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812 <나의 기록학교> 열한 번째 모임 후기
230812 <나의 기록학교> 열한 번째 모임 후기
제11장 무늬만 독서 모임 사실은 기록+이야기 모임
‘기록’이라는 키워드로 만난 탓인지 서로의 에너지가 연결되고 통하는 느낌이다. 지난 6~7월에 이어 8~9월 <나의 기록학교> 모임을 시작했다. 지난 7월 18일 마지막 모임 후 오늘이 8월 12일이니 거의 한 달 만이다. 신규 참여자 넷이 모이고, 6~7월에 함께 해주었던 셋이 모여 일곱이 되었고 여기에 든든해 과 나까지 하니 아홉이 되었다. 6~7월 모임 때 내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규모다. 내가 원할 때 희한하게 되지 않더니 8~9월 모임엔 소규모를 원하니 이전에 원했던 것이 이루어졌다.
다섯 가지 키워드로 말하는 근황 토크로 첫 이야기를 시작했다. 첫 만남에서 피할 수 없는 딱딱하고 판에 박힌 자기소개 시간을 피하고 싶어 자기 스스로에게 안부를 묻는 근황 토크를 첫 순서로 정했다. 이것도 그냥 하면 잡담이 될 것 같아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그 안에서 다섯 개의 키워드를 뽑아 이야기하기로 했다.
카페, 낯선 사람, 모임, 자전거, 옷.
여행, 무리, 드라마, 책 운전.
수영, 낙화놀이, 주꾸미, 카페, 블로그.
운동, 페스티벌, 가죽 공예, 책임감, 방학.
100세, 시, 생일, 남편, 선물.
헬스, 공부, 피서, 꼼지락, 영양제.
잠, 기록, 이야기, 하늘, 책.
자기 속도, 시절 인연, 다시 시작, 한계점, 끝맺음.
우리는 이렇게 다섯 개의 키워드를 꼽았다. 키워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매우 자연스럽게 각자의 이야기를 하게 됐고 어떠한 정보가 아닌 이야기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무작정 이야기를 하기보다 키워드로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건 키워드를 뽑는 과정에서 자기 스스로에게 여러 이야기 중 주요 사건 혹은 상황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고, 뽑은 키워드를 보며 나 스스로 내 근황을 돌아보고 ‘내가 이렇게 인식하고 있구나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과정이 바로 기록의 과정이고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기록의 최대 장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색하고 친근한 분위기에서 이야깃거리가 생기니 서로 각자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다음은 이름, 나이, 사는 곳, 하는 일 등을 이야기하는 일반적인 자기소개 대신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가진 특징과 습관 중에서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세 가지를 선택해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와 더불어 나 스스로 어떤 이야기로 소개하고 싶은가를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을 갖길 바랐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이제까지 내가 경험한 자기소개 시간 중 가장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조금 특별한 자기소개 시간 이후 앞으로 함께 하게 될 모임의 성격과 진행 방향에 대해 안내하는 시간을 가졌다. 모임을 주최한 내 생각은 이러하지만 모임 구성원들의 생각은 다를 수도 있으니 그들의 이야기도 듣기 위해 각자가 이 모임에 기대하는 바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6~7월 모임에서 ‘기록’ 그 자체에 집중에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면 8~9월 모임에선 좀 더 나아가 사진, 메모, 일기, 공간, 독서, 콘텐츠 등 다양한 기록물을 살펴보고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실천해 볼 예정이다. 독서 모임인데 함께 공유한 책이 없는 첫 시간이라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사진 기록에 관한 책으로 『윤미네 집』과 『Linda's Ornaments』 그리고 메모에 관한 책으로 『윤형근의 기록』을 소개했다.
<나의 기록학교>를 이야기 모임이 아닌 독서 모임으로 진행하게 된 까닭은 다양한 기록(책)을 기록의 도구 혹은 재료로 삼고 싶어서였다. 어떻게 하면 최대한 자연스럽게 혹은 덜 인위적으로 기록하는 삶을 만나게 할까 하는 고민과 내 개인적으로 기록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맞닿아 이뤄진 일이다. 그렇기에 독서 모임이되 독서가 아닌 기록 더 정확히는 각자 자신의 기록 혹은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6~7월 모임의 연장선이긴 하지만 8~9월 모임의 첫 시간인 만큼 이러한 나의 바람을 자연스럽게 전하고 첫 만남에서 피할 수 없는 자기소개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줄 요소, 그리고 이 시간을 의미 있게 만들어 줄 이야기가 필요했다.
이번 8~9월 과정에선 다양한 기록물을 살펴보는 것에서 나아가 기록을 실천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 미니 프로젝트로 ‘1일 1 기록’을 실천하기로 했다. 어쩔 수 없이 되도록이면 피하고만 싶었던 카카오톡 단톡방을 만드는 대신 기록 인증 외의 의사소통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핸드폰 공해로부터 나도 사람들도 조금이나마 지키고 싶었다. 하루에 하나의 기록을 하면 되고 주제도 방식도 모든 것을 자유다. 온전히 자기 혼자만의 프로젝트에 함께 하는 이들이 있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6~7월 과정에서 시간이 없어하지 못했던 3분 동안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적어보기로 8~9월 첫 모임을 마무리했다. “대박, 성공, 예감”이라고 적고 싶을 만큼 시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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