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희 Jun 16. 2020

 24. 외롭고 힘들 때마다 두고두고 찾아볼 책이다

자존감 수업 / 윤홍균 / 심플라이프


24. 외롭고 힘들 때마다 두고두고 찾아볼 책이다

자존감 수업 / 윤홍균 / 심플라이프 


170112 단숨에 읽힐 것만 같았던 책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2주 가까이 안고 다녔다. 좀처럼 그 어느 것에도 쉬이 집중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외부의 상황 그리고 내부의 상황 탓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잘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아무 일이 없어 보이지만 내 안의 나는 해결되지 않는 내 능력 밖의 일로 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가며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그리하여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제자리로,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수없이 외치고 있지만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에도 내 마음이 서기 전엔 어렵기만 한 나이다. 그저 주어진 하루하루에 지금, 여기 순간적인 즐거움을 찾고자 몸을 바쁘게 움직였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가 될지 모른다며 부랴부랴 내게 남겨진 휴무를 모조리 쓰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해서 여행을 가고 서점에 가고 내가 원하는 내가 되기 위해 책을 구입하고 싶어 졌고 예전에 기사에서 접했던 책을 찾아 구입했다.


나랑 같은 맥락의 생각을 하는 지은이가 무척 반가웠고 신기했다. 한때 나는 내가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죄다 안정성이라는 장점 때문에 교사의 길을 택할 때 나는 공부에 그렇게 소질이 없는 나 같은 학생도 소외받지 않게 이끌어 주는 참 선생이 되어보자고 마음먹었었다. 내가 공부를 잘하지 못했기에 공부를 잘하는 사람보다 공부를 못하는 친구들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어쩌면 나는 정말 좋은 선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부푼 꿈을 꾸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지은이 또한 대부분 성공의 경험만을 안고 있는 의사 집단 안에서 유급이라는 실패를 경험하게 되고 그 경험 덕분에 오히려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고 했다. 머리말을 통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지은이 이야기를 접하니 웃음이 나왔다. 


책을 통해 만난 그는 기록하는 사람이었고 끊임없이 독자들에게 다양한 방법을 통해 기록을 권한다. 나 역시 기록하는 사람인지라 그러한 내용들은 매우 유의미한 사실로 다가왔다. 그는 이 책을 쓴 가장 첫 번째 이유가 언젠가 자존감이 떨어진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점 또한 무척 마음에 들었고 나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이 책이 내 마음에 안 들래야 안 들 수가 없었던 것이다. 


또한 그는 '책'이라는 매체의 매력을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말로 하면 잔소리 일지 몰라도 글로 하면 그것은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보물이 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자랑도 넋두리도 마찬가지다. 책은 전달의 주체성이 독자(수용하는 이)에게 있기 때문이다. 독자는 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책을 덮을 수 있는 자유가 주어져 있다. (물론 티비나 라디오의 경우도 보고 싶지 않을 때 듣고 싶지 않을 때 끌 수 있는 자유가 있지만 가만히 있어도 티비나 라디오는 플레이되기에 그 자유를 행사하는 쪽보다 상황을 수용하는 편이 쉬운 쪽에 속한다.) 그리고 그 마음은 죽을 때까지 안 변하기도 하지만 단 오 분도 채 되지 않아 순식간에 변하기도 한다. 


무수히 많은 상황과 이야기를 접할 때 그 상황이나 이야기만큼 중요한 것이 지금 나의 상태이다. 그런 면에서 책은 정보, 지식, 감정 등을 전달함에 있어 때론 가장 유용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결정 장애에 빠진 사람들' 부분이었다. 결정의 포인트, 타이밍, 범위에 따라 결정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결정을 잘하는 이들의 특징은 '절대적으로 옳은 결정은 없다'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은 어떠한 결정을 했느냐 보다 그 결정 뒤에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이야기가 머리에 쏙- 들어왔다. 


책의 말미에 있던 결정의 주체성을 가지는 순간 삶의 주체성도 생긴다는 대목도 좋았다. 결정을 누군가에게 미루는 것은 그 결정에 대한 책임 회피이며 그 결정이 잘된 결정이었어도 좋지 않고 잘못된 결정이었어도 책임감을 못 느끼기에 그러한 일상의 반복은 주체성의 잃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특히 지은이에게 부러움을 느꼈던 포인트는 그의 탁월한 비유였다. '커플은 팀이다, 자존감은 집이다, 감정은 날씨다, 감정을 조절하는 행위는 자동차 운전과 같다, 헬스 책을 본다고 근육이 키워지는 것은 아니듯 심리학 책을 본다고 해서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는 것은 운전을 잘하기 위해서 운전 설명서를 읽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은 탁월한 비유들에 감탄을 하고 또 하며 나도 이런 비유를 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고 나서 가장 선명하게 들었던 생각은 '나는 책공방에서 자존감 수업을 제대로 받았구나'였다. 내가 책을 읽고 정리한 바로 자존감 수업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내 안의 나 자신을 건강하게 만들고 그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사는 것'이다. 지은이는 그렇게 되기 위한 방법으로 여러 가지 기록을 해볼 것을 권하고 있다. 자신이 화가 나는 이유를 적어 보기도 하고 원하는 목표를 적어보라고 하기도 하고 지금 당장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를 적어보라고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방법들이 나에겐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나는 책공방에서 사람들에게 기록을 권하며 우리의 기록은 우리의 보물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우리가 무언가를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순간에 우리의 기록이 지침이 되어 줄 거라고 말이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결정을 해야 하고 그러한 결정을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고. 기록을 하다 보면 나 자신과 대화하게 되고 그 대화가 원활하고 활발해지면 그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에 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진짜 내 삶을 살 수 있다고 말이다. 이러한 내용은 선생님을 통해 들은 것도 있고 책을 통해 접한 것도 있지만 내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 더 많다. 가끔 나는 기록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기에 내 삶의 방식을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 나한테 효과가 있었다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배우지 않았어도 그동안 잘 해왔음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 책을 읽는 중이었던 며칠 전에 '말하는 대로'라는 프로에서 '강원국 편'을 보게 되었다. '대통령의 글쓰기'를 재밌게 읽었던 나는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이 책을 읽고 있어서 더 그렇게 받아들여졌는지 그도 이 책의 지은이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는 '자기 정체성'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고 그 생각과 감정은 꺼내놓지 않으면 잘 모르는데 말하고 쓰는 과정 안에서 나 자신이 누군지 알게 된다며 말했다. 그러니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반드시 말하고 써야 한다고 우리가 듣고 읽는 이유는 말하고 쓰기 위해서라며 듣고 읽은 것들은 말하고 쓰라고 했다. 특히 힘들고 괴로운 일이 있을 때 그 일을 쓰면 절반은 치유된다고 했다.  블로그든 메모장이든 말이다. 그것이 나만의 공간이고 그 자체가 '나'라고 그렇게 자기만의 진지를 갖춘 사람들은 어디 가서 안 좋은 일을 당하더라고 크게 불행해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라는 이 네 가지 흐름 안에서 놀아 볼 것을 권했다. 


무언가 착착착- 맞아떨어지는 느낌에 살짝 소름이 돋았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서든, 이 책을 통해서든, 나를 통해서든 올해는 '기록쟁이'들이 많아지길 그래서 사람들이 좀 더 행복해지길 바란다. 2016년 마지막이 될 줄 알았던 책이 2017년 첫 책이 되고 말았다. 나의 삶은 이렇게 끊임없이 계획하고 다소 계획보다 늦더라도 잘 마무리하는 그런 삶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23. 눈물이 나고 콧물이 나도 책공방에 오길 참 잘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