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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Apr 23. 2020

04. 글쓰기는 삶이다

윤태영의 글쓰기 노트 / 윤태영 / 책담

04. 글쓰기는 삶이다 

윤태영의 글쓰기 노트 / 윤태영 / 책담


150201

"생각을 많이 하면 하고픈 말이 많다. 
글은 머리가 아닌 메모로 쓰는 것이다."
- 본문 중


나는 글쓰기 선생이 꿈이다. 그러나 나는 타고난 글쟁이가 아니다. 글쓰기 관련 상이라곤 학교 다닐 때 학교에서 받은 '과학 글짓기 상'이 고작이다. 글을 잘 써서 글쓰기 선생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 중에 글쓰기만큼 내게 가치 있고 재미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글쓰기가 좋고 재미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최근 들어 글쓰기의 맛을 아주 조금 알기 시작했고, 이 즐거움을 많은 사람들 특히 어린 아이들이 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고 나니 열심히 수박 겉을 핥은 기분이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빼놓고 겉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에 동의한다. 이 책의 문제가 아닌 글쓰기가 그렇다. 글쓰기는 이론보다 느낌을, 생각을, 철학을 담는 도구이다. 


글쓰기는 삶이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글은 이렇게 쓰는 거야' 라고 함부로 말을 할 수가 없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그 사람에게만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좋은 글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이 글쓰기 이론 즉, 글쓰기 규칙 같은 거다. 좋은 글의 특징을 두루 갖추었더라도 그 글이 꼭 좋은 글이라는 보장은 없다. 눈, 코, 입 다 성형했다고 성형 미인은 아니다. 그냥 성형인일 수도 있다. 그러니 좋은 글의 특징들을 알려주고 '이것처럼 써라'가 아닌 이를 참고해 너의 글을 쓰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기존의 교육은 그렇지 못하다. 고등학교 작문부터 시작해 대학 때 국어 교육 그리고 논술 지도사 과정까지. 나는 나름 글쓰기 교육을 받아 본 사람이다. 이러한 교육이 하나도 도움이 안 되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물론 이 책도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고, 앞으로도 될 것이다. 그러나 이렇다 할 만큼의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의 도움은 아니다. 받지 않은 것보다 낫고, 안 읽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내가 제대로 된 글쓰기 교육을, 제대로 된 책을 만나지 못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받아 온 글쓰기 교육이나 책이 일반적인 것은 사실이다. 이는 제대로 된 글쓰기 교육이 아니다. 요리에서 레시피를 잘 안다고 요리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쓰기 이론을 잘 안다고 글쓰기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글을 잘 쓴다 = 좋은 글쓰기 선생' 이것도 아니다. 요즘 모범생에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다들 선생이 되어 이해력이 다소 늦은 친구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길 들었다. 글쓰기 교육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어쩌면 정말 좋은 글쓰기 선생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내멋대로 생각을 해 본다. 


다른 이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더 이상 교육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글쓰기 이론을 전하는 것은 더 이상 글쓰기 교육이 아니다. 그런 공부는 혼자 하는 거다. 선생은 이제 지식 전달자가 아니다. 학생에게 공부를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방법을 알려 주는 것, 필요한 공부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 그것이 교육이어야 한다. 글쓰기 교육은 오로지 쓰게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뭐든 쓰다 보면 점점 나아진다. 명필가들이 글을 잘 쓰고 싶으면 좋은 글을 필사하라고 하는데 이 또한 쓰기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글쓰기 교육은 기본은 '어떻게 하면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글로써 잘 표현해낼 수 있게 하는가'가 포인트라 생각한다. 글을 잘 썼느냐 못썼느냐 첫째 기준은 글에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이 잘 드러나느냐 아니냐라 생각한다. 나머지는 그 이후의 문제다. 


솔직히 글쓰기는 어렵고 힘들다. 지름길이 없다. 그러나 열심히 하면 반드시 그만큼의 보상이 이루어진다. 글쓰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전부터 이러한 생각을 하던 내게 이 책은 확신을 주었다.


글쓰기는 삶이다. 내가 책공방에 와서 놀란 것 중에 하나는 체험 후 아이들이 쓴 글이었다. 글을 쓰는데 엄청 잘 쓰더라. 맞춤법도 틀리고 앞뒤 안 맞는 글도 많지만 대부분이 정말 생동감 넘치는 글을 쓰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반했다. 요리에서도 그렇듯 글쓰기에서도 재료가 있어야 한다. 감동이 있어야 한다. 나는 학원에서 재료도 안 주고 무조건 쓰라고 했음을 깨달았다. 몸에 좋은 거라고 하면서 싫다고 안 먹는다고 하는 사람에게 시금치를 마구 주면서 억지로 요리를 만들어 먹으라 했구나. 눈을 뜨이게 해줘야 하는데 난 그냥 앞으로 가라고만 한 격이다. 부끄러웠고 미안했다. 


지금 내가 책공방을 통해 하고 있는 많은 일들은 훗날 내게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런 미래를 상상하면 힘이 절로 난다. 내가 책공방에 오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런 글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글쓰기는 삶이다. 좋은 요리를 위해선 무엇보다 재료가 좋아야 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나는 앞으로도 글쓰기 관련 책을 읽을 것이다. 그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참된 글쓰기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 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할 것이다. 글쓰기는 아마 내 인생에 있어서 책 다음으로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이번 책보다는 이전에 읽었던 같은 저자의 '기록'이라는 책 혹은 강원국님의 '대통령의 글쓰기'를 추천하고 싶다. 이제 막 글쓰기에 관심 갖기 시작한 분 혹은 알맹이는 꽉꽉 들어차서 껍데기인 스킬만 필요하다면 이 책도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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