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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Aug 26. 2023

제13장 나의 기록학교에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

230822 <나의 기록학교> 열세 번째 모임 후기

230822 <나의 기록학교> 열세 번째 모임 후기

제13장 나의 기록학교에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  



나의 조급함으로 여러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것 같아 이번 시간부터는 모래시계를 이용해 시간을 가늠하여 이야기 시간을 조절하여 보기로 했다. 모래시계가 끝났다고 해서 이야기를 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얼마만큼의 시간을 사용하고 있는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시간을 많이 할애해서라도 하고 싶은 이야기라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렇게 되어 버리는 것은 다른 일이니까. 결과가 같더라도 과정은 다르다는 맥락이고 이는 별일이 아닌 것처럼 여겨지나 매우 별일인 이야기다.      


오늘은 색깔로 나누는 근황 토크와 지난 시간의 기록을 돌아보고 지난 시간에 나누지 못했던 나머지 질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크게 책과 꿈 그리고 메모에 대한 이야기였다. 가장 먼저 나눈 책 이야기는 자기 삶에 있어서 가장 잊지 못할 책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가 각자의 기억에서 끄집어 올린 잊지 못할 책은 『율리시스 무어』, 『엄마를 부탁해』와 『아몬드』, 『풍요로운 삶의 조언』, 『냉정과 열정 사이』, 『전태일 평전』과 『책방뎐』 그리고 『임꺽정』, 『책공방, 삼례의 기록』이었다. 예측불허라는 단어가 떠오를 정도로 어떠한 공통점도 찾을 수 없는 책 목록이다. 책은 물론 질문을 해석하는 시각도, 무언가를 선택하는 기준도, 책을 소개하는 방식도, 그 이유도 모두가 달랐다. 나는 각자의 시각과 기준, 방식, 이유가 우리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어 흥미로웠다.     


그다음은 ‘꿈은 재료와의 싸움이다’라는 책 내용에서 비롯된 ‘나의 꿈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하는 질문과 각자가 생각하는 꿈의 의미를 알 수 있는 ‘꿈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함께한 꿈 이야기였다. 우리가 생각하는 꿈은 이랬다.  “나를 움직이는 동력, 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이라 별이 팡팡 터지는 현상이 벌어지게 하는 것, 이루지 못하는데 계속 기대하게 하는 ‘개미지옥’, 허상의 것이라서 ‘무지개’, 실천하거나 실현하지 못해도 좋은 것, 상상만으로 벅차오르고 하지 말라고 해도 하고 싶은 것.” 우리가 각자의 모습이 다르듯 우리의 꿈이 다른 것은 물론 그 꿈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도 달랐다. 누군가에 꿈은 희망적이고 자신의 삶을 이끄는 동력이었으나 누군가에게 꿈은 그저 허상에 불과한 것으로 무지개 혹은 개미지옥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오늘 우리가 나누지 않았다면 몰랐을 이야기를 나누며 상대방의 생각에 한 발짝 다가서기도 했고 내 생각에 한 발짝 물러서기도 했다. 서로의 같고 다름을 이야기하는 이 시간이 좋아 나는 참지 못하고 <나의 기록학교>가 우리의 같고 다름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면 좋겠다고 이야기해 버렸다.      


이어서 메모의 형식이 있다고 생각하는지와 이런 것도 기록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 그리고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현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하며 내가 생각하는 현명함에 대해 이야기했고, 누군가는 배려할 줄 아는 여유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고, 누군가는 후회가 남지 않는 깔끔한 상태의 상쾌함을 갖고 싶다고 했다. 또 다른 이들은 다양한 상황이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혜안이 넓은 사람, 해결책을 상상할 줄 아는 사람, 연로하지만 욜로한 사람, 존경받을 수 있는 사람과 남을 위해 아낌없이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각자가 되고 싶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각자가 추구하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이야기가 샛길로 빠져나가는 찰나 ㄴ님이 우리가 잊고 있던 질문을 떠올리게 해 주었다. 원래는 『아무튼 메모』 p.61에 나오는 ‘가장 좋아하는 단어, 가장 기쁠 때, 오늘의 헛수고, 진심으로 후회가 되는 것, 인간의 특징’ 이렇게 다섯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적어볼 생각이었다. 하나 오늘도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 다섯 가지를 다 할 수 없으니 그중에서 두 가지 질문을 택해 이야기하기로 했다.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도 각자의 모습과 이야기가 드러나지만 여러 개의 질문에서 각자가 원하는 질문을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그러할 것이라 생각했다. 또한 그 선택의 과정도 흥미롭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그랬다. 오늘도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그럼에도 여러 사람이 마음을 모아 서로가 조금씩 배려하고 노력한 덕분에 지난 시간보다 더 많은 질문과 함께할 수 있었다. 더불어 여러 사람이 같은 마음을 갖는 일의 의미 혹은 힘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달리 말하면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음과 동시에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지난 시간보다 더 다양한 질문과 이야기로 함께했지만 그 시간의 평온함을 잃지 않았다. 밤과 낮의 온도가 다르듯 서로의 다른 속도를 맞춰가고자 여러 사람이 마음을 모으는 시간이었다. 여러 가지 질문과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할 만한 지점과 인상 깊은 내용이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이런 이야기는 다른 어디에서도 하지 않은 이야기일 것 같아요.”라는 이야기였다. 다른 곳에서 하지 않는 이야기, 여기 <나의 기록학교>에서만 나눌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내가 직접적으로 전하지 않았는데 나의 생각과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 느낌이라 뿌듯하고 기뻤다. 요즘 나의 일상에서 <나의 기록학교>는 답답한 일상에 숨통을 틔워주는 시간이다. 이런저런 일들로 숨이 턱턱 막히는가 하면 손가락하나 까딱하기 싫을 만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 있지만 이제까지 그래왔듯 이 답답함과 무기력함을 넘어설 수 있는 시간이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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