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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May 28. 2020

19. 목차의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글쓰는 여자의 공간 / 타니아 슐리 / 이봄

19. 목차의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글쓰는 여자의 공간 / 타니아 슐리 / 이봄


160909 이 책을 이야기하려면 다시금 사사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 사사를 준비하던 과정에서 내 한계와 마주하던 순간이었다. 잘 하고 싶은데 그 ‘잘’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덤벼들었으나 내가 투자한 것만큼의 노력에 대비해 전혀 결과물이 나오지도 달라지지도 않았다. 나 혼자만 볼 것이 아닌 누군가에게 보여줄 그것도 꽤나 중요한 용도로 쓰이게 될 무엇보다 기록을 남긴다는 부담이 너무나 버거웠다. 그렇게 머리를 싸매고 나자빠지기 일보 직전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그저 무심코 옆에 있는 책을 집어 들었는데 그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선생님께서 '책은 목차가 생명' 이라는 말씀을 매우 강하게 나에게 전하신 바로 다음 날 쯤 이었다. 그러니 자연스레 목차에 눈이 갔다. 사실 나는 책을 고를 때도 책을 볼 때도 목차를 눈여겨보지 않았다. 목차는 그저 책 내용이 어떤 것이 있나 추측하는 정도일 뿐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책을 볼 때도 단어 하나 문장 하나, 메시지 등에 관심을 두었지 전체적인 큰 맥락에서 책을 본 적이 거의 없다. 이것이 바로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싶다. 선생님의 목차 얘기가 이해는 갔으나 나는 나처럼 세세하게 보는 사람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생님의 이야기에 반만 수긍을 하던 참이었는데 이 책을 보게 된 것이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만 나는 이 책을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이 책이 결코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 책처럼 가벼운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 오래 전 사람들의 이야기를 즉 기록이 너무 남아있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자니 내용이 풍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이 책은 약간 잡지와 같은 느낌의 가벼움이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다 읽었다. 바로 이 점이 이 책의 강점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을 다 읽기 전까진 이 책이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이 책은 내게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 이건 나의 기호의 문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쨌든 나로 하여금 책을 다 읽게 했다. 가벼운 만큼 쉽게쉽게 책장이 넘어갔고 중간 중간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글을 쓰는 공간이나 목적에 따라 작가들을 분류한 점이 흥미로웠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보며 내용이 그렇게 탄탄하지 않아도 글의 흐름 즉 목차 구성을 잘 하면 독자를 잘 이끌 수 있겠구나 싶었다. 중간 중간 고개가 갸우뚱 해지거나 조금 실망하면 어떠한가 그건 서로가 다른 것을. 중요한 것은 뒷장이 궁금하다는 것이었고 글을 읽는데 있어 피곤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이 책이 정말 살포시 내게 다녀갔다. 그리고 나는 선생님의 이야기가 그제야 90% 이상 이해가 갔다.


다시 읽고 싶지 않지만 지금 봐도 이 책은 참 매력적으로 보인다. 제목도 표지도 참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작가들의 이야기는 정말 좋은 소재인 듯하다. 작가의 삶을 기록해야 한다는 생각, 기록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더욱 힘을 싣게 되었다. 나에게 이러한 것들을 전해주었다는 점에서는 또 나에게 좋은 책이다. 정말 오랜 만에 책을 읽었고 이렇게 글도 써 본다. 이제야 일상으로 돌아 온 듯하나 자서전 학교가 3주 앞으로 다가왔고 올해는 9월을 시작했다. 시간은 정말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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