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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Jun 30. 2020

30. 가벼워 보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중쇄미정 / 김연한 / GRIJOA

30. 가벼워 보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중쇄미정 / 김연한 / GRIJOA


170728 제목부터 디자인, 본문 구성 및 내용 등 이 책의 거의 대부분의 요소들이 나는 가볍게 여겨졌다. 그래서 한창 머리가 터질 것 같던 무렵 한 걸음 쉬어가자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탐방 서점인지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인지 모르겠으나 어떤 책에서 사적인 서점의 주인장님의 추천하는 글을 통해서였다. 그렇게 큰 기대는 하지 않았으나 소개 글이 유쾌해서 나중에 기회 되면 한번 봐야지 했다. 여러 가지 면에서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스타일의 책은 아니었기에 굳이 찾아보거나 하진 않았다. 정말 기회가 되면 봐야지 라고 생각하며 이런 책도 있구나 했던 것이다.


그 후 그 기억이 잊혀 갈 때쯤이었던가 서울로 전시를 보러 가게 되었다. 그때 당신 내게 주어진 여러 가지 것들이 나를 너무 힘들게 해서 그때의 상황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 싶어 떠났던 여정이었다. 기대를 많이 했음에도 전시는 매우 흥미로웠다. 컨디션이 좀 더 좋았더라면 더 오랜 시간 전시장 안에서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허나 이른 아침부터 출타해 전시장에서도 도슨트를 들으며 계속 서 있었더니 너무 힘이 들었다. 그래서 대충 중요한 부분들만 사진을 찍고 전시장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아무리 피곤해도 전시장 바로 위층에 있는 서점을 지나칠 수 없었다. 그곳에서 이 책을 만났고 왠지 사야만 할 것 같은 이끌림에 끌려 사고 말았다.


그 뒤로 시간이 왜 흘렀다. 나의 멘탈은 쉬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책을 읽지 못했다. 그리고 최근 다시 복잡다단한 마음이 되어 또 생각의 구렁텅이에 빠져들 것 같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런 때일수록 정신을 잡고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한 시간을 보내야 하노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때 마침 이전에 읽었던 책을 재밌게 읽고 탄력을 받아 이 책도 손에 쥐었다. 한 삼십 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책이었는데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내가 쉬이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던 것은 만화 중간중간에 나오는 용어에 대한 해설 때문이었다. 중간중간 나오는 해설이 흥미로웠고 꽤 잘 풀이가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그 생각은 이 책을 다 읽은 후에 더 진하게 와 닿았다. 


이 책의 제목은 '중쇄 미정'이지만 중소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살아가는 이의 삶을 담은 이야기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편집자 이외의 디자이너 혹은 사장, 마케팅 담당자, 서점 주인 등의 입장에서 이 이야기를 풀어놓아도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니 그렇게 시리즈물로 나왔을 때 그 영향력이 좀 더 강하지 않을까, 시너지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난 책학교 1기 때 수강생의 입장에서 강의를 너무 열심히 들은 탓인지 나는 책으로 만들면 흥미로울 만한 콘텐츠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보는 내동 이거 참 괜찮은데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좀 더 나아가 요즘 자유학기제와 더불어 진로지도의 바람이 불고 있는데 이렇게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가볍게 풀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편집자가 아니지만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덕분에 무수히 많은 편집을 하는 입장에서 참 공감이 가는 대목이 많았다. 서로 제각각 다른 입장의 이해관계 속에서 자신의 입장을 어디까지 고수해야 하고 어느 부분에서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하는지 고민스러움이 참 웃프게 다가왔다. 1인 출판을 꿈꾸거나 그에 관심이 있다면 책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다면 가볍게 읽어 봐도 좋을 듯하다. 책은 팔려야만(우리가 직접 구입을 하든 도서관에서 구입을 하든 어쨌든 팔리는 것이니까) 우리 손에 들어오는데 그런 책 표지에 '책이 팔릴 리 없어'라는 문구를 내세우며 '지금 안 사면 다음에 못 사'라고 주장하는 듯한 '중쇄미정'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참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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