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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Jun 22. 2020

26. 무인양품도 매거진B도 둘 다 참 멋지다

매거진 B 무인양품 / 매거진 B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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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무인양품도 매거진 B도 둘 다 참 멋지다


170222 나는 진심을 가진 사람이 좋고 그런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들을 좋아한다. 

그 진심은 때론 철학이 될 수도 있고 때론 '열심'이라는 태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뛰어난 브랜드 콘셉트와 잘 정돈된 프레젠테이션도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사람을 모으고,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훨씬 어렵고 중요한 문제입니다. 콘셉트를 이해하고 실행할 사람이 없다면, 조직은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니까요. '브랜드'는 만드는 게 아니라, 애정과 끈임 없는 관심을 통해 만들어진다. 누군가의 '멋진 화술'이 많은 이들을 잠시 현혹할 수는 있어도, 말과 행동이 다르다면 소비자는 결국 이를 알아차릴 것입니다. 무인양품의 진정한 가치가 사상과 행동을 일치시킬 '사람'에 있음을 알아야 하는 것이죠.

"

-본문 중 


지난달에 우연히 '월간 디자인'이라는 잡지를 보게 되었고 그 안에서 무인양품의 대표와 어드바이저 리보드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무인양품'이라는 브랜드를 알고 있었고 나름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잘 알지 못했다. 몇 페이지 안 되는 그들의 이야기에 울림이 있었고 혹시나 하고 내가 좋아라 하는 매거진 B에서 다루어졌는지 확인해보니 마침 나왔기에 냉큼 구입했다. 


이걸 뭐하러 샀느냐고 누군가에게 욕을 먹고 잠시 괜히 샀나 싶었지만 다 읽고 난 지금 사길 잘했구나 싶다. 예전에 나는 나에게 도움이 되는 책만 샀지만 요즘 나는 내가 애정 하는 것들에 대한 애정표현의 한 방법으로 책을 구입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이 책은 내게 유익했다. 월간 디자인에서 봤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고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같은 이야기의 반복이긴 했지만 이 책을 통해 나는 무지와 매거진 B를 동시에 볼 수 있어 좋았다. 


내가 매거진 B를 처음 접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프레이탁'이라는 브랜드를 통해서였다. 그때는 이렇게 하나의 브랜드를 세밀하게 보여주는 이런 기획의 책을 만들었다는 점에 훌륭한 점수를 주고 싶었다면 이번에는 잘 성장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프레이탁'을 다시 찾아봐야 더 확실해지긴 하겠지만 그때는 일단 인터뷰가 많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그 브랜드의 철학이 확- 하고 와 닿지는 않았다. 프레이탁을 다룬 기사나 인터뷰 자료를 통해서 느꼈던 그 브랜드의 신선함이 담겨 있지 않았었다. 물론 이는 브랜드의 차이도 한몫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보았듯 무인양품은 워낙에 철학으로 똘똘 뭉쳐있는 기업이니까. 


프리랜서 바이어로 무인양품과 일하는 '야마다 유'는 브랜드가 스타일을 만든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명확한 의지가 있는 기업은 흔들림이 없다굳은 신념으로 사업을 전개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고유의 스타일이 형성된다.' 이 이야기는 기업 대신 사람에게 적용해도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내가 일하는 곳이 이러한 곳이라서 내가 따르는 분이 조금이나마 이런 분이라서 참 다행이고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변덕이 좀 심하시고 힘들다고 안 하면 힘든 줄도 모르시고 가끔 구라도 좀 치시지만 오늘도 짜증 난다고 열 번도 넘게 중얼거렸지만 그래도 이상이 있는 분이시니 명확한 의지가 있으신 분이니 잘 따라가 보아야겠다. 휴- 


특히 내게 인상 깊게 다가왔던 부분은 에디터들의 질문이었다. 인터뷰 대부분이 문답식으로 옮겨졌는데 그 질문들이 내게는 참 신선했다. '어떻게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지?' 하는 질문들이라서가 아니라 그 브랜드의 이야기를 혹은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사전에 충분히 숙지해야만 던질 수 있는 질문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이 에디터의 수준이고 그 잡지의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은 실력의 차이이기도 하지만 준비성의 문제라고도 생각한다. 우리 공방에도 많은 분들이 선생님과 우리 공방을 인터뷰하러 오시곤 한다. 물론 대부분이 지역의 언론지이고 소소한 곳이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너무 뻔한 질문들을 하시곤 한다. 공방에 들어오고 얼마 안 있어 선생님께서 인터뷰를 하시다가 대답 대신 '그 질문은' 하고 이야기하시는 것을 보고 선생님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한 일 년 정도 지났을 때 나 또한 몸소 느끼게 되었다. 


사람들이 얼마나 자료조사를 하지 않고 그냥 짜 놓은 대본만을 들고 오는지를 말이다. 내가 유독 질문에 집중하게 됐던 이유는 아마도 '책학교'를 준비하는 도중이라 더 그랬을 수도 있다. '책학교'에 강사님들을 섭외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왜 강사님을 섭외하고자 하는지를 설명해야 했다. 그러려면 그분이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어떤 이야기를 주로 하는지 먼저 조사를 해야 했다. 상대방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와주세요' 한다면 굉장히 성의 없게 받아들일 것이고 뿐만 아니라 많지도 않은 강사비 때문에 굳이 이곳에 올 이유를 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항상 연락을 드리기 전에 나름 사전 조사를 했다. 그렇게 조사를 하다 보니 그분들께 궁금한 것이 생기고 듣고 싶은 이야기가 정해졌다. 그렇게 내가 생각하는 방향을 잡고 선생님께 확인을 받은 후에 일을 진행했다. 그런 경험 때문에 나는 이 책을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내가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똑같은 책이라도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을 다시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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