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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Jun 08. 2020

22. 나는 그가 참 좋다!

옷장 속의 인문학 / 김홍기 / 중앙북스


22. 나는 그가 참 좋다!

옷장 속의 인문학 / 김홍기 / 중앙북스


160927 아마 책공방에 막 들어왔던 즈음이었을 것이다. 나는 벙커 특강을 통해 그의 이름을 그리고 이야기를 처음 접했다. 경영학을 전공했다는 그는 우연히 영국의 내셔널 갤러리에서 감동을 받았고 그로 인해 그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고 했다. 대학교 4학년 때 우연찮은 기회로 친구들과 함께 생애 처음 유럽 여행을 떠났던 나 또한 내셔널 갤러리에 갔던 기억이 있다. 


시골에서 자랐던 나는 그때까지 미술관이라는 곳에 가 본 적이 없었다. 그 당시 학교에서는 현장학습으로 박물관을 가긴 해도 미술관에 가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유럽여행에서 갔던 내셔널 갤러리가 내 인생 최초의 미술관이었다. 내셔널 갤러리에 갔던 것은 대영박물관에 다녀온 다음이었는데 나는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칭찬하는 대영박물관보다 내셔널 갤러리가 훨씬 더 좋았다. 처음으로 그렇게 큰 그림을 앞에 두고 책을 읽어 나가듯 그림을 찬찬히 읽어나갔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다가 다른 친구들에게 너무 늦게 나온다고 핀잔을 받았을 정도였다. 그랬던 나인지라 그의 이야기가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물론 그처럼 그 경험이 내 인생의 방향을 바꿔 놓진 않았지만 내게 그 순간은 내 인생에서 열 손가락에 꼽을만한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대학교 때 나는 당시 유행했던 '랄프로렌 폴로'라는 브랜드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일주일 용돈과 주말 알바를 해서 번 돈으로 옷을 사는 것이 당시에 가장 큰 낙이었다. 얼마 후 유행이 어느 정도 사그라들었지만 그 뒤로도 나는 여전히 그 브랜드를 좋아했다. 그렇게 대학시절을 보내고 대학 졸업 후 어떤 의미에서 폴로와 비슷한 라인으로 분류되는 타미 힐피거와 라코스테에서 잠시 일할 기회가 있었다. 그곳에서 일하며 나는 나름의 재미를 느꼈고 초짜치곤 제법 매장에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한 달 남짓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단골이 생기기도 했다. 두 매장 매니저님 모두 어느 정도 나이가 있던 여자분이었고 내 생각뿐일지 모르지만 나를 아껴주셨다. 그리고 그 두 분 모두 내게 '네가 좋아하는 스타일만 추구하지 말고 다양한 스타일을 고려해야 한다'는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었다. 

나는 깔끔하고 딱 떨어지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반면 알록달록 색색깔을 좋아하기도 한다. 내가 내 스타일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씩 내 스타일을 찾아갈 무렵 나는 그를 알게 되었고 책공방에 들어왔다.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간다는 점에서 선생님과 그는 닮았다. 그리고 나는 선생님을 멘토로 삼게 되었다. 멘토이신 선생님은 내게 최소 열 명의 멘토를 찾으라고 말씀하셨다. 보통 멘토는 한 사람만 있어야 할 것 같고 한 사람인 것이 당연하다 생각했던 때에 선생님의 말씀은 신선하게 뇌리에 박혔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사람은 완벽할 수 없고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은 한 사람일 수 없었다. 그렇게 그는 나의 두 번째 멘토가 되었다. 아, 나는 내가 멘토로 삼는 사람이 꼭 나를 알 필요도 없다는 생각 한다. 알면 좋지만 몰라도 무슨 상관인가. 굳이 멘토를 내 주변에서 찾아야 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페이스북을 시작하고 얼마 안 있어 그의 계정을 알게 되어 친구 신청을 해서 그의 이야기를 받아 보게 되었다. 페이스북을 통해 그가 활발하게 강의활동을 하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책공방 북쇼를 준비하던 시절 나중에 북쇼에 꼭 한번 모시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벙커 특강에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그저 이야기를 잘하는 사람인 줄만 알았다. 그러나 얼마 있어 이내 그 재밌는 이야기를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는 그의 인문학적 성찰에 반하고 말았다. 그의 다른 책을 사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으나 너무 전문적이어서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리고 그 이외에도 읽고 싶고 읽어야 할 책이 많았던 탓에 실천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참이라 이번 신간을 보고 바로 주문을 했다. 


정말 솔직히 말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좋을 줄 알고 기대를 잔뜩 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하지만 충분히 좋았고 흥미로웠다. 요즘 나는 책을 이루는 부분, 부분에 집중해서 책을 보곤 한다. 예전과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책을 보게 된 것이다. 그래서였는지 이 책의 구성에 신경을 쏟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용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외래어와 전문용어에 취약한 나는 몇몇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뭔가 움츠러드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기분은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보단 단어에 대한 이해에 신경을 쏟게 만들곤 한다. 하지만 내가 뭔가 지루해져서 책장을 덮을라치면 어김없이 쉬어가는 페이지가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래서 어렵지만 거부감 없이 쉽게 쉽게 책장을 넘기게 됐다. 그리고 최근에 내가 하게 된 생각 중에 하나는 책의 내용을 100% 이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마음가짐은 부담으로 작용하여 자칫 책 읽는 것을 지루하게 만들 수 있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책 내용을 100% 기억하길 바라고 질문하지 말자.)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들고 부러웠던 것은 카피가 정말 좋다는 것이었다. 책공방 사사를 만들며 가장 어려웠던 것 중에 하나는 바로 이 소제목 카피를 다는 것이었다. 쉬운 것 같고 별 것 아니어 보여도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내용을 다 드러내 보여도 안 되고 아예 내용이 상상되지 않아도 안 된다. 독자로 하여금 카피를 보고 내용을 상상하게 하면서 호기심을 갖게 해야 하는데 그게 말이 쉽지 참 어렵다. 그런데 이 책의 소제목들은 어쩜 이렇게 알맞은지 감탄을 했다. 혹시나 어렵지 않을까 하고 망설이게 된다면 그 걱정은 넣어두시길 바란다. 어렵다 싶으면 나타나는 매력적인 쉬어가는 페이지가 당신을 다음 장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옷을 입어야 한다는, 옷은 자신을 나타내는 도구라는 그의 의견에 적극 동의하고 이러한 그의 의견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가 말했던 것처럼 특히 젊은 친구들이, 청소년 친구들이 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유행에 찌들기 전에 무엇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 정말 좋다! 이 책만은 좀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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