBS 다큐가 더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우리가 함께 본 영상은 <세이모어 번스타인의 아주 특별한 수업>이라는 EBS 다큐 프로그램이다. 세이모어 할아버지의 은퇴 후 일상과 함께 한국전쟁 참전 당시 썼던 일기 내용과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마스터클래스 이벤트를 다룬다. 몇 년 전 내가 애정하는 에단 호크가 주연으로 나왔던 영화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를 통해 ‘세이모어’를 알게 됐는데 그가 한국전쟁에 참전했다는 것과 기록을 열심히 했다는 것은 이번 영상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됐다. 내가 이 영상에서 가장 좋았던 건 누구보다 한평생을 열심히 살아온 그가 90세를 넘기고 삶과 죽음 그리고 “죽고 나면 무엇으로 기억될까”에 대해 생각한다는 점과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기록을 통해 돌아본다는 점이었다. 나는 오늘 이 시간만큼은 피아니스트 세이모어가 아닌 기록하는 사람 세이모어라는 관점으로 또는 ‘기록’이라는 관점으로 감상해 볼 것을 제안했다.


영상을 보는 동안 내가 저 나이가 되었을 때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하는 질문과 삶은 곧 하나의 메시지인데 우리는 어떤 메시지를 남기고 싶은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됐다. 나의 이런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지길 바랐고 그랬을 거라 생각해 영상에서 나왔던 질문을 빌려와 ‘죽은 후에 무엇으로 기억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자판기처럼 탁-하고 답변이 나올 거라 생각은 안 했으나 침묵의 시간이 길어졌다. 예전에 언뜻 스쳐 지나갔던 ‘묘비명’을 무엇으로 하고 싶은지로 질문을 변경해 각자의 이야기를 공유했다. 잘 놀다간다, 열심히 살았노라 등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이어서 영상 중간에 세이모어 할아버지가 ‘내가 피아노를 치지 않아도 사람들이 나를 사랑할지 모르겠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아 현재 내가 가진 주요한 특성을 제외하고 난 후 나는 무엇으로 설명될까 하는 질문을 던졌다. 이 역시 바로 답변이 나올 거라 생각은 안 했지만 그렇더라도 공유하고 싶었다. 더 정확히는 답변을 하지 못해도 그저 이러한 질문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해 보는 시간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나 보다. 보다 못한 o님이 다른 콘셉트로 질문을 바꾸어보았으나 이 또한 쉽지 않아 결국 그냥 각자 생각해 보는 걸로 하고 넘어갔다.


분위기를 바꿔 우리가 처음에 나누었던 기록에 관한 다섯 가지 질문을 다시 떠올려보았다. 나에게 기록이란 무엇인가, 기록은 왜 해야 하는가 또는 하는가, 내가 하고 싶은 기록은 무엇인가, 기록을 방해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이 모임을 마친 후 나의 무엇이 변할까. 다른 질문은 모두 생략하고 마지막 질문인 ‘나의 기록학교’가 각자에게 어떤 시간이었는지 나누었다. 나 스스로에게도 6-7월 열 번의 만남을 통해 우리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물었다. 분명 많은 변화가 있었으나 ‘이거다’ 할 만한 것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이 시간이 나 스스로에게 위로가 되어 주었던 시간, 꼭 필요했던 시간이었음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강제로 책을 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버거웠지만 좋았다. 그것도 대충이 아닌 아주 촘촘하게 읽어야 했기에 더 좋았다. 마지막으로 맞춤 책 선물을 전달했다. 그동안의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각자가 좋아하거나 필요한 만한 책을 골랐는데 만족도가 높아 이전의 불편함들이 아주 조금 해소됐다. 오늘은 이렇게 자꾸만 삐걱거렸다. 한껏 자리를 잘 잡아도 자꾸만 미끄러지는 기분이 이런 걸까 싶었다. 분명 좋은 마무리를 하고 싶어 이런저런 고민 끝에 함께 볼 영상을 고르고 이야기를 준비했는데 예쁜 마침표를 찍으려다 오점을 남겨 버린 기분이다. 그래도 이게 끝이 아니니 다시 시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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