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829 <나의 기록학교> 열다섯 번째 모임 후기
230829 <나의 기록학교> 열다섯 번째 모임 후기
제15장 기준과 선택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다
오늘도 어김없이 근황토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답하다 보면 어느새 어색함이 감돌던 분위기가 말랑말랑해지곤 한다. 모임 때마다 근황토크를 매번 다르게 빠짐없이 진행하는 이유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함보다는 각자 자신의 일상을 알맞은 방식으로 돌이켜 보게 하기 위함이다.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고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에게 맞는 표현법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다양한 표현법을 그때그때 필요에 맞게 사용할 수 있게 될 거라 생각한다. 모임을 진행하다 보니 어느새 <나의 기록학교>만의 이야기 순서가 정해진 것처럼 각자 자신에게 알맞은 표현법 나아가 나만의 기록법을 발견하는 것이 이 모임의 목표다.
지난 모임에 S님이 제안했던 향기와 냄새로 근황 토크를 나누었으니 오늘은 다른 사람의 제안을 받아 볼 생각이었다. 헌데 오늘도 역시나 혹 제안이 있느냐는 내 물음이 전달되자 S님은 기다렸다는 듯 오늘은 숫자로 이야기를 해보자고 해서 오늘은 S님의 제안을 따랐다. 더불어 8-9월 모임부터 함께하던 S님이 다음 모임부터 나올 수 없게 되었다고 소식을 전해왔다. 먼저 이야기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고 적극적으로 질문을 제안해 주던 S님이 앞으로 함께하지 못하게 되어 무척 아쉬웠지만 자신이 원하는 삶을 향해 한 발짝 나아가는 그의 행보라 아쉬움보다 응원과 지지를 보내기로 했다.
각자의 일상을 숫자와 함께 혹은 숫자를 통해 이야기하는 근황 토크를 나누고 함께 했던 지난 시간의 각자 기록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같은 시간을 보낸 우리의 기억에 그 시간이 어떻게 기억되었는지 돌아보는 시간이다. 지난 시간을 기록하고 그 기록을 살펴보는 시간 안에서 자연스레 오늘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자 하는지 각자의 답을 찾길 바라는 마음에서 진행하고 있다.
근황 토크로 시작해 지난 시간에 썼던 기록을 돌아보고 함께 읽은 책에서 인상 깊은 내용을 공유하고 함께 나눌 만한 질문을 꼽아 이야기를 나눈다. 오늘 질문으로는 가장 행복한 순서는 언제인지, 혐오하는 것은 무엇인지, 폭력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등의 질문들이 제안됐다. 함께 읽은 책을 읽다 떠오른 질문이고 질문에 제한을 두지 않았으나 내가 생각하기에 그저 ‘나는 이렇게 생각해요, 나는 이렇게 생각해요’하는 식으로 끝날 것 같았다.
참지 못한 나는 지난 시간에 제안되었으나 나누지 못했던 일기의 주 소재는 무엇인지와 더불어 내가 생각했던 질문을 추가로 제안했다. 그래서 일기의 주 소재는 무엇인지, 시간을 돌려 바꿔 행동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면 어느 때로 돌아가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지,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을 닮는다’에서 비롯한 내가 닮고 싶은 사람 혹은 본받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우리가 폭력을 대하는 태도 혹은 자세는 어떠한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의 기록학교>를 시작하며 내가 주의를 기울이고자 했던 것 중 하나는 최대한 나의 의지를 내려놓고 참여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었는데. 6-7월 모임을 마치고는 나의 어쩔 수 없음을 받아들이기로 생각을 달리 했으나 나 스스로 그런 내가 유쾌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때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고민스럽다. 흐린 날씨처럼 모임의 분위기가 자꾸 쳐져서 끈적거리는 느낌이었다. 내 감정이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느끼는지 궁금했으나 내가 이야기를 하면 확정되어 버릴 것만 같아 마음에만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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