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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May 15. 2020

13. 기록은 만병통치약이다

기록이 상처를 위로한다 / 안정희 / 이야기나무



기록은 만병통치약이다

기록이 상처를 위로한다 / 안정희 / 이야기나무


160112 책이 걸레가 되었다. 책에게 미안할 뿐이다. 책을 아끼고 좋아하는 나의 이면에는 이러한 모습이 있다. 길게 볼 책은 아니었는데 이래저래 시간이 이렇게 되었다. 정신 상태가 별로여서 그랬는지 시간을 오래 두고 보아서인지 내용이 조각조각이라 한 번 읽은 책을 밑줄을 치며 다시 읽고 밑줄 친 것을 또다시 읽었다. 예전에 시험공부할 때 쓰던 방식인데 이렇게 읽고 나니 그제야 뭔가 책을 읽었구나 싶었다. 


이 책의 주 내용은 기록 예찬이다.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듯 이 책을 읽다 보면 모든 이야기가 기록으로 통한다. 기록의 중요성을 알고 실천하고 있던 나는 제목을 보고 자연스럽게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내가 공방에서 공방일지를 쓰며 복잡다단한 마음을 다독거렸던 그 과정을 이론적으로 풀어놓은 책일 줄 알았으나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저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예시를 통해 기록 중요성, 필요성 그리고 활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기록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긴 하지만 그 가치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할만한 지식을 갖추지 못했었다. 헌데 이 책의 내용을 내 것으로 잘 소화시키면 논리적인 설명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나와 같이 기록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거나 관심이 있는 분들에겐 좋은 참고자료가 되어줄 것이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911 추모 박물관, 셜롬 홈스 박물관, 비틀스 스토리, 네스 호 박물관, 인천 팟알 카페 등등 기록과 관련된 여러 가지 공간들은 기억해두었다가 나중에 꼭 한번 방문하고 싶다. 책을 읽으며 내가 좋았던 것은 내가 생각하던 대로 기록이 이만큼 중요하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곳곳에 있던 좋은 문장들은 오래오래 기억해두고 싶을 정도로 내 마음을 쿵쿵 울렸다.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소개한다. 


"기록은 삶의 속도가 영혼의 속도에 맞출 시간을 선물해 준다."


우리는 너무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나도 그렇다. 항상 바쁘다는 말이 입에 붙어 있다. 하지만 적어도 기록할 때 그 바쁨을 잠시 내려놓게 된다. 생각을 하며 기록을 하고 기록을 하며 생각을 한다. 처음엔 버벅-거리고 힘이 드는 이 과정은 운동과 같이 반복함에 따라 탄력이 붙어 그 재미에 빠져 들게 된다. 운동을 하여 건강을 얻게 되듯 기록을 통해서는 나 자신을 얻게 된다. 내가 생각하기에 기록은 체와 같은 역할을 한다. 수많은 사건과 감정들 중 우리는 선택을 하여 기록을 하게 되고 그 기록 안에는 우리 자신이 담긴다. 똑같은 상황을 겪고도 다른 생각을 하듯 다른 기록을 하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기록의 가장 큰 장점은 '나를 만나게 해 준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얻게 된 것이 많긴 하지만 그보다 좋았던 것은 책을 읽는 동안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기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의 기록들을 나중에 어떻게 활용하게 될 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앞으로 기록을 더 잘해야겠구나 하는 욕심이 나긴 했으나 그 욕심은 살짝 내려놓으려 한다. 나 자신을 너무 힘들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과 꾸준히 하는 것이 더 중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대체 기록을 왜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사람들과 기록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실천이 어려운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그럼 기록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록은 남을 위한 것이 아닌 일차적으로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니 이 책과 함께 지금부터 시작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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