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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Jun 27. 2020

29. 내년에는 도쿄 책방 투어다 !

도쿄 책방 탐사 / 양미석 / 남해의봄날

29. 내년에는 도쿄 책방 투어다 !

도쿄 책방 탐사 / 양미석 / 남해의봄날


170721 얼마 만에 책 한 권을 다 읽었는지 모르겠다. 책이 좋아서 책과 함께하는 삶을 원했고 하루도 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는 나인데. 참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정말 오랜만에 완독을 했다. 이 책이 재미있던 탓인지, 요즘 떠나고픈 마음이 간절했던 탓인지 완독을 하지 못했던 기간이 무색할 만큼 읽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금방 읽어버렸다.


요즘 나는 복잡한 마음과 정신 상태 + 몸도 분주한 터라 거의 책을 놓다시피 한 생활을 하던 차였다. 하지만 읽어야 할 책과 읽고 싶은 책은 내 상태와 아랑곳하지 않고 차곡차곡 쌓여만 가고 있었다. 그런 내가 지지난주에는 무슨 생각이었는데 서점에 가서 또 책을 잔뜩 사고 말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옷이나 가방을 사는데만 지름신이 내리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가방 한 가득 책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니 그제야 정신이 차려졌다. 어려울 때일수록 정신을 차려야 하듯 나 또한 마음이 심란하고 산란할수록 정신을 바짝-차리고 내가 진정 원하는 일들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한다.


지난 토요일부터 제1기 책학교 수료생 몇몇과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정말 말 그대로 독서 모임으로 2주에 한번 만나서 한 시간 정도 책을 읽고 짧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내가 사람들을 이끌어서 진행하는 것이었다면 많이 부담스럽고 숙제처럼 느껴졌을 텐데 고맙게도 수강생 한 분이 총대를 매주셨다. 덕분에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임할 수 있었고 그 시간 동안 이 책의 삼분의 일 정도를 읽어버렸다. 그리고 대부분의 일이 그렇듯 시작이 반인만큼 그날 저녁 그리고 다음날까지 해서 엊그제 아침, 나는 기분 좋게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수 있었다.


상반기 때 책학교 1기를 준비하며 이래저래 책을 좀 많이 보았다. 참고자료 개념으로 보았던 터라 주로 책과 관련된 더 정확히는 책 만드는 일 또는 공간에 대한 책을 많이 보았다. 우리나라에서 독립 서점이나 동네 책방을 준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본으로 견학을 다녀오고 떠나는 것을 보았다. 아무래도 우리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출판 분야에선 앞서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당연하게도 내가 보았던 책들은 대부분 일본 책을 번역한 책들이 많았다. 처음 몇 권은 '이야-'하며 보았으나 나중으로 갈수록 흥미가 떨어졌다. 그 내용이 그 내용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가장 충실한 것 한 권만 읽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정말 솔직히 말하면 이 책도 약간 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아주 조금 있었다. 하지만 선생님의 추천이 있었고 책학교 2기 강사님으로 모신 이상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예의인데 지난 1기 때는 이것을 하지 못해 마음 한쪽이 항상 불편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꼭 이것을 실천하리라 마음먹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그런 우려와 다짐과 아무런 상관없이 그냥 읽었어도 참 좋았겠다 싶다.


지역별로 나눠진 목차 구성, 목차와 소제목마다 붙여진 부가 설명, 그리고 그 지역에서 책방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 소개가 이 책을 조금 특별하게 만들지 주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은 여행 안내서와 에세이의 중간 지점에 놓여 있는 듯했다. 스토리가 있는 가이드북 같이 느껴져 이 책과 함께하면 도쿄 여행이 두렵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이 책에서 좋았던 점은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대목이었다. 자신의 소심함이나 망설임을 굳이 털어놓지 않았어도 상관없었을 것 같은 대목에 작가는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한 토막씩 풀어놓았다.


작년에 책공방 15주년을 기념해 내 3년의 기록도 책으로 엮었다. 내가 그때 가장 고민했던 것은 어떻게 쓸까가 아닌 무엇을 골라야 할까 였다. 내가 쓴 글들이라 나는 도무지 어디서부터 덜어내고 어디를 덧붙여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선생님은 책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이왕이면 내 내면의 좋지 않은 이야기는 좀 걷어내고 좋은 이야기, 긍정적인 이야기들만을 담길 원하셨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처럼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논픽션의 기록인 만큼 정직하게 곧이곧대로 담길 원해서 참 많이 부딪히고 깨졌다. 선생님도 나도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서로에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만큼 징한 추억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작가님 자신의 이야기들을 접하고 보니 자꾸 나를 보는 듯해서 미소가 지어지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소심하면서도 용기를 내보려 하고 망설이다가도 행동을 하고 하는 작가님의 모습이 마치 내게 '괜찮아, 나도 그래'라고 위로를 해주는 듯했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이 책은 참 예쁘다. 모습도 예쁘고 책에서 소개되는 책방들도 예쁘고 그것들을 바라보는 작가님의 시선도 예쁘고 내용도 예쁘다.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책이다. 나는 내년엔 이 책을 들고 꼭 도쿄로 여행을 갈 것이다. 언젠가 책에서 가장 최상의 독후 활동은 자신의 책을 쓰는 것이라고 했다. 이 책의 최후의 독후 활동은 이 책을 들고 여행을 떠나서 각자 자기만의 '도쿄를 즐기는 가장 멋진 방법'을 발견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사람의 말에 기운이 있다고 믿는다. 내년에 페북에서 이 글을 다시 보여줄 때 나는 도쿄를 다녀왔거나 갈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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